CL의, CL에 의한 2NE1
리더 CL, 정규 2집 통해 첫 자작곡 공개..완성도 높은 앨범 선보여
2014-02-27 13:48:29 2014-02-27 13:52:29
◇그룹 2NE1이 새 앨범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CL, 산다라박, 박봄, 공민지. (사진=YG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2NE1의 새 앨범이 베일을 벗었다.
 
2NE1은 27일 정규 2집 ‘Crush'를 발표하고 컴백을 알렸다. 앨범엔 총 열 곡이 수록돼 있다.
 
리더 CL은 이번 앨범을 통해 데뷔 후 처음으로 자작곡을 공개했다. 앨범 발표 전 최대 관심사 역시 CL이 어떤 자작곡을 선보이느냐였다. CL이 작사, 작곡에 모두 참여한 곡은 세 곡이다. 1번 트랙의 ‘Crush', 4번 트랙의 ’살아 봤으면 해‘, 9번 트랙의 ’Baby I Miss You'가 CL의 곡이다.
 
신인 작곡가가 만든 것 같지 않은 노래들이다. CL은 세련된 사운드에 자신만의 색깔을 담아냈다.
 
‘Crush'는 강렬한 신스 사운드에 댄스, 트랩, 록 비트가 가미된 노래다. 이번 앨범 수록곡 중 2NE1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곡. 히트곡인 ’Fire', ‘내가 제일 잘 나가’ 등에서 보여줬던 2NE1 특유의 강한 힙합 사운드에 “난 모든 여자들의 뜨거운 crush. 너의 심장을 뛰게 하는 rush. 예쁜 언니들은 날 좋아해. 날 좋아하면 예뻐지니까”와 같은 자신감 넘치는 가사가 더해졌다. 주제 의식에선 지난해 발표됐던 CL의 솔로곡 ‘나쁜 기집애’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다른 멤버들의 보컬 파트가 더해지면서 노래가 더 풍성해졌다.
 
박봄과 공민지는 파워풀한 보컬로 노래에 힘을 더한다. 멤버들의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음역대와 멜로디를 CL이 영리하게 잘 배치한 느낌이다.
 
‘살아봤으면 해’는 전혀 다른 장르의 노래다. 감미로운 피아노와 독특한 스트링 선율이 가미된 애절한 발라드 곡이다. 사랑과 이별에 대한 생각을 여성의 시선으로 그려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법한 꾸밈없는 감정이 담겼다는 점에서 많은 사랑을 받을 듯하다. Teddy와 지드래곤이 함께 작업한 5번 트랙의 ‘착한 여자’ 역시 비슷한 장르의 곡이지만, CL은 '히트 메이커'로 유명한 이 두 사람에게 뒤지지 않는 작사, 작곡 능력을 보여줬다.
 
이밖에 ‘Baby I Miss You'에선 몽환적인 느낌의 피아노와 신비감을 주는 코드 진행을 통해 남녀의 설레는 마음을 표현해냈다.
 
CL은 그동안 같은 소속사의 지드래곤과 비교가 되곤 했다. 무대 위에서 개성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랩퍼란 점과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리더란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다. 하지만 CL이 딱 하나 부족한 점이 있었다. 바로 작사, 작곡 능력이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을 통해 CL은 작곡가로서의 경쟁력을 충분히 증명해 보였다. 데뷔 6년차를 맞은 2NE1의 전환점이 될 만한 '사건'이다. 지드래곤은 빅뱅의 프로듀서 역할을 하고 있다. 다음 앨범부턴 2NE1의 프로듀서로서 본격적으로 활약하는 CL의 모습도 기대해볼만하다. CL과 2NE1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것과는 또 다른 음악적 색깔과 성장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CL은 솔로곡인 ‘멘붕’을 통해선 여성 랩퍼로서의 경쟁력을 보여준다. 긴장감 있는 드럼 비트와 독특한 신스 사운드로 구성된 트랩 장르의 곡이다. CL의 독특한 음색과 자신감, 에너지가 더해지면서 세련된 느낌을 만들어내고 있다.
 
앨범 전반에 '아티스트' CL의 흔적이 묻어있다. "CL의, CL에 의한 2NE1"이란 말이 딱 맞아떨어질 만한 앨범이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두 곡이다. 2번 트랙의 ‘Come Back Home'과 3번 트랙의 ’너 아님 안돼‘다. CL의 완성도 높은 자작곡들을 제쳐두고 이 두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선택한 이유가 뭘까. 음악적 완성도로 인정 받는 것과 동시에 대중성까지 잡겠다는 YG엔터테인먼트의 의도가 엿보인다.
 
‘Come Back Home'은 팬들의 허를 찌른다. 노래가 공개되기 전 음악팬들은 지난 1995년 발표됐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 ‘Come Back Home'을 연상했을 터. 하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곡이다. 곡이 담고 있는 주제도 다르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Home'은 문자 그대로 집이지만, 2NE1의 ‘Home'은 떠나간 남자가 다시 돌아와야 할 한 여자의 곁을 의미한다.
 
‘Come Back Home'은 복고풍 멜로디에 이별의 진한 감정을 녹여냈다. 후렴구는 팬들이 따라부르기 쉬운 멜로디로 구성됐다. 하지만 평범하지만은 않다. 곡의 후반부에서 트랩 장르로 의외의 반전을 주면서 2NE1의 개성을 더했다.
 
‘너 아님 안돼’는 신나는 비트에 올드스쿨 멜로디가 조합된 노래다. CL의 매력적인 랩핑으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공민지의 리드미컬한 보컬로 이어진다. 이후 후렴구에서 박봄이 감정을 폭발시키면서 노래는 절정에 다다른다.
 
양현석 YG 대표 프로듀서는 2NE1의 앨범이 공개되기 전 "CL이 만든 음악을 처음 접했을 때 저의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놀랍다'였다. 8년을 함께 해온 CL이 곡을 만들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고, 처음 만든 곡이라고 하기엔 믿기 힘들 만큼 좋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라며 앨범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결과적으로 양 대표는 자신의 말을 증명해 보인 셈이 됐다. 2NE1은 완성도 높은 앨범을 통해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뽐냈다. CL이 중심을 잡아줬고, 개성 있는 목소리를 가진 박봄, 공민지, 산다라박이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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