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신흥국의 통화가치 하락으로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신흥국 인플레이션이 세계 경제의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의 인플레이션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지만 중앙은행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금리를 인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가장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물가 인상으로 압박을 느낀 근로자들이 두자릿수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이며 기업의 이윤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자동차 부품과 식기류를 제조하는 셰필드매뉴팩처링의 경우 랜드화 약세로 수입 원자재인 니켈과 크롬 값이 크게 뛴 가운데 직원들의 임금인상까지 실시하며 비용 부담이 커졌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지 못하며 이달로 끝나는 회계연도에 순익이 7% 감소했다.
브라질 중앙은행도 지난해 기준금리를 인상한데 이어 이번달 추가 인상을 앞두고 있으나 인플레이션 압력을 잡지 못하고 있다. 1월 브라질의 소비자물가는 전년대비 5.6% 상승하며 공식 목표치인 4.5%를 크게 뛰어넘었다. 지난 1년동안 브라질의 헤알화 가치가 달러대비 20% 가까이 하락한 영향이 컸다.
동남아 최대 경제대국인 인도네시아의 1월 인플레이션율은 8%를 넘었고, 태국과 필리핀의 인플레이션율도 모두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 원유 가격이 지난주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원유를 다량으로 수입하는 신흥국들에게 추가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WSJ는 세계 경제 절반을 차지하는 신흥국의 문제는 선진국의 경기호전 시나리에 찬물을 끼얹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과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의 신흥국에 대한 수출이 크게 늘며 신흥국 의존도가 커졌기 때문이다.
신흥국 불안감이 커지며 신흥국 증시에서 빠져나가는 돈도 많아지고 있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올들어 지금까지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국 증시에서 거둬들인 돈은 186억달러로 지난해 한해동안 거둬들인 돈 150억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JP모건은 최근 브라질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5%로 하향조정하며 근거로 아르헨티나에 대한 수출 부진과 정치적 리스크로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없는 점 등을 제시했다. JP모건은 이 밖에도 터키와 남아공, 태국, 칠레 등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하향조정했다.
HSBC는 신흥시장의 부진 때문에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0.5% 깎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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