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보하는 영구임대정책..짓기만 하면 뭐하나
국민임대만큼 오른 임대료..미계약 속출
규칙 개정만 5번..주민 복지 경시 우려
2014-02-06 16:36:15 2014-02-06 16:40:09
[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 등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영구임대주택이 높은 임대료와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저소득층의 주거실태를 외면한 채 공급에만 치우쳐 입주 대기자는 줄을 섰는데 미계약이 속출하는 기이 현상이 발생하는 등 수급 불일치가 심각하다.
 
지난해 9월 입주자를 모집한 인천 동구 만석동 임대주택은 총 70가구 중 절반 가량이 미계약으로 남았다. 이후 12월 두번째 모집공고를 내고 현재까지도 수의계약을 진행하고 있지만 단 4가구만이 추가로 신청했고, 계약 해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아직도 29가구가 비어 있는 상황이다.
 
전국에서 영구임대주택 대기기간이 60개월로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난 인천에 20년만에 처음 공급된 물량이지만 소득기준이 더 높은 국민임대주택과 임대료 차이가 없어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해당 영구임대주택의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는 수급자 기준 전용면적 38㎡가 289만원에 5만7000원, 기초생활수급자 외 영세민(장애인·북한이탈주민·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50%이하 등)은 1100만3000원에 11만7000원이다.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70%이하를 대상으로 공급되는 같은 단지 국민임대주택의 임대조건도 1100만원에 11만7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소득이 적은 영구임대 입주자에게는 부담으로 작용 할 수 밖에 없다.
 
◇인천 동구 만석동 임대주택 조감도 (사진제공=인천시)
 
서울시 SH공사가 신규 공급한 영구임대주택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세곡2보금자리 지구에 들어서는 영구임대주택(3·4단지)의 임대조건은 최고 3434만원에 24만9000원으로 공사의 전세전환이율인 6.7%를 적용해 전세금으로 환산하면 약 7900만원에 달한다.
 
인근에 공급된 장기전세주택 전세금이 800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과연 저소득층 대상 임대주택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4단지의 경우 최초 공급 당시 입주 경쟁률이 0.21대1에 불과했다.
 
SH공사 관계자는 "정부 고시에 따라 임대료가 책정된 것"이라며"그래도 주변 시세보다는 상당히 저렴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국토교통부 '영구임대주택의 표준임대보증금 및 표준임대료' 고시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에게 공급되는 임대주택은 급지별로 임대보증금과 임대료가 ㎡당 최고 8만4572원과 1685원을 넘길 수 없게 돼 있다. 하지만 그 외 입주자에게는 당해 주택가격과 감가상각비, 수선유지비 등을 합산해 산출하고 있다.
 
◇입주 대기기간 평균 22개월..미계약, 계약혜지는 속출
 
 
그러다보니 영구임대주택에 입주하기 위해 대기하는 기간만 평균 22개월이 걸리는 반면, 미계약과 계약 해지분도 적지 않게 나오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오병윤 의원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부터 오는 2017년까지 준공을 계획한 영구임대주택 물량은 2만9000가구다. 하지만 이는 고작 22%에 불과한 영구임대주택 재고율 상승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 2012년말 기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급한 영구임대주택은 19만774가구로 전국 기초생활수급자 가구수 85만689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주거 복지는 어디로
 
주민 복지를 위한 기반시설도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7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통해 영구임대주택 단지에 들어서는 부대시설과 복리시설을 ▲관리사무소 ▲주민공동시설 ▲근린생활시설 ▲유치원으로 대폭 축소했다.
 
지난 1991년부터 총 5번의 규칙 개정이 이루어지면서 약국과 의원 등 주민 편익을 위한 시설과 경찰서와 우체국을 비롯한 공공시설 설치기준이 사라진 것이다.
 
심지어 입주민과 지역 영세민의 취업 확대와 중소기업의 조업 공간 마련을 위해 도입된 아파트형 공장은 물론, 주민 복지에 필수적인 사회복지관까지 이번 개정안대로라면 설치하지 않아도 무방하게 돼 버렸다.
 
지난해 7월부터 주민공동시설 설치 총량제가 도입돼 정부가 개략적인 면적과 최소한의 설치 의무 시설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지자체가 조례로 세부 면적을 정하게끔 한 것이 원인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공동시설 총량제로 오히려 입주자가 필요로 하는 시설을 적재적소에 설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퇴보하는 임대주택사업..행복주택에는 올인 
 
이처럼 임대주택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는 사이 행복주택에만 '올인'하는 정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날로 커지고 있다.
 
역세권 젊은 임대주택으로 시작한 행복주택은 계속되는 주민 반대와 건축비 등 예산 문제로 건립가구 수를 당초 20만가구에서 14만가구로 축소하고, 사업 대상지도 기존 철도부지를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공공용지를 활용하는 것으로 전면 궤도 수정에 들어갔다.
 
이 같은 수정 방안은 기존 임대주택 사업과 별 차이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다 임대료도 영구임대주택보다 비쌀 것으로 전망돼 주거 복지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2014년 국민·영구임대/행복주택 관련 국민주택기금 운용계획안'에 따르면 올해 영구임대주택 예산은 210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반면, 행복주택 예산은 4294억원으로 영구임대 투입 예산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임대주택은 종류별로 입주자격과 임대료가 다른 만큼 양질의 다양한 주택이 공급돼야 한다"며"당초 계획에서도 멀어지고 아직도 건축비나 주민 반대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공급하겠다고 밀어붙인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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