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KB국민, 농협, 롯데카드 등 카드사들의 개인정보 유출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대규모 집단소송이 예상되는 가운데 주요 인터넷 포털 카페들을 중심으로 브로커로 의심되는 카페들이 상당수 개설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사건 발생 사실이 알려진 지난 8일부터 23일 현재까지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는 'KB국민, 농협, 롯데, 집단소송' 이라는 키워드로 검색되는 카페가 21개에 달한다. 인터넷 포털 다음에도 13개 카페가 생겨났다.
이 가운데 변호사나 법무법인 이름을 내걸고 전화번호 및 변호사 약력 등을 투명하게 소개하는 카페가 있는가 하면 정체불명의 카페들도 다수 섞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네이버 공식' 이름 건 카페도 생겨
네이버(Naver)에서 이번 정보유출 사건 피해자를 모집하고 있는 한 카페는 '네이버 공식'이라는 이름을 걸고 피해자들을 모으고 있다.
이 카페를 클릭해서 들어가면 "여러 법무 법인과 변호사가 힘을 합쳐 운영되고 있다"고 공지하고 있지만 정작 어느 법인의 어느 변호사가 참가하고 있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또 "가장 최적인 법무법인 사무실과 변호사를 선별하고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지만 소개의 주체가 누구인지 어떤 기준으로 누가 변호사를 선별하고 있는지도 명시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 카페의 경우 '네이버 공식'이라는 명칭을 카페명으로 사용하면서 피해자들의 눈을 끌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는 어떤 카페에도 '네이버 공식' 이라는 명칭을 허용한 적이 없다"면서 "자칫 네이버가 지원하는 카페로 오인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8일 네이버에 개설된 한 카페는 소송인단과 사건을 수임할 변호사를 함께 모집하고 있다.
◇"변호사에게 게시판 하나 내어주겠다"
KB국민, 농협, 롯데카드 등 이번에 개인정보를 유출시킨 카드 3개사 모두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한다고 소개한 이 카페는 변호사에게 게시판을 하나 내어주고 그 게시판을 통해 소송에 필요한 정보와 증거, 소송비 등을 변호사에게 메일로 보내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2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내 롯데카드센터가 개인정보 유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신용카드를 재발급 받으려는 소비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News1
그러나 이 카페의 피해자와 변호사 모집행위는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변호사법 34조는 '당사자 또는 그 밖의 관계인을 특정한 변호사나 그 사무직원에게 소개·알선 또는 유인한 후 그 대가로 금품·향응 또는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변호사가 아닌 자는 변호사를 고용하여 법률사무소를 개설·운영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변호사가 아닌 자는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를 통하여 보수나 그 밖의 이익을 분배받아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면서 위반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류의 카페는 2012년 KT 올레닷컴 해킹사건과 관련해 KT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개설된 바 있는데, 피해자를 모아 놓은 뒤 "카페를 넘길 테니 사라"며 변호사와 흥정을 벌이는 과정에서 협상이 결렬돼 피해자들이 중간에서 피해를 본 예도 있었다.
실제로 2011년 9월에는 네이트해킹 피해자 카페로 회원 8만7000명을 확보한 일명 '네해카'카페가 카페 관리자와 변호사의 갈등으로 소송 진행이 상당기간 차질을 빚었던 적이 있다.
◇공지·설명 없이 '묻지마'식 카페가입 강요
소송을 누가 어떻게 주도하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무조건 가입만 요구하는 카페도 있다.
다음(Daum)에 개설되어 있는 한 카페는 법률사무소라는 이름을 내걸었지만 소송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어느 변호사가 소송을 대리할지, 청구금액이나 인지대는 어떻게 되는 지 등의 기본적인 정보를 전혀 공개하지 않고 오직 카페에 가입한 일정 등급 이상의 회원에게만 공개하고 있다.
이 외에도 피해자를 모아 집단소송을 준비한다고 공지를 해 놨지만 아예 카페를 돌보지 않아 곧 폐쇄 예정인 카페도 여럿 있다.
또 수년동안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카페 이름만 바꿔 피해자들을 모으는 카페도 있다. 이런 카페는 오랫동안 개설되어 있었기 때문에 사건 발생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가입자들이 눈에 띄게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인터넷을 통한 집단소송 진행은 이제 새로운 소송문화로까지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이같은 정체불명의 카페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피해자들을 유혹해 3차, 4차의 피해가 우려돼 문제다.
소송을 진행하려면 위임장 작성 등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기입이 필요하다. 또 위임했음을 인정하는 날인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인장도 찍어야 한다. 피해자로 특정받기 위해서는 주거지 주소와 전화번호 등도 제공해야 한다.
믿을 수 있는 변호사를 통해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같은 절차를 진행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자칫 '브로커'나 '유령' 카페를 이용할 경우엔 소중한 개인정보를 또 한번 털리게 되는 것이다.
피해를 막는 방법으로 전문가들은 카페를 통해 변호사가 소송을 얼마나 성실하고 꼼꼼하게 운영할 것인지 투명하게 공개한 곳을 눈여겨보라는 조언하고 있다.
집단소송 경험이 많은 한 중견 변호사는 "일반인이 개설한 카페든 변호사가 개설한 카페든 변호사 이름이 공지되면 반드시 전화와 변호사협회 등에 해당변호사에 대해 확인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소송 진행하려면 변호사 반드시 확인해야
그는 "변호사가 일단 소송을 맡는다고 공지가 되면 일이 설령 소송진행이 잘못 되어도 결국 변호사가 책임지지만 확인 않고 있다가 카페가 폐쇄되거나 방치되면 하소연할 곳은 아무데도 없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카페를 통해 수임료나 소송비용 등을 이체하라고 공지되는 계좌번호가 변호사인지 일반인인지도 반드시 따져봐야 하는 부분이다.
인터넷 집단소송을 경험해본 여러 변호사들과 누리꾼들은 "소송비용을 전해 받는 계좌가 변호사나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명의가 아닌 다른 사람 명의라면 100% 사기라고 봐도 좋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소송이 심급별로 진행될 경우 인지대는 어떻게 부담해야 하는지, 위임장 작성은 어떤 식으로 하는지, 청구금액은 얼마이며 어떤 식으로 배분되는 지등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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