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운맘·아이사랑카드 등..엄마 정보 털렸다
특정 카드사에서만 발급..정부 정책 때문에 엄마들 정보유출
정책지원 계속 받으려면 카드해지도 쉽지 않아
2014-01-23 08:48:54 2014-01-23 09:04:34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카드사의 개인정보유출 사태가 애꿎은 엄마들까지 울리고 있다.
 
출산진료비 지원과 보육비·교육비 지원이 정부정책에 따라 특정 카드사의 카드로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각각 5000여만건과 3000여만건 이상의 개인정보유출로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는 KB국민카드와 농협카드가 여기에 포함돼 있다.
 
(사진=국민카드)
 
23일 현재 정부가 특정 카드사를 통해 엄마들을 지원하고 있는 정책은 크게 세가지다. '고운맘카드'를 통한 출산의료비 지원과 '아이사랑카드'를 통한 보육비 지원, '아이즐거운카드'를 통한 유치원비 지원이다.
 
고운맘카드로는 월 50만원(쌍둥이의 경우 70만원)의 임신출산 진료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아이사랑카드로는 어린이집 비용 등 보육비를 아이의 연령에 따라 22만원~39만원수준까지 지원해주고 있다. 또 아이즐거운카드는 월 24만원 가량의 유치원비를 지원하는 카드다.
 
문제는 이들 비용지원이 특정카드로만 이뤄지면서 이번 정보유출의 피해가 적지 않게 발생하게 됐다는 점이다. 카드를 발급받은 엄마들의 입장에선 정책지원을 받으려다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은 셈이다.
 
고운맘카드는 2008년 12월에 국민카드로만 발급이 시작됐고, 2011년 12월부터 신한카드가 추가됐지만 역시 현재 국민카드와 신한카드 두종류로만 카드가 발급되고 있다.
 
병원에서 임신진단을 받은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체국에서 신청해야 하고 우체국에서 신청할 경우에는 국민카드로만 발급이 된다.
 
고운맘카드는 지난해에만 신청자가 49만명에 달할 정도로 임신·출산시 반드시 발급하는 카드로 인식되고 있어서 이번 정보유출에 대한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보육비를 지원받는 아이사랑카드도 국민카드가 포함돼 있다. 아이사랑카드는 2009년 9월부터 전국에 확대발급됐는데, 신한카드로만 발급이 되다가 2012년부터 2기 사업을 시작하면서 국민카드와 우리카드, 하나SK카드 3종류로 발급이 되고 있다.
 
임신과 출산과정에서 국민카드로 고운맘카드를 발급받은 경우 혜택의 연장이나 발급편의 등을 이유로 같은 국민카드로 아이사랑카드를 발급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번 정보유출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5000만명이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국민카드의 경우 가입회원 대부분의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누리과정 유치원비용을 지원받기 위해 발급해야 하는 아이즐거운카드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아이즐거운카드는 사실상 농협카드 한가지로만 발급되고 있다. 부산은행으로도 발급이 되지만 부산지역에서만 활용이 가능한 수준이다.
 
전국 어디에서든 아이즐거운카드가 있어야만 유치원비용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유치원을 보내는 전국의 부모들이 정보유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봐야 한다.
 
아이가 둘 이상인 다자녀가구의 경우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고운맘카드, 아이사랑카드, 아이즐거운카드까지 많게는 3개의 카드를 동시에 발급받은 경우도 있다.
 
출산과정에서 국민카드를 발급받은 경우 이를 해지 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아이가 커갈수록 고운맘카드에서 아이사랑카드, 다시 아이즐거운카드로 갈아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카드도 쌓여만 가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보유출 사태가 발생한 이후 엄마들의 불만도 폭주하고 있다.
 
임신출산이나 육아와 관련한 엄마들의 모임이나 인터넷 카페에는 "국민 아이사랑카드 재발급받으신분 계시나요", "아이사랑카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유치원카드는 농협밖에 안되서 재발급해도 찝찝하다"는 등 개인정보 유출피해를 호소하며 카드교체나 재발급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그러나 정부 지원을 계속 받기 위해서는 재발급이나 카드사 교체가 쉽지 않다.
 
둘째아이 출산을 앞둔 조모씨(경기 고양. 36세)는 "주거래 은행이 국민은행이다보니 아이사랑카드도 국민카드로 만들고 이번에 발급받은 고운맘카드도 국민카드인데 정보가 다 유출됐더라"면서 "재발급을 받으려고 했는데 은행도 너무 붐벼서 만삭인 몸으로 줄을 서기도 어렵고, 전화상담은 연결조차 안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국민 고운맘카드를 갖고 있는 경우 신한 고운맘카드로 갈아탈수는 있지만 카드 신규발급을 위해 소요되는 1주일여간은 카드사용이 불가능하다.
 
고운맘카드를 관리하는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고운맘카드의 경우 신한은행으로 직접 가서 카드교체 신청을 하면 곧바로 교체가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카드가 신규로 발급되는 기간동안에는 카드사용이 안된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즐거운카드는 농협카드 외에는 선택권조차 없기 때문에 카드사 교체는 꿈도 꿀 수 없는 상황.
 
유치원비용때문에 농협카드를 발급받은 김 모씨(서울 구로. 40세)는 "농협 아이즐거운카드를 갖고 있는데, 개인정보 유출조회를 해보니 15개나 털렸더라"며 "아이즐거운카드는 농협카드로만 발급이 되기 때문에 재발급 외에는 해결책도 없다. 해지하고 싶지만 할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해 했다.
 
문제가 심각한 상황임에도 관련 정부 부처에서는 카드재발급이나 교체시에 필요한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피해상황이 어느 수준인지조차 공개하기를 꺼리고 있다.
 
고운맘카드와 아이사랑카드를 통해 정책지원을 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특정카드사의 발급현황정보를 공개할수는 없다"며 "카드발급은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하고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공단에 문의해야 한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임신·출산정보가 유출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국민카드사가 보유한 개인정보는 유출될 수 있다"면서도 "카드사별 발급현황은 공개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카드의 발급과 급여지급을 관리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보건복지부가 관련 통계조차 공개하기를 꺼리고 있지만 이들 카드를 통한 정보유출 피해자 수는 수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통계청 연도별 출생아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출생아수는 고운맘카드가 발급되기 시작한 2009년에 44만4800명, 2010년 47만200명, 2011년 47만1300명, 2012년 48만4300명으로 해마다 50만명 수준에 이른다.
 
고운맘카드는 임신사실만 확인이 되어도 발급이 되기 때문에 중도에 유산된 경우까지 포함하면 출생아수보다 더 많이 발급됐을 가능성이 높다.
 
신한카드가 고운맘카드 발급사로 추가된 2012년 이후 국민 고운맘카드의 신규발급자가 단 한명도 없다는 극단적인 가정을 하더라도 고운맘카드를 통한 피해자수만 150만명에 이른다.
 
여기에 국민 고운맘카드에서 국민 아이사랑카드로 갈아탄 엄마들과 유치원비 지원을 받기 위해 농협 아이즐거운카드를 발급받은 엄마들까지 포함하면 특정카드사만 활용한 정부 정책때문에 이번 정보유출피해를 본 피해자수는 더 불어난다.
 
고운맘카드와 아이사랑카드로 정보유출 피해를 입은 이 모(서울 종로, 33세)씨는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어쩔수 없이 발급받은 카드때문에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며 "정보를 유출시킨 금융사들도 문제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대책을 내 놓지 않고 있는 정부도 무책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유치원에서 학부모들이 2014학년도 유치원 원아추첨에 참여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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