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AI 공포에 재래시장 손님 '뚝'..매출 3분의 1
전통시장·전문식당 중심으로확산
대형마트, 프랜차이즈 아직은 영향 덜 받아
2014-01-22 15:05:09 2014-01-22 17:54:03
[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오리고기 사는 손님이요? 말하기도 힘들 지경이에요."
 
전북 고창군에서 발병한 조류 인플루엔자(AI·AIavian influenza)가 설 대목을 앞둔 서울지역 전통시장에까지 충격파를 주고 있다.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시장. 드문드문 들어선 닭·오리 판매장에는 고기를 둘러보는 손님은 거의 없었고, 무표정한 상인들만 하릴없이 앉아 있었다.
 
요즘 장사가 어떠냐는 물음에 대부분 상인들은 손사래를 치며 AI에 관해서는 아예 언급도 하지 말라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번 AI가 발견된 곳이 오리농장으로 알려지면서 닭고기보다 오리고기의 판매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어렵게 말을 건넨 한 상인은 "(AI가 발생한 이후) 평상시보다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며 "닭은 어느 정도 팔리고 있지만, 오리는 거의 끊겼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AI는 끓여 먹으면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직접 구매까지는 꺼리는 손님이 많다"며 "언론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집중해서 알려야 상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소연 했다.
 
주변의 오리고기 식당도 마찬가지로 AI 발병 이후 매출이 바닥을 치고 있다.
 
고객이 눈에 띄게 줄었고,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도 벌어지고 있다. 예년 같으면 북적였을 연초 신년 모임도 크게 감소했다는 것이 시장통 식당 사장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오리식당을 운영하는 방병수(57·남)씨는 "동창회, 회사 회식 등 모임 장소로 적합한 식당이라 예약을 받은 건수가 상당히 많았다"면서 "하지만 요 며칠사이 기존 예약까지 자꾸 취소되다 보니 90% 가까이 매출이 줄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어 "나이 드신 손님들은 별 거부감 없이 오지만 젊은 층에서는 호응도가 떨어지는 편"이라며 "팬에 볶아서 먹거나 70도 이상 온도에서 삶아 먹으면 문제가 없다"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그나마 대형 할인점이나 치킨 프랜차이즈는 아직 직격탄을 맞지 않았다.
 
인근 이마트(139480) 영등포점에서는 AI가 발병한 이후의 매출이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이 점포의 축산 담당자는 "AI 발생 이후 판매량이 다소 감소했지만, 별 차이가 없었다"며 "하지만 전국적으로 확산되거나 소비자 불안이 계속되면 매출에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치킨은 지난 주말 매출이 전주와 비교해 5.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 처음 AI가 발생했을 당시 일부 업체는 매출의 90%가 줄 정도로 국민적 우려가 컸다"며 "하지만 많은 캠페인의 영향으로 호흡기 질환인 AI의 병원균은 조리 관정에서 사라진다는 사실을 대부분 소비자가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이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소비자를 대상으로 AI를 바르게 알리기 위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AI 통제 구역을 벗어나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전통시장 상인과 일반 식당 운영자들의 근심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영등포시장. (사진=정해훈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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