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제약업계가 의료계 총파업 사태와 관련해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각 사별로 의료계 총파업이 전체 제약시장에 미칠 파장을 분석하는 한편 영업사원(MR)들의 인력 운용 등을 점검하며 대비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공급자인 제약사 입장에서는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사실상 거래처가 문을 닫는 것과 같아 당장 심각한 매출 타격이 예상된다.
때문에 제약사들은 의료계와 정부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이면서, 마케팅 전략을 별도로 수립하고 있다. 관건은 총파업의 현실화 여부와 함께 파업이 강행될 경우 기간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인력 70% 이상이 영업사원일 정도로 일선 영업 비중이 높다. 현재 대한의사협회는 원격진료와 병원 자회사 설립 반대를 이유로 오는 3월3일 총파업을 결의한 상태다. 물론 의료계 내부 이견이 격화되면서 결집력은 약화됐다. 특히 여론마저 이해관계에 사로잡힌 의료계에 등을 돌리면서 정부와의 협상 타결 가능성을 높였다.
17일 각 주요 제약사들에 따르면 의료 총파업 시 매출 하락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일괄 약가인하의 여파를 딛고 3분기부터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터라, 의료계 총파업으로 또 다시 매출 타격을 입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총파업이 강행될 경우 기간도 변수다. 단기간에 마무리된다면 큰 문제 없이 파고를 넘을 수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 매출 급락은 불가피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좋은 방법은 총파업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많은 변수에 준비하고 있다. 파업시 매출 하락은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제약사들은 지역 영업사원들을 총동원해 의료계 동향과 함께 여론 살피기에도 돌입했다. 상위제약사 대부분은 현재 지역 담당 영업사원들을 통해 개원 의사들의 파업 동참 여부를 하나하나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환자와 보호자 등의 여론 수집에도 전력이다. 여론이 총파업 결행을 좌우할 최대 상수라는 판단이다.
실제 상위 제약사인 D사의 경우 지역 모든 영업사원들에게 업무보고 시 반드시 담당 병의원의 파업 동참 여부를 보고토록 조치해 놨다. 해당 제약사 관계자는 "다른 모든 제약사들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영업사원들의 전략적 인력 배치를 준비하는 제약사도 있다. 파업 기간 중 전문약 영업사원들을 일반약 부서와 마케팅 부서로 보내 다른 영역의 경험을 쌓게 하자는 것이다. S사의 경우 파업기간 동안 전문의약품 영업사원들을 모두 일반의약품 파트로 보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파업 기간에 전체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준비하고 있는 제약사도 있다. H사는 파업 진행 여부에 따라 영업부 전체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아직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번 총파업은 현실성이 낮다는 판단 하에 특별한 준비를 하지 않는 제약사들도 있다. G사 관계자는 “영업사원들의 보고를 들어보면, 총파업으로까지 어지지지 않을 것 같다. 하루 50명 이상 환자를 보는, 소위 잘 나가는 의원들은 참여 안 할 확률이 높다”며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지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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