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또 하나의 '747' 공약(空約)이 될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이자 대통령 당선 1년여만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3년 내 잠재성장률 4%와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이라는 이른바 '474' 비전을 제시했다.
대선후보 당시에도 고용률 70%를 제외하고는 성장률은 물론 어떠한 거시정책 목표도 제시하지 않았던 박 대통령이 1년여 만에 경제성장과 관련한 구체적인 숫자를 국민들 앞에 꺼내든 것이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인데, 이명박 전 대통령의 '747' 공약 못지않게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전 대통령의 747공약(7%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강국)이 임기 5년간 반토막의 성과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처럼 무리한 청사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저성장기조 속 잠재성장률 4% 목표는 무리수
잠재성장률은 노동과 자본 등 동원가능한 모든 생산요소를 투입해 물가상승 등의 부작용 없이 최대로 이뤄낼 수 있는 성장률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연평균 7%대에서 2000년대에는 4%로 떨어졌고, 2010년대에 들어서는 지난해 3.6%를 기록하는 등 3%중반까지 추락했다.
잠재성장률이 박 대통령의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0.5%포인트 수준까지 크게 회복되려면 노동과 자본의 투입도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크게 증가해야 하지만 전망은 어둡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10월에 내 놓은 '2014년 및 중기경제전망'을 보면 우리나라의
2013년~2017년 잠재성장률은 연평균 3.6%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4년~2007년의 연평균 잠재성장률 4.4%보다 0.8%포인트나 하락한 수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2011∼2020년 잠재성장률을 3.6%로 예측했고 2021년∼2030년에는 2.7%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낮은 전망치는 잠재성장률을 결정짓는 노동과 자본의 실질성장기여도가 낮은 데서 비롯됐다.
노동의 실질성장기여도는 2008년 이후 2017년까지 '제로'수준에 그치고, 자본의 기여도 역시 1.3%의 낮은 기여도를 보일 것으로 추산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15세 이상의 생산가능인구 증가세는 1990년대에 연평균 1.6%에서 2000년대에는 1.2%에 그쳤다. 2013년~2017년 전망치는 1.0%에 그쳤고, 저출산 고령화가 고착화되고 있는만큼 이 수치는 더 낮아질수밖에 없다.
물론 여성과 노령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이 2008년~2012년 보다 0.8%포인트나 상승해 연평균 61.9%에 이른다는 가정도 함께 담긴 분석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고용률 70% 달성을 목표로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고자 하지만 이것 역시 고용률 증대는 기대할 수 있어도 총 근로시간 확대에는 부정적이어서 총노동투입량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무형고정자본투자 등 고정자본의 형성 증가율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예산정책처는 2013년~2017년 평균 설비투자의 전년대비 증가율이 4.1%로 금융위기 이전인 2004년~2007년 연평균 6.7%보다 2.6%포인트나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경기 악화로 건설투자도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 정부는 SOC투자가 GDP대비 적정규모인 2.52%~3.08% 범위 안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지만, 민간의 투자사업과 공기업, 지자체의 SOC투자가 부진하면 SOC투자가 적정규모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재정투입여건이 좋지 않은 점도 잠재성장률 4% 목표에 부정적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투자부문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잠재성장률의 0.1%포인트에 불과했지만 공공부문(정부소비+정부투자)의 성장기여도는 0.6%포인트에 달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정부주도의 경제에서 민간주도의 경제로 전환하는 것을 올해 경제정책의 큰 방향으로 잡고 재정지출보다는 규제완화를 통한 민간투자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상반기 재정조기집행비율도 지난 5년간 평균 60%를 웃돌았지만 올해는 55%로 잡으면서 사실상 민간투자가 살지 않으면 잠재성장률 회복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우리 경제는 더 이상 1970년대의 고도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렵다. 선진국형 저성장 시대로 진입한 것"이라며 "정부가 여전히 개발연대 시대의 사고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7년간 2만불인데 3년만에 두배로?
박근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언급하며 "3년 후 우리 경제의 모습은 잠재성장률이 4% 수준으로 높아지고, 1인당 국민소득은 3만달러를 넘어 4만달러 시대를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기적인 목표는 1인당 국민소득(GNI) 3만달러이지만 같은 기간 안에 4만달러까지도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피력한 것이다.
그러나 3년만에 현재의 두배에 달하는 4만달러 목표를 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미 이명박 정부에서 747공약의 실패로 4만달러의 비현실성이 확인된바 있다. 그나마 3만달러가 현실적인 목표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7년 처음으로 2만달러를 돌파했지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다시 2만달러 아래로 떨어졌다가 2010년에 2만562달러, 2011년 2만2451달러, 2012년에 2만2700달러, 지난해 2만4000달러 수준까지 조금씩 개선되는 수준이다. 무려 7년간 2만달러 초반에 머물러 있는 셈.
물론 일본과 스웨덴은 5년만에 2만달러 소득에서 3만달러 소득으로 올라섰고, 독일은 그보다 짧은 4년만에 2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뛴 기록이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경우 1980년~1990년대 세계경제 호황기에 이뤄낸 성과인데다 일본과 같이 환율(엔고)효과까지 등에 업어야만 달성이 가능한 기록이다.
당장 환율환경만 하더라도 원화가치가 절상되고는 있지만, 달러화 강세를 뒤집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3년만에 3만달러를 넘어서려면 경제성장만으로는 불가능하고, 환율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당분간 엔저와 달러화 강세가 예상되기 때문에 환율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나마 경제체질개선이 4만불시대의 추진동력으로 꼽히지만, 정부가 손에 꼽고 있는 서비스산업 육성과 각종 규제완화 방안은 상당부분 현실의 벽에 막혀 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체질개선과 관련해 "그동안에도 몰라서 안했던 문제가 아니라 알면서도 안된 문제였다"면서 "결국 서비스산업을 키워야 하는데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쉽지 않다.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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