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역팽창·시장불황'..불법 수임에 빠져드는 변호사들
'개인회생 불법수임' 피소 대부분 변호사 개업 3년 미만 초임
"구조적 개선 없인 사건 재발 못막아..'모럴해저드' 만연 우려"
2014-01-02 16:21:08 2014-01-02 16:42:41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검찰이 2일 무더기로 기소한 변호사등 법조직역 종사자들의 개인정보 불법유통 사건은 사실상 어느 정도 예견되어 왔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가뜩이나 포화상태인 법률시장이 최근 로스쿨제도 도입과 유사 법조직역 종사자 증가로 시장 붕괴상태까지 다다랐다는 경고는 변호사 업계에서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었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로스쿨 제도 도입이라든지 유사 법조 직역에 근무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사실상 사건 수임이 잘 안되는 형편"이라며 "불법적으로 수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장기적인 경제 불황으로 개인회생 및 파산 희망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2010년 4만6972건, 2011년 6만0517건, 2012년 9만0378건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13년 한 해 1월부터 11월까지 총 9만6412건이 접수돼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만3504건(약 16.2%)가 늘었으며, 12월 접수건수까지 합하면 처음으로 10만 건이 넘을 기세다.
 
이번 사건은 결국 변호사업계 등 법조직역의 불황과 일반 시장경제의 불황이 서로 상승효과를 내면서 발생한 것으로, 그 결과에서 파생되는 후유증 역시 매우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특히 "이번 사건이 개인회생신청제도의 악용으로 개인회생 신청자들의 모럴해저드(moral hazard,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개인회생신청제도는 소득 중 한달 생계비만 뺀 나머지를 5년동안 성실히 납입하면 나머지 채무를 면제해주는 제도이다. 그러나 콜센터업자들은 이런 설명 없이 채무가 탕감된다는 말만 강조함으로써 결국 개인회생자격조차 상실돼 회생의 기회마저 잃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또 변호사, 법무사 사무실에서는 업자들로부터 사건을 건네받고 사정이 어려운 채무자들에게 캐피탈이나 대출중개업자를 통해 대출을 받도록 집요하게 권한 다음 대출금을 수임료 명목으로 직접 챙기는 방법으로 수익을 얻어 채무자들의 채무를 더욱 가중시킨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번에 기소된 변호사 사무실에서는 제3자 명의의 차명계좌까지 동원해 수임료 명목으로 선임료를 지급받고 콜센터 업자들에게 개인회생 알선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는 등 변호사의 2차적인 불법행위가 발생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사실 중 또한 심각한 것은 기소된 변호사가 개업 3년 미만의 새내기 변호사라는 점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기소된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수료후 바로 개업한 변호사로, 법무법인에 고용변호인으로 들어갔다가 1년 정도 근무한 뒤 바로 개업한 경우"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원로 변호사는 "개업한지 얼마 안 된 새내기 변호사들의 경우 사무실 운영이 어려운 상태에서 범죄에 대한 유혹을 더 많이 받는 것 같다"며 "구체적인 대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변호사들의 불법수임 사건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변호사 업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변호사 밀집도가 가장 높은 서울 서초동의 경우 7000~8000명의 변호사들이  개업하고 있지만 이들 가운데 사무실 임대료 조차 내지 못하는 경우가 7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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