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그룹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열린 신축회관 준공식에 참석하고 있다. © News1
[뉴스토마토 최승환기자] 무려 14년 만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찾았다. 지난 1999년 이후 처음이다. 그간 담을 쌓고 지내던 친정에 다시 발을 들여놓으면서 구 회장은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그의 복귀(?)로 전경련은 활기를 되찾았다.
이날 구 회장의 깜짝 등장은 전경련으로부터 참석자 명단이 전해지기 전까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그만큼 이례적이었다. 그간 재계 안팎에서는 DJ 정부의 인위적 구조조정인 빅딜과 이 과정에서 점철된 갈등에 대한 소원함 때문에 구 회장이 의도적으로 전경련을 멀리하고 있다는 설이 유력하게 나돌았다.
한때 LG라는 한지붕 아래 있던 GS그룹의 허창수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에 오른 직후 구 회장의 전경련 복귀가 조심스레 점쳐지기도 했지만 구 회장은 여전히 전경련을 멀리 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에 대한 예우로 이날 행사장을 찾은 것일 뿐 거리감은 여전하다는 해석도 내놨다.
이에 구 회장은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전경련 행사장을 자주 찾을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예"라고 짧게 답했다. 박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이 모인 간담회장으로 옮기는 그의 발걸음에도 힘이 들어갔다. 수줍은 듯한 미소는 이날도 여전했다.
특히 이날 구 회장은 4대 그룹 총수로는 유일하게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해외 체류의 이유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구속 중인 탓에 사전 불참이 통보된 바 있다. 당초 참석 예정이었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독감으로 김용환 부회장을 대리 참석시켰다.
구 회장을 비롯해 허창수 전경련 회장,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홍기준 한화그룹 부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등이 행사장을 찾아 전경련의 신축회관 준공식을 자축하는 한편 손님맞이에 나섰다.
한편 이날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내년 경제상황에 대해 재계의 깊은 우려를 전달했다. 이 회장은 준공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상반기까지는 되게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을 나타냈다.
이 회장은 "엔저에 따른 일본과의 환율 경쟁에 내년에 전반적으로 양적완화가 축소된다면 우리경제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인도나 개발도상국 경제도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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