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11일 정부가 수백조원의 부채에 허덕이고 있는 공공기관의 정상화 대책을 내 놨지만, '낙하산' 문제로 지적되는 공공기관의 기관장 인선과 관련한 대책은 제외했다.
이미 상당수 공공기관의 기관장 인선이 마무리된 후에 발표된 대책인데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만큼 이를 회피하고, 행정부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문제부터 다루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오히려 정부는 낙하산인사에 문제의 근원이 없다며 낙하산 인사를 공식화하는 분위기다. `자리`만큼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는 낙하산에 반대하는 여론도 무기력하게 한다.
◇"낙하산이라고 경영 못하란 법있나"..입맛에 맞는 `황당 논리` 펼쳐
당초 정부는 지난 7월 8일에 발표한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에서 올해 4분기 중에 기관장 인사를 포함한 공공기관 인사 자율성 및 전문성 제고방안을 내 놓기로 했다.
당시 정부 발표안을 보면 기관장으로 "역량있는 인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임원추천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고 계획돼 있다.
특히 세부적으로 기관장과 감사 등의 임원 직위별 전문자격요건을 구체화하고, 이를 규정화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5개월 후인 11일 발표된 내용에는 이러한 계획들이 단 한줄도 언급되지 않았다.
최광해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은 "인사제도 개선은 앞으로 검토하고 추진해 나가겠다"면서 "임원추천위원회 등 임원선임절차도 개선방안을 강구해야 하지만 당분간은 현행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국장은 이어 "현행 경영평가상에서도 기관의 방만경영 해소 노력이 부족하면 해임건의가 가능하다. 기관장의 문책과 관련해 출신성분과 무관하게 굉장히 강력한 조치가 돼 있다"면서 "이런 부분은 임명하는 과정에서도 견제의 장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상당수 낙하산들이 자율성이나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방식으로 임명이 완료됐다는 점이다.
당장 정부의 공공기관 대책 발표일인 이날 오전에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김성회 전 새누리당의원이 선임됐고, 그 직전에도 김학송 전 새누리당 의원이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선임됐다.
민주당이 분석한 결과 박근혜 정부 들어 실시한 공공기관장 인사 중 48%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이거나 박 대통령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는 낙하산 인사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김상규 기획재정부 재정업무관리관(차관보)은 "내부인사가 아니면 다 낙하산이라는 표현도 안 맞는 것 같다"면서 "경영능력은 해봐야 알겠지만, 정치적인 자질이 있는 사람이 오히려 더 잘할수도 있다. 공공기관업무를 너무 과다평가하는 것 같다. 너무 정치인을 폄하하는 것은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낙하산도 일 못하면 해임건의?..낙하산 다음은 또 낙하산
정부는 공공기관 낙하산인사 문제에 대해 이번 대책으로 충분히 견제장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미 선임된 낙하산들이라고 하더라도 경영평가에 대한 규제가 충분하고 이를 통해 당장 내년이라도 해임건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제시한 자구노력 계획 및 부채감축계획의 이행률이 떨어지는 기관에 대해서는 기관장의 경영평가도 진행되기 때문에 등급을 제대로 못받으면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광해 국장은 "기관장이 책임지고 해결하도록 하고, 실적이 부진하면 해임건의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서 "현실적으로 올해 임명되신분들도 내년 10월에 해임건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해임을 건의할수는 있지만 낙하산 인사 자체를 막을 대책은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이번에 낙하산인사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다음 기관장인선 시점이 오면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게 됐다.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인수위 시절에 새 정부에서는 공공기관 낙하산을 없애겠다고 했는데 지금 다 하고 있다"면서 "공공기관 개혁방안은 우선순위가 잘못됐다. 낙하산 인사문제 해결을 하지 않고서 개혁을 하겠다는 것은 현상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개혁방안의 진정성을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에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합리화 정책방향에는 기관장 인사시스템 개선문제가 정책방향으로 언급돼 있다.(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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