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의약품 유통마진을 놓고 한국제약협회와 한국도매협회 간 정면충돌 양상이 격화되면서 여론이 한층 악화되고 있다. 이해관계에 몰두하면서 정작 국민건강은 내팽겨졌다는 불만이다.
이에 리베이트 홍역을 치른 제약계 내부에서조차 비판과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업계 최대 현안인 ‘시장형실거래’ 재시행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양 협회가 분열된 모습을 보이면서 각자의 실익만 따지는 것에 대해 회원사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
싸움의 시작은 도매협회와 한독과의 의약품 유통마진 이견에서 비롯됐다. 도매협회는 유통마진으로 8.8%를 요구했지만 이를 한독이 거절했다. 급기야 황치엽 도매협회 회장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한독 본사 앞에서 '한독 저마진 규탄 1인 시위'에 돌입하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섰다.
제약협회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긴급이사회를 열어 한독 제품의 유통을 집단 거부한 도매협회를 향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불법적 실력 행사”라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양 협회 간 전면적 싸움으로 비화됐다.
도매협회는 이러한 제약협회 요구를 묵살하고 지난 5일부터 테헤란로 한독 본사 앞에서 황치엽 회장에 이어 협회 간부들이 돌아가며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갑을 논란에 대한 여론을 의식, 한독 측에 갑의 횡포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실정.
◇황치엽 한국도매협회 회장이 지난 5일 강남구 테헤란로 한독 본사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조필현기자)
이를 바라보는 제약계는 착잡하기만 하다. 제약과 도매는 한지붕 아래에서 공생하는 관계인데, 어쩌다 이렇게까지 분열됐는지 회원사들의 반응은 불만과 한숨이 교차한다. 제약업계 특성상 의약품 생산은 제약사가, 유통은 도매협회를 통해 거래된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양 협회가 싸울 시기냐"며 "정부는 어떻게 해서든지 규제정책을 만들어 제약계를 손에 쥐고 흔들려고 하는데, 유통 마진을 놓고 이렇게 싸우는 모습이 한심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양 협회가 제약계 공생발전을 위해 그동안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한 목소리를 내도 힘겨울 판에 서로의 이익만 추구하려는 협회 모습에 답답하기만 하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양 협회 수장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온다. 수장으로서 사태의 엄중함을 도외시한 채 무능력만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그간 참아왔던 불만들도 연이어 쏟아내기에 이르렀다. 사태 이후 뒤늦게 허둥지둥대는 사후약방문의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엄중한 상황일수록 협회장들이 싸움에 직접 개입하기 보다 중재와 조정의 역할에 매진해야 한다"면서 "도대체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알고나 있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 어느 때보다 내부 비판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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