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제약업계도 2세경영에 돌입했다. 경영권을 둘러싸고 일부 잡음이 인 곳도 있었다. 부침 끝에 2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이들의 경영능력이 시장의 평가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특히 창업주가 기업의 터전 마련과 함께 국내시장을 타깃으로 해 온 것과 달리 2세들은 본격적으로 글로벌화 전략에 매진한다는 계획이어서 성패 여부도 주목 대상이다. 기업의 명운이 이들 손에 달렸다.
녹십자는 내달 1일 허은철 부사장
(사진)을 경영 전면에 내세우는 인사를 단행한다. 허 부사장은 창업주 고 허영섭 회장의 차남이다. 녹십자는 그를 위해 기획조정실을 신설한다. 허 부사장은 기획조정실장으로써 사실상 영업과 생산, R&D 등 경영 전반을 총괄하게 된다.
그는 특히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해외임상을 진두지휘한다. 녹십자는 현재 면역글로불린제제(혈액제제) ‘아이비글로불린 에스엔’의 미국과 캐나다 임상 3상을 마무리한 상태로, 시장 진입만을 기다리고 있다.
녹십자는 내년 미국과 캐나다에서 허가를 마치고, 오는 2015년 미국에서 먼저 ‘아이비글로불린 에스엔’을 출시할 계획이다.
리베이트 정국에서 경영 시험대에 오른 2세도 있다. 윤재승 대웅제약 부회장이다. 윤 부회장은 창업주 윤영환 회장의 3남으로, 지난해 7월 부회장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업계에서는 일찍이 경영능력이 검증된 만큼 사실상 윤 부회장이 대웅제약 후계자로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다.
다만 창업공신들까지 내치는 과도한 성격은 포용의 한계로 지적된다. 특히 그가 업무에 복귀한 지 1년여만에 검찰로부터 불법 리베이트 혐의 관련 압수수색을 당한 점은 치명타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대웅제약이 불법 리베이트를 건넨 혐의를 포착, 삼성동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악재 속에서도 윤 부회장은 해외임상에 집중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메로페넴 주사제(항생제)를 미국시장에 출시하기 위해 지난 5월 FDA 최종 허가를 등록해 놓은 상태다. 내년 미국시장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제약 3세 경영체제가 본격화된 곳도 있다. 지난 4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동아제약은 2세인 강신호 회장에 이어 3세인 강 회장의 4남 정석씨가 동아쏘시오홀딩스 사장에 올라 후계자로서 낙점됐다.
강정석 사장 역시 글로벌 진출을 위한 해외임상에 집중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현재 슈퍼항생제 ‘테디졸리드’의 미국 진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테디졸리드’가 내년 FDA 최종 허가를 받게 되면 LG생명과학 ‘팩티브(항생제)’ 이후 국산 신약으로서는 두 번째 미국 출시 제품으로 기록된다.
이밖에도 지난 7월 광동제약 창업주 최수부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경영권은 최 회장의 장남인 최성원 사장에 승계됐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창업주가 국내 제약시장 텃밭을 일궜다면 2, 3세 경영인들은 해외진출을 본격 모색하는 등 세계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성공 여부는 '신약'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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