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지난 20일 이른 아침 찾은 성북구 길음동 1170번지 일대 소리마을. 새로 깔린 보도블럭 위로 어린 두 아들이 아빠와 함께 등굣길에 나선다.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일제히 배달에 나서고 한 할아버지는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나왔다. 자신을 오씨 할아버지라고 밝힌 이 주민은 "날씨가 추워도 마을이 깔끔해져 돌아다닐 맛이 난다"고 말했다.
뉴타운 존치1호 지역인 길음동 소리마을이 주민참여형 주거정비사업을 통해 더 살기 좋은 마을로 변했다. 재개발 같은 '큰 칼'을 대지 않고 ▲CCTV 설치 ▲주차장 확충 ▲가로환경 개선 ▲주민커뮤니티센터 설립 등을 통해 새단장을 마쳤다.
(사진=최봄이 기자)
획기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낙후된 마을 기반시설을 정비하면서 주민들 스스로 마을을 가꿔가도록 한 것이다.
지난 9월말 마포구 연남동이 '박원순표 주거정비'의 첫 완성지역으로 소개된 데 이어 길음동 소리마을은 뉴타운 존치구역 중 처음으로 마을정비를 마친 사례가 됐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주택가가 한결 깔끔해지고 넓어졌다는 점. 서울시는 가로환경 개선을 위해 차량 위주의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보행자 친화적인 보도블럭을 설치했다.
성북구의 '내집 주차장 갖기' 지원사업으로 길가 무단주차도 줄어 길이 더 넓어 보이는 효과도 거뒀다. 비탈길에는 계단을 설치해 보행자들의 생활 속 불편함을 세심하게 챙겼다.
대학생 박소연(26)씨는 "예전에는 밤길에 주차된 차량 때문에 갑자기 누가 튀어나오진 않을까 불안했는데 길이 넓어지고 CCTV도 설치돼 조금은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서울시)
소리마을은 오세훈 전 시장 재직때부터 뉴타운 대안사업이 추진됐던 곳이다. 상대적으로 노후도가 낮고 재개발에 대한 의지가 적은 지역을 '휴먼타운'으로 지정한 것이다. 인근 고층 아파트 단지 사이에 저층 주택지로 남아 있는 소리마을이 더 돋보이는 이유다.
휴먼타운 사업은 박원순 시장 취임 후 주민참여형 마을정비 모델로 발전했다. 마을의 현 모습을 보존하면서 불편한 부분만 고쳐 쓰는 이 사업에 주민 50% 이상이 찬성했다.
주민자치를 강화한 것도 박원순식 주거환경정비사업의 중요한 특징으로 꼽힌다. 과거 관 주도 도시정비에서 벗어나 주민들이 원하는대로 다양한 마을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마을정비에 대한 주민 만족도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협동조합식 마을기업이 활성화 돼 지역 경제를 살리는데도 기여할 수 있다.
◇소리마을 주민자치센터(사진제공=서울시)
소리마을 주민교류의 거점이 될 커뮤니티센터는 지하 1층, 지상 4층 총면적 488.99㎡ 규모로 지어졌다. 마을운영위원회가 성북구와 함께 머리를 맞댄 결과물이다.
성북구와 마을운영위원회는 오는 22일 개관 기념행사를 열고 주민커뮤니티센터를 ▲마을관리사무소 ▲마을카페 ▲주민문화체육공간 ▲지역아동센터 ▲순환용임대주택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마을협동조합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주민 이애재씨는 "마을카페는 주민들에게 일자리와 함께 바리스타 교육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순환임대주택은 저소득층이나 센터에서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주민에게 제공될 것"이라며 "현재 주민 80여명이 참여하는 협동조합 법인을 만들기 위해 서류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시는 45개 구역에서 주민참여형 주거환경관리사업을 추진 중이며 소리마을을 포함해 7개 구역 사업이 올해 말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신규대상지를 매년 15곳씩 지정하되 뉴타운 등 재개발 해제(예정)지역을 우선 선정할 방침이다.
이건기 시 주택정책실장은 "길음동 소리마을을 시작으로 뉴타운 해제구역, 재개발·재건축 해제구역에 대한 정비사업을 우선 추진해 지역색이 살아 있는 주민공동체를 활성화할 계획"이라며 "특히 마을을 가장 잘 아는 주민들이 다양한 맞춤형 마을계획을 수립해 추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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