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찬현, 불리한 자료는 제출 않고 문제없는 자료만 제출"
감사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자료 부실 제출 문제로 한때 정회
2013-11-11 13:04:53 2013-11-11 13:08:49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11일 국회에서 열린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황 후보자의 부실한 자료제출 문제로 한때 정회됐다.
 
야당 의원들은 청문회 시작 직후부터 황 후보자의 부실한 자료 제출을 문제 삼았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자료 미제출, 부실자료 제출, 부실 답변의 수준이 전례가 없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단순히 인사청문회에 임하는 자세를 넘어, 감사원장의 기본 자질을 의심하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맹비난했다.
 
김 의원은 "1주 전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는데 1주일 내내 자료 제출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 금요일 민주당 의원들이 직접 전화해 성실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음에도 자료 제출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황 후보자의 서울중앙지법원장 재직시절의 업무추진비 내역에 대한 제출 자료의 부실을 지적했다.
 
그는 "황 후보자는 지난 금요일에 지출 내역과 영수증 등은 없이 총액만 제출했다. 그리고 10일 저녁 6시가 넘어 법원에서 업무추진비를 지급 결제한 내역을 보내왔다. 언제, 어디서 썼는지에 대한 자료는 전혀 내지 않았다. 그래서 '이러면 청문회를 못한다'고 통첩하니 밤 12시가 돼서야 냈다. 그런데 그 자료를 밤새 검토해보니 업무추진비는 3900만원 썼다면서 사용내역은 2300만원밖에 안 됐다. 1600만원의 자료가 누락돼 있었다"며 "피감기관이 이런 식으로 자료를 제출했을 때 감사원이 이런 자료를 받아서 감사하겠나"고 따졌다.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사진=장성욱 기자)
 
새누리당 소속인 서병수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이 "후보자의 선서를 받고, 청문회를 진행하며 그 부분을 검토하자"고 제안하자, 김 의원은 "후보자의 도덕성을 검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데, 어떻게 청문회를 하나"고 거부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도 "황 후보자는 내정 후 청와대로부터 검증에 대한 자료를 요구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가 요구하는 자료는 제출하지 않는 것인가"라며 "야당 의원들이 제출을 요구한 자료의 목록만 뽑아봤더니 10장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황 후보자의 황당한 자료 제출 사례도 밝혔다. 서 의원은 "김기식 의원이 후보자의 법원 재직 중 저서, 논문, 세미나, 토론회, 인터뷰 자료 등에 대해서 그 목록과 내용을 달라고 했다. 그런데 답변은 '관련 내용은 서병수 위원장에게 제출한 목록 21번을 참조하라', '인터뷰 자료는 서영교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 4번을 참고하라'고 왔다"고 전했다.
 
서 의원은 그러면서 "황 후보자가 저한테 보낸 자료 4번을 읽어보겠다. '요구하신 자료는 별첨자료 CD에 담아서 서병수 위원장에게 제출할 예정이오니 서 위원장 자료를 보고 참조하라'고 돼 있다"며 "김기식에게 자료 요청했더니 서영교 것 보라고 하고, 서영교 것을 보니 서병수 것 보라고 돼 있다. 모두가 이런 식이다"고 성토했다.
 
서 의원 또 자녀의 SK 입사와 관련해 황 후보자가 SK에 유리한 판결이 있다고 봤다며 자녀들의 성적 관련 자료도 요구했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그 내용이 있어야 이에 대한 의혹이 없다고 정리된다. 그렇지 않으면 자꾸 의혹 제기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선 개인 프라이버시라 줄 수 없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무소속 강동원 의원도 "가장 도덕적이어야 할 감사원에서 자료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는 이율배반적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감사원은 피감기관이 자신들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한 사례가 있다"며 "가장 도덕적이고 청렴성을 강조해야 할 공직 후보자로서 인사청문회의 자료 제출 거부는 고발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야당 측 간사인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는 자료 제출 요구 답변에서 자녀의 장학금 수령 사항과 본인의 저축은행 계좌내역과 관련해 11일 은행 문이 열면 제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우리는 이 자료들을 지난 수요일에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회를 하고 이 자료를 받아 개의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에 서병수 위원장이 "언제까지 자료들을 제출할 수 있나"고 묻자, 황 후보자는 "열심히 자료를 준비하고 답변했지만 시간이 짧고 늦게 된 점을 널리 양해해달라"며 "CD는 각 의원실에 제출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전갈을 받았고, 업무추진비 정비 자료 사본은 준비 중으로 신속히 제출될 수 있도록 법원에 요청을 청구하겠다"고 말했다.
 
황 후보자의 답변에 서 위원장은 "후보자의 답변을 보면 마치 남의 일을 갖고 보고하는 것처럼 보인다. 공직후보자로서의 답변 자세가 아니다"며 "남 얘기하는 것처럼 하는 것을 지양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자료 제출을 언제까지 되나"고 재차 물었다.
 
이에 황 후보자가 "지난번 약속대로 은행 문이 열면 (제출하겠다)"고 답하자, 서 위원장은 "은행문은 이미 열었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황 후보자는 "지금 준비가 다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황 후보자의 답변에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회의 속개 후 "후보자의 답변은 사실이 아니다. 후보자가 말한 업무추진비나 특정업무경비 내용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확인 결과 맞지 않는 부분도 많다. 금융거래 내역도 부실하다. 의원들의 요청대로 자료가 도착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홍 의원은 또 "후보자는 불리한 자료는 제출하지 않고 유리한 자료만 제출했다. 몇 가지 문제가 있는 판결문에 대해선 자료 제출을 하지 않고, 문제가 없는 것만 제출했다"고 비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