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새누리당 정권 차원의 문제로 번진 대선 개입 사태에 대한 입장 표명 여부가 주목되는 박근혜 대통령이 야구 시구로 도마에 올랐다.
박 대통령은 27일 서울 잠실구장을 '깜짝' 방문해 한국시리즈 3차전 시구자로 나섰다. 박 대통령의 이날 시구는 역대 네 번째로 큰 화제가 됐다.
그런데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들의 대선 개입 문제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른 현 시점에서 박 대통령이 '침묵'과 '시구'를 선택한 것이 적절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며 박 대통령을 "수혜자"로 지칭한데 이어 26일에는 "이제는 대통령께서 답할 차례"라며 응답을 촉구했다.
그렇지만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의 면담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은 적 없다"며 "댓글 때문에 대통령 됐다는 것인가"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던 박 대통령은 침묵을 유지한 채 시구로 대답했다.
이에 '국민대통합'이라는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무색하게 여론이 반으로 쪼개지는 국론 분열의 우려스러운 상황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손병두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10.26을 맞아 "간첩이 날뛰는 세상보다는 차라리 유신시대가 더 좋았다"는 말로 논란을 일으켰다. 심지어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은 고 박정희 대통령을 "아버지 대통령 각하"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그러자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를 즉각 북한의 "어버이 수령" 신격화 호칭과 같다고 비교하는 등 여야의 갈등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격화되고 있는 상태다.
확인된 대선 개입 정황과 줄을 잇는 의혹들에 관한 여야의 대결을 종식시키고, 극단적으로 갈리는 목소리를 진정시킬 수 있는 사람은 박 대통령뿐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2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박 대통령이 법대로 하면" 정국이 안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 전 장관은 "지난 정부 때 국가기관들이 불법적 선거 개입을 한 정황이 너무 뚜렷하니까 철저히 수사해서 진상을 밝히고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하겠다고 딱 담아내면 끝난다"고 단언했다.
한편 이 와중에 정홍원 국무총리가 28일 대국민 담화문을 내놨다. 야권의 강력한 입장 표명 요구에 대해 정 총리가 대통령 대신 대타로 나선 셈이다.
야당은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민주당은 정 총리의 담화에 대해 "박비어천가의 결정판", "국민은 국민의 눈높이로 소통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정국호도용 '물타기' 담화", "국민은 대통령의 '시구'가 아닌 '목소리'를 원한다" 등의 표현을 써가며 냉담한 모습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하던 윤석열 특별수사팀에 대한 외압 문제까지 불거진 마당에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박 대통령이 직접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박 대통령의 입에 세간의 관심은 더욱 쏠리는 분위기다. 격한 갈등 국면의 향후 전개 방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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