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마포구 효성 본사.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최승환기자] 조석래
효성(004800)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가 해외법인의 대출금을 허위로 손실처리하고 800억원 가량의 원금과 수익을 빼돌렸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25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효성그룹 총수 일가가 지난 1996년 해외법인 대출금 200억원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홍콩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세운 뒤 외국인 투자자로 가장해 국내 주식을 사고팔아 막대한 이익을 얻고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효성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조 회장 일가가 1996년 효성물산의 싱가포르 현지법인인 '효성 싱가포르' 명의로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200여억원을 대출받은 뒤 효성 임원 명의로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해 국내 주식인 카프로를 사들인 것을 적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프로는 나일론 원료인 카프로락탐의 국내 독점생산 업체로 1, 2대 주주인 효성과 코오롱이 장기간 경영권 분쟁을 벌인 회사다. 당시 효성과 코오롱은 공장 증설과 관련해 이견을 보여 경영권 분쟁에 돌입했다.
효성 총수 일가는 카프로 주가가 대폭 오른 2011년에 페이퍼컴퍼니가 보유한 주식을 되팔아 수백억원의 차익을 얻고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프로 주가는 매입 시점인 1996년 주당 평균 4000~5000원에 거래됐으나, 2011년에는 2만7000~2만8000원으로 무려 6배가량 급등했다.
또 지난 2006년 2월, 외환위기 때 대규모로 발생한 해외 부실을 숨기기 위해 3511억원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자진 고백할 당시 싱가포르 현지법인이 받은 대출금도 함께 손실처리한 뒤 페이퍼컴퍼니의 투자 원금과 수익을 모두 빼돌린 것으로 사정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로 인해 800억원대에 이르는 페이퍼컴퍼니의 자산은 현재 홍콩의 투자관리회사에 은닉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효성 관계자는 일부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홍콩 특수목적회사는 카프로로부터 안정적으로 나일론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설립한 것으로, 모든 돈은 계좌에 고스란히 남아있다"며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은 없고, 총수 일가의 비자금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통해 의혹을 해명하겠다"고 덧붙였다.
국세청은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으나 일부 관계자는 "몇몇 의혹에 대한 혐의는 포착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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