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보연의 IT 내비게이터)미러리스 카메라 열전①-프로같은 아마추어 되기
올림푸스 'PEN E-P5' vs. 후지필름 'X-M1'
2013-10-07 09:00:00 2013-10-07 09:00:00
[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섬 전체가 꽃밭으로 조성된 거제 외도보타니아, 외로운 왕버들의 정취를 담을 수 있는 주산지, 은빛 억새밭이 장관을 이루는 정선 민둥산.. 가을은 출사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벌써부터 사진 동호회에서는 온 산을 물들일 단풍에 출사에 나설 분들을 모으고 있고, 산악회에서도 가을산 즐기기 모임을 하나 둘 꾸리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카메라 장만을 하지 못한 지인들이 종종 질문을 던집니다. "프로 사진가는 아니지만 어떻게 찍어도 그럴싸한 사진을 담고 싶은데, 어떤 카메라를 쓰는게 좋을까?" 사진을 찍는 실력은 아마추어지만 어디서나 손쉽게 촬영하고 만족스런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는 카메라, 과연 어떤 제품들이 있을까요.
 
그래서 직접 써봤습니다! 쏟아지는 미러리스 카메라들 속에서 어떤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을지 고민스러운 소비자들에게 한 줄기 도움의 손길을 드리고자, 올 하반기 시장에 등장한 미러리스 카메라 4종을 지난 9월 한달동안 일주일씩 고루 사용해봤습니다.
 
◇왼쪽 윗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올림푸스의 '펜(PEN) E-P5', 후지필름의 'X-M1', 소니의 'NEX-5T', 삼성전자의 '갤럭시 NX'.(사진=곽보연 기자)
 
1편에서는 고전적인 매력을 담은 미러리스 카메라 올림푸스 'PEN E-P5'와 후지필름 'X-M1'을 먼저 살펴봅니다. 2편에서는 조금 독특한 개성이 있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NX'와 소니의 따끈따끈한 신제품 'NEX-5T'를 살펴봅니다.
 
◇매니아층 거느린 미러리스계 거장 올림푸스 'PEN E-P5'
 
올림푸스는 2009년 세계 최초로 '미러리스'라는 개념의 카메라를 탄생시킨 기업이기도 한데요, 올림푸스 제품들 가운데서도 PEN은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을 정도로 매력있는 제품입니다. 클래식한 디자인에 한손에 들어오는 크기, DSLR의 성능과 콤팩트 카메라의 휴대성을 적절히 섞어놓은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PEN의 라인업을 살펴보면 우선 플래그십 제품군인 E-P시리즈가 있습니다. 고화질 고성능을 두루 갖춘 제품으로 지난 2009년 PEN E-P1으로 시작해 현재 E-P5까지 나온 상태죠. 이어 E-PL시리즈는 대중성을 가미한 보급형 제품군입니다. 간편한 조작법으로 카메라 입문자나 여성층, 기성세대층에서도 쉽게 촬영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합니다.
 
여기에 E-PM이라는 제품군도 있는데요, 이 제품은 PEN 고급 제품군의 미니어처 형태로 여성 사용자들을 주 타깃으로 삼은 제품입니다. 클래식한 외관은 그대로 이어가되 초소형, 초경량 디자인으로 휴대성을 더 강화했습니다.
 
◇올림푸스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PEN E-PL5 제품군.(사진제공=올림푸스)
 
지난 7월 올림푸스는 미러리스 카메라 PEN E-P5를 야심차게 내놨습니다. 올림푸스의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플래그십 제품에 속하는 E-P5는 일명 '펜니아(PEN+매니아)'들에게 '완벽의 미러리스'로 불렸던 제품이기도 합니다.
 
이 제품을 사용하는 동안 제가 만족했던 부분은 빠른 피사체 포착능력과 아웃포커싱 효과입니다. E-P5는 미러리스 카메라 최초로 1/8000초 초고속 셔터스피드가 탑재됐습니다. 꽃에 다가온 나비를 촬영할 때 나비가 1초에 수십번 날개짓을 할 때도 그 모습을 흔들림없이 포착해냈습니다.
 
◇올림푸스 PEN E-P5로 지난 9월7일 한강공원에서 촬영한 사진. 노출시간 1/250초, ISO 200, F 10, 초점거리 42mm.(사진=곽보연 기자)
 
PEN E-P5는 ISO(감도) 로우모드를 제공하기 때문에 낮에도 아웃포커싱 효과를 최대한 누릴 수 있다고 하는데요, 저는 꽃 사진을 촬영하면서 이 기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길가에서 만난 새빨간 꽃이 눈에 들어와 촬영해봤는데요, 사진 속에 담긴 꽃을 보면 카메라가 꽃술 하나하나를 제대로 포착해냈고, 포커스 뒷 부분의 잎사귀들은 자연스럽게 뭉개지면서 배경이 됐습니다.
 
◇올림푸스 PEN E-P5로 지난 9월12일 촬영한 사진. 노출시간 1/160초, ISO 200, F 5, 초점거리 32mm.(사진=곽보연 기자)
 
E-P5을 사용하면서 참 편리하다 생각한 부분은 수평맞춤 기능이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움직일 때마다 내장된 센서들이 계속해서 수평을 맞춰주는데요, 저같은 경우 사진이 한쪽으로 기울어 삐뚤어지기 십상이었는데 이 기능은 사진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큰 공헌을 해줬습니다.
 
물론 타사 제품들 가운데도 수평맞춤 기능이 있는 제품들이 있는데요, 대부분 가로 수평을 맞추는데는 좋을지 몰라도 E-P5처럼 세로 수직까지 맞춰주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E-P5로 촬영할 때 디스플레이의 모습. 가로와 세로의 수평을 맞춰주는 센서들이 있어 수평이 맞으면 초록색 불이 들어온다.(사진=곽보연 기자)
 
요즘에는 스마트폰에 담겨있는 필터앱이나 사진보정 앱들이 일반 카메라 속으로도 많이 들어오는 추세인데요, E-P5에도 다양한 아트필터와 특수모드(SCN)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드를 사용하실 경우 사진의 질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전반적으로 E-P5는 디테일을 살린 디자인과 클래식한 외관부터 성능까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이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묵직한 무게였습니다. 배터리와 렌즈를 부착했을 때 무게가 약 420g으로 최신 미러리스 카메라들과 비교해 무게감이 느껴지는 편입니다. 온종일 목에 걸고 출사를 다니는 분이나 여성 사용자들에겐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또 와이파이를 이용해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할 때, 소니의 'NEX' 시리즈처럼 오늘찍은 사진을 한꺼번에 전송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E-P5는 전송할 사진을 일일이 선택해서 옮겨야 하기 때문에 출사지에서 하루에 약 200~300장의 사진을 찍을 경우 와이파이 전송 과정이 곤욕이 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에 올림푸스가 제공하는 '이미지 쉐어' 앱을 설치하면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바로 스마트폰에 전송할 수 있다. 전송되는 사진의 크기는 원본크기 혹은 2MB로 사용자가 지정할 수 있다.(사진=곽보연 기자)
 
충전은 배터리 별도 충전식입니다. 한번 완충하는데 약 4시간이 걸렸구요, 완충된 배터리로는 온종일 적극적으로 사용할 경우 이틀정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출고가는 바디에 14-42mm렌즈를 함께 했을 때 130만원으로 책정됐습니다. 현재 인터넷에서는 약 110만원대까지 저렴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콤팩트 & 임팩트' 얼마나 살렸나..후지필름 'X-M1'
 
지난 7월 말 후지필름은 하반기 최대 주력제품인 'X-M1'을 국내 시장에 공개했습니다. 후지필름은 미러리스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만큼 제품군이 다양하지는 않습니다. 지난해 1월 출시한 'X-PRO1'과 9월 출시한 'X-E1', 그리고 이번에 출시한 'X-M1'까지 모두 세대의 제품이 있습니다.
 
◇후지필름 'X-M1'은 바디 무게 280g, 렌즈 탑재시 330g으로 매우 가벼운 편이다. 외관의 가죽 느낌 디자인은 클래식한 필카 느낌을 주고 있다.(사진제공=후지필름)
 
'X-M1'의 슬로건은 '콤팩트 & 임팩트'입니다. 바디 무게만 약 280g, 렌즈와 배터리를 탑재해도 330g에 불과한 이 제품은 휴대성을 제대로 살려줬습니다. 한손에 들어오는 작은 바디에 목에 걸고 온종일 돌아다녀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카메라 후면의 다이얼은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게 디자인 됐는데요, 우선 사진촬영 모드를 선택하는 다이얼이 셔터 왼쪽에 있고, 사진재생과 녹화 기능, 화이트밸런스, 접사 모드 등 각각의 버튼이 단순하게 배치되있습니다. '콤팩트'한 부분과 손쉬운 조작에 대해서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X-M1의 후면 모습. 직관적으로 원하는 기능을 선택해 촬영에 적용할 수 있다.(사진=곽보연 기자)
 
1630만화소의 해상도에 ISO는 최소 100부터 2만5600까지 설정이 가능합니다. 특히 후지필름 제품으로는 최초로 와이파이 기능을 탑재했습니다. 경쟁사 제품들에 비하면 많이 늦은 편이지만 사진 전송은 확실히 간편해졌습니다.
 
이 제품은 독특한 자신만의 색감이 있었습니다. 사진이 전반적으로 따듯한 아우라를 품고 있었는데요, 일반 프로그램모드나 자동모드에서도 그 부드러운 색채감은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이는 X-M1에 탑재된 'X-트랜스 CMOS 센서'의 독특한 컬러필터 배열 덕분이라고 하는데요 사진으로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지난 3일 촬영한 사진. 붉은 벽돌과 아침 햇살로 인해 전반적으로 붉고 따뜻한 느낌이 감돈다. 노출시간 1/280초, F 5.6, ISO 200, 초점거리 16mm.(사진=곽보연 기자)
 
◇강남역 부근의 한 카페에서 지난 3일 촬영한 실내 사진. 노란 색감이 많이 섞여있어 따뜻한 느낌을 만들어냈다. 노출시간 1/8초, F 5.3, ISO 800, 초점거리 39mm.(사진=곽보연 기자)
 
이런 따뜻한 색감이 제 능력을 발휘한 부분이 인물 사진이었습니다. 피부톤을 밝고 환하게 보정해주는 기능을 십분 발휘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만 X-M1이 슬로건으로 내세운 '임팩트' 부분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우선 초점을 잡는 속도가 느렸고, 특히 동영상 촬영을 할 때 계속 피사체의 초점을 놓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가까이 있는 피사체를 촬영할 때 초점을 계속 재조정해서 잡아줘야 했고 원하는 곳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 경우도 자주 있었습니다.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 앞에 있는 빵에 중심을 두고 싶었지만 초점이 계속 어긋나 어떤 피사체에도 잡히지 않았다. 노출시간 1/4초, F 3.5, ISO 200, 초점거리 16mm.(사진=곽보연 기자)
 
후지필름이 앞서 출시했던 X-PRO1과 X-E1은 모두 가격대가 120만~150만원에 이르는 프리미엄 제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내놓은 X-M1은 99만9000원이라는 다소(?) 낮은 가격에 책정됐습니다. 후지필름이 '프리미엄 제품의 대중화'를 선언했기 때문인데요 글쎄요, 소비자들은 과연 이를 대중화라고 받아들일까요.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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