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사상 최악의 전력난이라며 정부가 부랴부랴 긴급 절전대책까지 마련했던 8월 셋째 주의 전력위기가 무사히 넘어가는 분위기다. 국민과 산업계가 힘을 모아 무더운 여름날 에어컨까지 끄며 전력 아끼기에 앞장선 덕분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부가 블랙아웃을 막겠다며 지난 12일부터 3일간 전력수급에 들인 비용만 1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돈은 국민이 낸 세금에서 나간 것으로 확인돼 국민이 전력난 책임을 온통 뒤집어 쓴 것은 물론 정부가 電력난 막자고 재정에 부담을 줄 錢력난을 부른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16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력난 고비라던 12일부터 14일까지의 최대 전력수요는 7800만㎾ 수준으로 애초 예상한 8000만㎾에는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블랙아웃이 올 수 있다며 순환단전 가능성까지 내비쳤지만 다행히 위기를 넘긴 셈이다.
조종만 전력거래소 상황실장은 "전력난의 최대 고비라는 8월 중순을 국민과 산업계의 절전 동참으로 무사히 극복했다"며 "걱정했던 심각한 수준의 전력 부족이나 블랙아웃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력난 막자고 정부가 전력수급에 너무 큰 비용을 치렀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실제로 산업부와 전력당국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부가 산업계 등의 전력수요를 줄이려고 쓴 금액은 하루에만 약 4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일 전력수급 관리 비용(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지출 내역을 보면 기업의 조업시간을 조정해 전력과부하를 줄이는 주간예고제를 시행에 18억여원이 들어간 것을 비롯 민간 자가발전기 가동에도 14억원 정도가 지출됐다.
또 기업이 휴가를 분산해 전력소비를 줄이는데 7억원, 수요 입찰·지능형 수요조정에는 3억여원을 썼다. 단순히 계산해도 3일간 전력수급 관리에 120억원가량이 나간 것.
이에 에너지정의행동 관계자는 "8월 중순의 3일 동안만 40여억원을 쓴 게 아니라 지난 6월부터 따지면 전력수급에 수백억원의 돈을 쓴 것"이라며 "정부가 전력수요 예측도 제대로 못해 전력위기를 불러놓고 고작 돈만 쓰는 땜질식 수급관리를 했다"고 지적했다.
전력수급 비용 120억원의 출처도 문제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는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나갔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이란 전기사업법 제48조에 따라 전력산업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설치한 기금으로, 전기요금의 3.7%를 거둬 조성한다. 한국전력 자료를 보면 올해 기금 규모는 총 2조5700억원이다.
결국 국민은 정부로부터 여름철에 에어컨까지 끄라고 고통분담식 절전을 강요받은 것도 모자라 산업계 전력수요 감축 비용까지 부담한 셈이다. 이에 정부가 전력수급 관리 실패의 책임을 온전히 국민에게 떠넘겼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에너지정의행동 관계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산업계의 절전비용을 감당하게 한 것은 정부가 전력수급 관리 실패 책임을 국민에 전부 다 떠넘긴 것"이라며 "정부는 전력수급 관리 실패 책임을 인정하고 앞으로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게 에너지계획을 처음부터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력산업 기반을 만들자고 기금을 전력수급 관리에 사용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재정위기도 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은 기본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생산 지원과 전력수요 관리, 전기안전 조사·연구, 홍보사업 등에 쓰는 것"이라며 "전력수급 관리에 비용지출이 큰 만큼 장기적으로 전력산업 분야에서 재정이 부족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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