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게 됐다. 다만 지분은 대폭 축소돼 기존의 영향력은 행사할 수 없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눈치를 보는 신세로 전락했다. 이미 법정관리와 자율협약 등 주력 계열사들이 각자도생으로 방향을 튼 상황.
허울 뿐인 경영권임에도 강 회장은 수용 외에는 다른 대안은 없어 보인다. 조속한 경영 정상화만이 그의 재기를 보장할 수 있는 외길이 됐다는 분석이다.
채권단으로부터 경영권이 보장되면서 강 회장은 그간의 잠행을 접고 수면 위로 보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STX 사태에 대한 사회의 따가운 질책이 가장 큰 부담이었다. 그는 그간 해외 계열사 매각과 내부 조직개편 등을 마무리하며 채권단의 결정만을 기다려 왔다.
채권단은
STX조선해양(067250)에 대한 실사결과를 바탕으로 7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과 STX가 보유한 STX조선해양 지분(30.57%, 2622만4899주)의 100대1 무상감자 등 경영정상화 방안 추진을 사실상 합의했다.
무상감자 등은 오는 9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의결을 받아야 하지만 그룹 지주사인 STX가 최대주주인 점을 감안하면 채권단에서 합의된 내용이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강 회장의 경영권을 놓고 채권단 소속 은행들 간 이견 끝에 결국 강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는 쪽으로 결정이 난 것으로 전해졌다.
강 회장은 STX조선해양을 설립하고 경영해온 장본인으로서 누구보다 회사 사정에 밝아 구조조정 작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채권단의 자금 회수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게 주된 이유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도 사실상 강 회장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예견해 왔다. 그룹 전체의 구심점으로 강 회장만한 인물을 찾기 힘든데다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경영권이 유지되는 것이 맞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대주주 지분에 대한 대규모 무상감자가 이뤄질 경우 강 회장의 지분은 일반 소액주주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지게 돼 이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 필요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강 회장의 보폭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운신의 폭이 넓어진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STX조선해양 현장 정상화다.
STX조선해양에 대한 실사가 진행되는 동안 자금줄이 마르면서 진해조선소를 비롯해 협력업체들의 자금난이 극도로 악화됐다. 근로자들의 임금지급은 물론 기자재 반입이 중단되면서 한때 공정률이 20%를 밑돌기도 했다.
때문에 현장 정상화를 통해 자금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자금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지난 12일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진해조선소 생산현장을 찾아 협력업체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모습(사진제공=STX)
이를 반영하듯 강 회장은 첫 행보로 지난 12일 진해조선소를 찾아 근로자들을 위로하고 주요 협력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강 회장은 "협력업체 정상화가 무엇보다 우선"이라며 "향후 채권단의 자금지원을 통해 협력업체 가동률과 자재공급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려를 떨치고 안정을 되찾게 하기 위한 언급.
최근 일본계 금융회사인 오릭스에 STX에너지 지분 전량을 매각한 데 이어 STX핀란드 STX프랑스, STX유럽AS 등 주요 유럽 계열사들도 매각 논의가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한국과 중국 채권단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STX다롄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5월말 기준 STX조선그룹(STX조선해양. STX중공업, STX엔진)이 STX다롄(조선, 엔진, 해양중공)의 채무에 대해 보증을 선 금액은 총 1조2550억4800만원이다.
현재 STX다롄은 유동성 부족으로 조업을 중단하고 장기 휴가에 들어간 상태로, 스스로 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잃었다. 때문에 보증을 선 STX조선그룹과 국내 채권단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중국 은행들이 STX조선그룹을 대상으로 소송이나 설비 등을 대상으로 차압을 진행할 경우 구조조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STX다롄에 기자재 등을 납품하던 한국과 중국 협력업체들의 1300억원이 넘는 대금 미지급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그간 숱한 고비를 넘기며 STX조선해양을 중심으로 회생방안까지 도출해냈지만 해결해야 할 여러 난제가 부상하면서 샐러리맨 신화를 이뤄냈던 강 회장의 리더십과 추진력이 다시 한 번 절실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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