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익환기자] 지난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기 충돌사고 원인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항공사 측이나 공항 측, 제작사 측의 공방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과실 판명여부에 따라 보상 등 법적·도의적 책임은 물론 당분간 회복할 수 없는 명예 실추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윤형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브리핑을 통해 조종사 과실이나 정비미숙으로 인한 기체 결함은 있을 수 없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 현지 언론은 당국의 예비 조사 결과 발표를 인용해 조종사 과실 쪽으로 여론을 형성하고 있어 조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이번 사고와 관련한 원인으로 크게 조종사 조종 미숙과 관제탑 과실, 기체결함 등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충돌한 아시아나 항공기.(사진=데이비드 은 삼성전자 부사장 트위터 캡쳐)
◇부기장이 기장 역할?..조종미숙 대두
먼저 현지 언론을 통해 조종사 조종 미숙이 사고원인이라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데버라 허스먼 미국 연방항공안전위원회(NTSB) 위원장 역시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가진 공식 브리핑에서 '조종사 과실'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허스먼 위원장은 "사고기의 활주로 접근속도가 현저히 느린점, 사고기가 충돌 1.5초 직전 다시 상승을 시도한 점 등 정황상 조종사 과실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며 "아직 초기 단계라 정확한 사고 원인은 좀 더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아시아나 사고기 조종은 이정민(49), 이강국(46) 기장이 맡았다. 아시아나에 따르면 이번 비행은 다른 두 조종사들이 8시간 비행을 마친 뒤 이정민, 이강국 기장이 나머지 비행을 책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비행에서 관숙비행 등의 이유로 실제 기장 역할은 이강국 기장이 맡았고, 이정민 기장은 부기장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이강국 기장은 사고 기종인 보잉777 비행 경험이 43시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숙비행은 조종사가 새 기종의 비행기 조정을 맡을 경우 이착륙을 비롯한 항공기 운항에 적응할 수 있는 비행 횟수와 시간을 말한다. 통상 이착륙 20회 운항, 또는 10회, 60시간의 경험을 쌓아야 한다.
하지만 아시아나측과 국토교통부도 관숙비행과 관련해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기장의 해당 기종 비행시간이 짧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다"며 "보잉777 비행시간 3000시간이 넘는 이정민 기장이 부기장 역할을 하며 옆에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최정호 국토부 항공정책실장 역시 "관숙비행은 국제적으로 통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조사반이 조종사와 단독 면담 중에 있고, 조사가 완료되면 귀국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제탑 과실 or 기체결함?
다음으로 관제탑 과실을 들 수 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아시아나 항공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28L 활주로에 착륙을 시도하다 충돌했다.
하지만 이 활주로는 자동항법장치인 '글라이드 스코프'가 작동되지 않아 다음달까지 수동으로 착륙을 해야한다. 이런 이유로 평소 여객기보다는 화물기 등이 주로 이용하는 활주로다.
아시아나항공은 "착륙은 관제탑에서 지정해 준 활주로에 한다"며 "당시 관제탑에서 해당 활주로로 착륙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런 정황을 토대로 여객기가 착륙하지 않는 28L 활주로에 착륙을 유도한 점은 관제탑 과실이라고 볼 수 있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기체결함이다. 항공기 관련 한 전문가는 조종사가 사전에 구급차를 준비시킨 것은 기체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며, 착륙을 위한 랜딩기어에 이상이 생겨 꼬리 부분이 먼저 활주로에 부딪힌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아시아나측은 기체결함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보잉777의 경우 기체 결함이 발생하면 이쪽으로 신호가 자동적으로 오게 돼 있다"며 "사고 직전 기체결함과 관련한 신호는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어떤 원인이든 '안전성' 치명타
이처럼 이번 아시아나 충돌 사고와 관련해 여러 가지 원인들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에는 적지않은 논란이 있을 전망이다.
특히 조종사 조종 미숙이나 관제탑 과실, 기체 결함 등의 사고 원인이 우리나라와 미국 당국의 안전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최종 결과 도출 과정에서 적지 않은 갈등이 예상된다.
먼저 사고기 조종사 조종 미숙으로 결론이 난다면 앞서 언급한대로 항공사로서 최대 가치인 '안전성'에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으로써는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기게 되는 셈이다. 이로 인한 국제적 낙인과 승객수 감소가 예상된다.
반대로 관제탑 실수나 기체결함(정비 불량 아닌)으로 밝혀진다면 미국 당국이나 제조사인 보잉사의 신뢰성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실제 이번 아시아나 항공기 충돌사고가 발생한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평소에도 안전사고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제조종사협회는 지난 199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 10개 가운데 하나로 발표해 조종사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또한 렌딩기어나 엔진 등의 기체결함으로 밝혀질 경우 미국 보잉사의 제품에 대한 불암감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에도 아시아나의 정비 불량인지 원천적인 기술의 문제인지에 대한 공방이 예상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종사 과실로 결론이 날 경우 아시아나는 금전적인 문제 이상으로 안전성에 타격을 입게 된다"며 "미국 역시 관제탑과 제조사의 과실로 결론이 나면 신뢰성에 문제가 되기 때문에 최종 결과 도출까지 사고 원인과 관련한 미국과 우리나라의 줄다리기는 계속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NTSB의 블랙박스 판독 작업에 투입될 전문가 2명을 9일 현지로 파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NTSB와 공동으로 조종사와 관제 관련 합동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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