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의 부동산퍼즐)'옳거니' 했지만 행복하지 않은 '행복주택'
"필요하지만 왜 하필이면 우리집 앞"
"집단 이기주의다" 비난도
2013-06-27 15:08:31 2013-06-27 15:11:26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누군가는 불행해져야 하는 이상한 집이 있습니다. 정부가 자신만만하게 내놓은 '행복주택'이란 이름의 임대주택입니다.
 
정부는 사전 교감 없는 매끄럽지 못한 사업 추진으로 지탄을 받고 있고, 해당 지역 주민들은 악독한 부동산투기꾼으로 매도되기 까지 했네요. 
 
임대주택은 꼭 공급이 돼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행복주택은 환영 받아야 마땅한 사업입니다. 결과적으로 누군가가 성을 내고 행복하지 못해 문제지만요.
 
벌써부터 지역주민의 눈 밖에 난 행복주택은 설령 완공이 되고, 입주를 한다고 해도 기존 거주민들과의 갈등은 피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지역 내 민폐 유발자라는 낙인이 찍힐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보면 누가 누구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지난 5월 20일이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약속한 행복주택의 공급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국토부는 철도 위에 데크를 씌우거나 유수지, 폐선부지를 활용해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공개 했는데요. 서울에는 오류동·가좌·공릉동·목동·송파·잠실 등 6개 지구에, 경기는 고잔지구 1곳에 행복주택을 마련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7개 시범지구에 총 1만50가구를 짓는다죠.
 
국가 소유 부지에 주택을 공급하기 때문에 부지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 임대료를 싸게 책정해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국민임대주택과 비슷한 수준의 임대료가 책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인데요.
 
발표 당시 행복주택 공급계획을 확인한 일부 전문가들은 '옳거니' 하고 무릎을 쳤습니다. 공공 임대주택의 치명적 약점이었던 도심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사업이었기 때문입니다.
 
기존 임대주택은 도심에서 떨어진 외곽에 지어지는 경우가 많아 임대수요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월세에 교통비 그리고 이동하는데 드는 시간 증가 부담 증가까지 안고 들어갈 임차인은 많지 않았습니다.
 
무주택 서민에게 도심 내 저렴한 임대주택을 대규모 공급하는 행복주택은 이상적인 임대주택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정말 이상 속에나 존재했어야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행복주택은 사업 계획 발표 직후부터 해당 지역 주택시장에 큰 혼란을 불러왔습니다. 영세집단거주지 등장도 모자라 주차난, 교통대란, 초과밀학급 등이 우려되며 지역 주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입니다.
 
이를 밖에서 바라보는 제3자들은 행복주택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향해 비난을 쏟아 내기도 합니다. 부동산 투기꾼들의 양심없는 외침이라고. 님비현상이 극에 달했다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기로 한 행복주택이 멀쩡했던 지역에 사회적 갈등을 불러 온 것인데요.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편견도 문제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평생을 모아 장만한 내 집. 목동의 경우 아파트값은 4억원에서 비싼 집은 17억원을 호가합니다. 목동이 소득 수준이 높은 편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큰 돈이고, 소유자가 가진 재산의 전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소중한 집의 가격 하락의 전주곡이 울리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다들 아시겠지만 대한민국 개개인이 생각하는 집의 가치는 그 어느 나라보다 높습니다. 일생 최대의 재산이자 목표로 여겨지지요. 물론 이런 '소유의 개념'이 '주거의 개념'으로 조금씩 변하고는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변화를 반영한 행복주택이 등장했는지도 모르죠.
 
허나 주택매매시장의 입장에서 보면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공공임대주택은 환영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가난한 노인 중심의 집단 생활거주지라는 편견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공공임대에 사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기도 한다죠.
 
이를 인식한 정부는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대학생 등이 공급 대상임을 밝히고 각종 기반·편의시설 설치를 약속하며, 이전 임대주택과는 다른 점을 강조했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듯합니다.
 
집값 상승을 바라기 힘든 상황에서 더 이상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을 없애는 것. 실현 가능성을 떠나 애초에 없었던 위험은 싹부터 없애버리는 것이 가장 속 편한 방법이니까요. 슬프지만 이것도 현실입니다.
 
목동에서 만난 한 거주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임대주택은 꼭 필요한 정책이다. 많은 저소득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계속된 공급이 필요하다는 걸 알지만 그런데 왜 하필 우리집 앞인가".
 
정부는 공공 임대주택 문제의 풀리지 않던 퍼즐인 도심 접근성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한 정책을 내놨습니다.
 
도심 한복판에 지어지지만 임대료 상승 요인이 제거된 저렴한 집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난해했던 임대주택의 퍼즐이 완성되는 듯 보였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들고 일어서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공공임대주택은 주머니 사정 안좋은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절대 필요한 복지 사업입니다. 그렇지만 굳이 갈등을 조장하고, 또 그 갈등이 앞으로도 계속될 사업으로 추진 됐어야 했는지. 아쉬울 따름입니다.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대학생도 행복하고 기존 거주자들도 행복한 아름다운 행복주택이 돼 줬으면 합니다.
 
맞춰지지 않는 퍼즐 한조각이 바라보는 사람들의 골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네요.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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