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국정원이 새누리당을 통해 공개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발췌문을 전문과 비교해본 결과 반북 정서를 자극하기 위해 곳곳에서 왜곡된 흔적이 나타났다.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논란을 '만들기 위해' 국정원이 의도적으로 왜곡된 발췌문을 만들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25일 일부 언론에 공개된 노 전 대통령의 ‘2007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을 국정원 발췌록과 비교해보면 가장 대표적인 왜곡 부분은 노 전 대통령의 ‘보고’ 발언이다.
발췌문에는 “6자회담에 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는데 조금 전에 보고를 그렇게 상세하게 보고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발언이 있다.
지난 20일 NLL 포기 의혹 논란을 다시 부른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전 국방위원장에게 ‘보고’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며 “노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고하는 방식으로 굴욕적인 회담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을 확인한 결과 서 의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전문에서는 김 전 국방위원장이 회담 도중 김계관 당시 외무성 부상을 호출해 노 전 대통령에게 6자 회담에 대한 보고를 하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김 부상의 보고를 받게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전문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그 내용을 모를리 없는 국정원이 이같은 정황을 무시한채 의도적으로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한테 보고를 한 것처럼 발췌록을 꾸민 것이다.
또 노 전 대통령의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은 발췌문에서는 크게 축소됐다.
노 전 대통령은 김 전 위원장에게 개성에 이어 해주에 공단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서해평화협력지대를 해주 앞바다까지 설정할 것을 요청했다.
해주는 김 전 위원장이 군부의 반대가 심할 것이라고 우려할 만큼 북한의 해군력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다.
노 전 대통령의 구상대로 해주에 공단이 설립되고 서해평화협력지대가 만들어졌다면, 북한군은 더 후방으로 물러나야만 한다.
하지만 발췌문에는 노 대통령의 해주공단 언급이 빠져 있다.
이같은 해주 논의를 모른 상태에서 발췌문을 보면 마치 노 전 대통령이 NLL선은 그대로 두고 우리 해군만 북한의 군사경계선 아래로 내려가는 것에 동의하는 것처럼 보인다.
발췌문에는 김 전 위원장이 “북방한계선(NLL)과 우리 군사경계선 안에 있는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선포한다”는 말에 노 전 대통령이 “예, 나도 관심이 많은”이라고 답하거나, 노 전 대통령이 “위원장이 지금 구상하신 공동어로 수역을 이렇게 군사 서로 철수하고 공동어로하고 평화수역 이 말씀에 대해서 똑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우리가 제안하고 싶은 것이 안보 군사 지도 위에다가 평화 경제지도를 크게 위에다 덮어서 그려보자는 것입니다” 등의 발언만 나와 있다.
국정원은 또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조치인 BDA 비판, 일본의 납북자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는 발언에서도 노 전 대통령의 추가 설명을 빼버려 마치 노 전 대통령이 북한의 입장만 편드는 것처럼 만들었다.
전문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BDA를 비판하기 전에 "(개성)공단에 반입하는 물건 하나하나에 대한 승인을 미국이 하고 있거든요. 그럼 승인 안 받고 하면 어떻게 되느냐. 소위 고급 컴퓨터 이런 것입니다.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미국하고 감정을 많이 상해놓으면 승인이 어려워"라며 미국과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 일본 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우선 북한 편을 들어준 후 "내가 그런 말씀을 드리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어쨌든 간에 그렇기는 하지만 이번 차제에 미일관계 다 풀어버리고 통상 세계에서 한번 적극적으로 진출해서.. 새로운 전기를 한번 마련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라며 김 전 위원장에게 미국, 일본과 전향적인 태도로 통상관련 대화를 시작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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