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매주 금요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건물 앞에 버스 한 대가 어김 없이 찾아온다.
이 버스 안에서는 음악을 듣거나 임신·출산·육아 관련 도서 및 다큐·교양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기농 쿠키와 음료도 즐길 수 있다.
바로 일과 육아를 함께하는 워킹맘·예비맘을 위해 마련된 '맘이 좋은 방'에 대한 이야기다.
(사진=임애신 기자)
31일 보건복지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소재 증권사 20여곳 중 14곳(70%)에 여직원들의 휴게실이 마련돼 있다.
절반 이상의 증권사에 휴게실이 있지만 대부분 잠시 눈을 붙이거나 수유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증권사 한 노조 관계자는 "여직원 비율이 높아지고 사내 여직원회 등이 조성되면서 복지 제도가 강화됐지만 건물 사용에 한계가 있어 휴게실을 따로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며 "화장실이든 탕비실이든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곳에서 잠깐 쉬다가 오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아이를 가진 예비 워킹맘들이 체감하는 상황은 더 나쁘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점심시간을 이용해 휴게실을 이용하려고 해도 공간이 협소해 늦게 가면 허탕을 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처럼 일하는 예비맘과 워킹맘을 위해 정부는 오전 11시~오후 2시, 오후 5~8시까지 사무실이 밀집된 곳에 일주일에 한 번씩 상담을 받고 태교를 할 수 있는 이동 버스를 운영 중이다.
일과 출산 준비를 병행하기 어려운 예비 엄마들에게는 맘이 좋은 방이 임신·출산·육아에 대한 정보 제공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맘이 좋은 방을 종종 이용하는 H증권사 직원은 "임신 5주차인데 아직 표시가 안나다보니까 몸이 시달려도 눈치가 보여서 잘 쉬지 못한다"면서 "잠시 직장에서 벗어나 독서나 태교·건강 진단까지 받을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D증권사 직원은 "증권쪽 일의 특성상 숫자랑 통계·수치랑 하루 종일 씨름하다보면 신체적·정신적으로 지칠 때가 많다"며 "점심 시간을 이용해서 짧게나마 태교를 하면 위안이 된다"고 토로했다.
S증권사 관계자는 "각박한 여의도에서 임신과 출산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버스에 모이다보니까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하게 됐고 그 결과 인간관계까지 넓어졌다"면서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위안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무실 밀집 지역 위주로 매일 이동해서 운영하고 있는데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고 반응도 좋다"며 "더 나은 서비스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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