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정유업계가 '지상 유전'으로 불리는 정유 고도화 시설로 수출 7분기 연속 '1위'를 유지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정유사들은 정기 보수에 따른 수출물량 감소로 반도체와 자동차 등 경쟁 업종에 수출 실적이 밀리고 있다. 여기에 국제유가까지 하락해 같은 양을 수출해도 수출액은 줄어드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16일 석유협회에 따르면 1월부터 4월까지 석유제품 누적 수출액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4월 한달 석유제품 수출액은 반도체, 석유화학, 일반기계, 자동차에 이어 5위로 밀렸다.
증권가 역시 국제유가 하락으로 배럴당 130달러 하던 국제휘발유 가격이 최근 110달러까지 하락해 2분기 수출 실적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여수산업단지 정유 공장 전경(사진=염현석기자)
하지만 정유업계는 2분기에도 석유제품이 '수출 1위'를 수성할 것으로 자신했다.
정유 고도화 시설을 통해 생산된 경유·휘발유 등 고부가 석유제품을 전량 수출해 정기보수로 인한 물량 감소는 물론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감소까지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유 고도화 시설은 저렴한 벙커C유를 경유·휘발유로 정제하기 때문에 최근 감소하고 있는 정제마진을 보완할 수 있는 중요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여기에 공해 발생이 심한 중질유의 수요감소도 이끌 수 있어 친환경적이란 평가도 받고 있다.
일일 고도화 처리 능력은 SK이노베이션 21만2000배럴, GS칼텍스 26만8000배럴, S-OIL 14만8000배럴, 현대오일뱅크 13만4000배럴로 총 76만4000배럴이다.
향후 SK에너지가 1만6000배럴의 고도화 설비를 추가로 갖출 예정이어서 국내 정유업계의 고도화율은 계속해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발 석유제품 공급과잉 문제 등 때문에 석유제품의 수출 호조가 계속 이어질지에 의문을 나타내기도 한다.
국내 정유사들의 석유제품 증설이 대부분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계획됐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국이 빠르게 설비를 확장하고 있지만 중국 내 소비를 쫓아오기에도 급급하다"며 "아직은 중국발 공급과잉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이 낮다"고 반박했다.
석유협회 관계자도 "정유사들이 중국 중심의 수출 시장에서 동남아시아 등 아세안 지역으로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고 있다"며 "중국발 공급과잉이 오더라도 고도화 시설에서 생산된 고품질의 국내 석유제품이 품질 등 여러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 1분기 석유제품 수출액 144억달러로 2위인 반도체(125억달러)를 약 20억달러 차이로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한 것으로 우리나라 1분기 전체 수출액인 1355억달러 중 10.7%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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