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본격적으로 공격적인 수주 영업에 나선 것은 지난해 말부터였다. 지난해 국내 조선사의 수주 잔량은 최근 10년 래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지독한 불황에 시달려야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 수주 잔량은 2007년 6440만CGT를 시작으로 2008년 5440만CGT, 2009년 4350만CGT, 2010년 3460만CGT, 2011년 3330만CGT, 2012년 2825만CGT 등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08년 말부터 전 세계적인 선박 공급과잉과 유럽 재정위기 등 잇단 악재로 조선업 경기가 침체되자 중견·중소 조선소는 물론 대형 조선소까지 일제히 저가 수주 경쟁에 뛰어들었다.
호황기 때 늘려 놓은 도크를 놀리는 것보다는 가격을 낮춰서라도 일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현대중공업은 가격을 낮춰 선박을 수주하기 보다 해양플랜트, 건설장비 등 신사업으로 눈을 돌려 실적을 만회했다.
그러다 지난해 말 수주 잔량이 전년 동기 대비 25.9% 감소한 455만CGT까지 떨어져 일감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저가 수주 경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는 조선업이 호황이던 2007년 1445만CGT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그 동안은 선가를 낮춰 무리하게 수주할 경우 수지가 맞지 않는다며 버텼지만 조선업 불황이 지속되자 현대중공업도 세계 1위의 자존심을 버리고 저가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
특히 현대중공업이 국내 대형조선사 중 가장 많은 10개의 선박 도크를 보유한 데다 다른 선박에 비해 건조기간이 짧은 상선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수주 잔량 감소 속도가 경쟁사에 비해 빠르다는 점도 수주전에 나서게 된 주요인으로 꼽힌다.
세계 1위의 조선 기술과 인력을 갖춘 현대중공업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공세를 펴자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경우 거의 싹쓸이가 됐다.
지난 1월 올 들어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발주된 1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비롯해 지난 7일에는 1만84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추가로 수주했다.
연이어 수주에 성공하면서 현대중공업은 지난달까지 올해 수주목표액(238억달러)의 41%에 해당하는 97억달러치를 벌어들였다.
무엇보다 지난해 부진했던 해양과 상선 수주가 눈에 띄게 급증했다. 지난달까지 각각 41억달러, 30억달러를 돌파하며 연간 목표액의 80%, 50%를 초과 달성했다.
잇단 수주에 힘입어 수주잔량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 3월말 기준 현대중공업 수주잔량은 472만8000CGT를 기록했다. 계속된 하락세를 멈추고 지난해 연말보다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아직 삼성중공업(603만2000CGT), 대우조선해양(492만7000CGT)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황이 바닥을 치고 회복될 때에는 항상 업계 선두 업체의 도크부터 채워진다”며 “올해 상선시장도 소폭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현대중공업의 연간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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