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하 힘들다" 핑계 불과..제약계, 성장세 지속
2013-05-07 17:13:14 2013-05-07 17:16:06
[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정부 방침대로 약가인하가 이뤄질 경우 상위 제약사들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면서 국내 제약산업이 크게 흔들릴 것이다.”
 
“새 약가인하 제도로 2만명 이상의 실업자가 발생해 제약가족과 관련업계까지 고용불안을 야기시키는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다.”
 
◇이경호 회장이 2011년 11월 18일 장충동체육관에서 열린 ‘전국 제약인 생존투쟁 총 궐기대회’에서 “정부 방침대로 약가인하가 이뤄질 경우 상위제약사들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면서 국내 제약산업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사진=조필현 기자)
 
위기 일색이었다. 당장 국내 제약업계 전체가 무너질 듯 했다.
 
지난 2011년 11월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 시행을 앞두고 열린 ‘전국 제약인 생존투쟁 총궐기 대회’에서 이경호 한국제약협회장은 위기론을 부각시키는데 중점을 뒀다. 
 
이 회장은 “국내 제약산업과 우리 제약인들의 생존이 걸린 절실한 문제를 놓고 이 자리에 섰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계획대로 2012년 약가인하 정책을 단행했다.
 
1년이 지난 현재, 제약업계 우려와 달리 약가인하에 따른 매출 감소와 구조조정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소비자들 부담만 줄었다. 제약업계가 약가인하를 핑계로 자기이해에만 매몰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또 자기 발목을 스스로 잡는 방증이 됐다. 실적 악화는 커녕 상위 제약사들의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정부의 입김만 강화됐다. 이제 부메랑을 두려워 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린 것이다. 
 
실제 <뉴스토마토>가 상위 5개 제약사들의 올 1분기 실적을 전년 동기 대비 비교 분석한 결과, 녹십자(006280)를 제외한 유한양행(000100), 대웅제약(069620), 한미약품(128940) 등 대다수의 상위 제약사들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동아제약은 소폭 실적이 악화됐지만 리베이트 후폭풍에 따른 결과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 분석이다.
 
특히 대웅제약은 1분기 영업이익 16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112억) 대비 무려 50.1% 성장했다. 상위제약사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유한양행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 120억원을 기록하며 19.2% 성장을 이어갔다. 한미약품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약가인하에 따른 구조조정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연한 결과다.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구조조정 등 자구책을 모색할 기업은 없다.
 
앞서 이경호 제약협회장은 약가인하 시행으로 2만명 이상의 실업자가 발생, 그 가족까지 모두 8만명 이상이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장이 무색해지는 결과다.  
 
이에 대해 박광진 제약노조 위원장은 “현재까지 특별한 고용불안 얘기는 안 나오고 있다"며 "만약 약가인하 핑계로 구조조정에 들어갈 경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투쟁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반면 업계 관계자는 “상위 5개사만의 통계로 전체 제약시장을 평가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고, 구조조정 또한 실제 흐름은 그렇치 않다”며 “올해 들어 채용인원이 대폭 줄었고, 부서에서 사람이 빠져 나가도 추가 인원을 뽑지 않고 있다. 보이지 않는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라고 반론했다.
 
성장을 이어가도 너도나도 힘들다는 얘기 뿐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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