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직'을 걸고 우리금융 민영화를 성사시키겠다는 각오를 다진 만큼 전 정권에서 고집해 온 일괄매각 외에 분할매각 방식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신 위원장은 19일 우리금융 매각과 관련해 "(3번의 실패로) 벽이 높다는 것을 알았으니 제 직을 걸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각방안에 대해서는 "일괄매각해서 지주회사로 가는 것에 대한 제약이 많아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우리금융을 민영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온다. ▲정부 지분을 시장에 그대로 매각하는 블록세일 ▲지방은행이나 비은행 계열사를 떼어내 매각하는 분할매각 ▲우리금융 전체를 매각하는 일괄매각 방식 등이다.
블록세일은 일정 지분을 꾸준히 매각하다보면 정부 지분이 50% 미만으로 내려가게 된다. 이 경우 민영화를 빨리 진행할 수 있으나,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기가 어렵다. 이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우리금융 매각 원칙에 어긋나 현실적으로 정부가 선택하기 어려워한다.
분리매각은 우리금융의 자회사인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 지방은행과 증권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를 떼어낸 뒤 몸집을 줄여 민영화에 나서는 방식이다. 경남은행, 우리투자증권 등 핵심 계열사는 인수 희망자가 많지만 매각 과정이 지연되고 우리금융 내부 반발이 거셀 수 있다.
마지막 대안으로는 지난해 3차 매각 시도때와 같은 일괄매각이다. 일괄매각은 예금보험공사의 우리금융 지분 56.97%를 매각하는 방식이다. 단순하고 공적자금 회수도 빠르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와 사모펀드(PEF)들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지분 인수에 나설 곳은 제한돼 있다. 5조~6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곳은 글로벌 사모펀드나 대형 은행이나 가능한데 국내에선
KB금융(105560)지주가 거의 유일하다. 지난해에도 KB금융의 우리금융 민영화 참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우리금융 매각과 관련해 KB금융과 우리금융지주의 차기 회장으로 누가 올지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국내사 가운데 우리금융을 인수할 유력한 후보자가 KB금융"이라며 "KB 차기 회장과 우리금융 민영화를 떼어놓고 볼 순 없다"고 했다. KB금융 회장의 임기는 오는 7월12일까지다.
우리금융 차기 회장 역시 민영화에 대한 철학이 확실한 사람이 와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신 위원장은 이날 "우리금융의 차기 회장으로는 '조기 매각'이라는 민영화 철학이 강한 사람이 가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준 우리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은 9조2288억원으로, 프리미엄을 감안하지 않은 예보의 지분(56.97%) 가치는 약 5조2000억원이다.
예보가 우리금융에 지원한 공적자금은 9조4000억원, 이중 일부 지분 매각과 자산 매각, 배당 등을 통해 회수한 자금은 약 3조6000억원이다. 공적자금 100% 회수를 위해선 6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회수해야 한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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