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하면 설계사부터 떠올리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 방카슈랑스가 도입된 지 어느덧 10년!
은행과 보험이 결합한 방카슈랑스는 2003년 도입된 이래 그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올해는 2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노후를 대비한 수요층이 늘면서, 저축보험이나 연금보험 등 고객의 Needs를 반영한 다양한 보험상품들이 출시됐고, 설계사의 권유보다는 자신에게 필요한 보험에 대해서 직접 알아보고 가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방카슈랑스는 이미 자연스러운 하나의 현상이 되었다.
금융산업의 효율성 제고와 소비자 편익 증진을 위해 시행된 방카슈랑. 빠르고 다양하게 변하는 금융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금융회사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지면서 방카슈랑스의 성장세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방카슈랑스란 은행을 의미하는 방크와 보험을 지칭하는 어슈어런스의 합성어로,
금융 업종간의 시너지가 높은 업무를 확대하는 금융겸업의 대표적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좁은 의미로는 단순 보험상품의 판매라 볼 수 있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은행과 보험사간의 공동 상품개발이나 금융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종합적인 업무 제휴로 금융권의 상호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에게는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금융의 세계화와 더불어 경쟁이 심화되고, IT산업의 발달과 소비자들의 통합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대부분의 주요 선진국가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방카슈랑스가 처음 시작됐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은행에서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방카슈랑스에 적극 뛰어들면서 2009년부터 수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생명보험상품의 경우 방카슈랑스는 대리점이나 임직원 판매 뿐 아니라 설계사 판매비중까지 뛰어넘어 2011년 전체 생명보험 판매액의 절반에 가까운 7조 2100억 원을 넘어섰다
방카슈랑스를 통해 은행은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를 얻었고, 보험사는 판매 채널을 다변화해 고객 기반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소비자는 한 곳에서 편리하게 종합금융서비스를 이용하게 되었다.
2011년 12월말 기준으로 현재 보험회사와 방카슈랑스 판매제휴계약을 체결한 금융기관은 122개사로 은행과 증권사, 카드사가 고루 분포돼 있고, 매년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2007년 9조 8700억 원이었던 보험료 수익은 매년 성장해 2011년 18조 2,087억 원을 기록했고, 이는 2011년 전체 보험료 수익의 약 12.6%에 달한다.
방카슈랑스 시행으로 금융소비자는 은행 등 금융기관을 방문하면서 보험상품을
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편의성이 제고되고, 금융기관은 기존시설과 인력을 활용하면서 모집비용 등 사업비를 절감해 보험상품의 가격을 낮추고, 사업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게 되면서 방카슈랑스는 매년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유럽발 금융위기와 불안한 대내외 경제 상황, 주식과 부동산시장 모두 침체기에 빠져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던 소비자들은 저금리 기조 속에 보다 나은 이율을 제공하는 보험상품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 있다.
고객들이 은행에서 보험에 가입하고 처음 지불하는 초회 보험료도 2010년 6조 3,484억 원 보다 무려 15.8% 증가한 7조 3,534억 원에 이른다.
특히 이 중 저축성 보험의 초회 보험료가 7조 2,761억원으로 2010년에 이어 2011년에도 신계약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방카슈랑스 도입 초반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것이 바로 보험사의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방카슈랑스 점유율 상승폭은 대형 3사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4%포인트, 중견 보험사들은 7~15%포인트로 중견사들의 성장이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방카슈랑스 시행 이후, 대형 보험사에 비해 설계사 비율이 낮았던 중견 보험사들은 은행 등 다양한 판매 채널을 통해 공격적인 경영을 하기 시작했다.
모집 비용은 줄이고 가입자는 늘어 사업 효율성이 개선됐다.
이것은 곧 보험료 인하로 이어져 신규 보험수요를 창출하는데 기여했다.
방카슈랑스는 이미 전세계 많은 지역에서 보편화한 추세로, 지역이나 국가에 상관없이 공통적인 현상은 방카슈랑스에 대한 관심과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해 판매가 늘면서 한편에서는 일부 보험사들의 무리한 경쟁으로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과도한 영업목표를 제시하거나 목표달성을 위해 실적을 부풀리는 등 불건전한 영업행위가 우려되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지난 1월, 국내 6개 은행을 대상으로 방카슈랑스 영업행위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 결과, 불완전 판매 행위가 다수 적발됐다.
보험상품을 판매하면서 상품 내용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아 소비자에게 금전적인 손해를 입히거나 개인에게 대출을 하면서 보험상품을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위법행위도 적발됐다.
도입초기 불완전 판매뿐 아니라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건 사실이다.
설계사나 대리점의 대량 실직이나, 중소형 보험사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걱정도 많았다.
그러나 제도 시행 10년이 지난 지금, 우려했던 대량 실직 사태는 나타나지 않았고, 중소형보험사의 경우 저비용 고효율 채널을 기반으로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서 보험산업 전반에 걸친 수익성과 경쟁력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방카슈랑스 시행 10년을 맞는 올해 모든 보험상품을 은행권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그동안 방카슈랑스는 총 4단계에 거쳐 성장해왔다. 시행 초기 단계에는 연금과 저축성 보험 판매를 허용했고, 2단계는 환급금이 없는 순수 보장형 보험으로 질병, 상해보험을 확대 시행했다.
2006년 3단계가 시행되면서 만기 환급형 보험이 도입됐지만 2008년 4단계로 도입될 예정이었던 자동차보험과 종신보험 등 보장성 보험은 보험업계의 반발로 폐지됐다.
은행업계에서는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고 은행권의 수익성 확대를 위해 전면 개방을 건의하고 있고 금융당국도 이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방카슈랑스 전면 개방을 두고 보험사들 사이에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금융연구원에서는 방카슈랑스 시행 10년과 관련된 보고서를 작성중이다.
금융당국에서는 이 보고서가 나오는 것을 토대로 각 업계의 입장을 반영해 개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제 도입 10년을 넘어 새로운 10년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까?
먼저 금융산업간 균형있는 발전을 위해 관련 규제를 손질해야 한다.
시장 경쟁을 통해 스스로 보험료를 낮출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자율성을 존중하고, 불완전 판매 등 불공정한 행위를 통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줬다면 명확한 규제를 통해 강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은행에서는 불완전 판매가 방카슈랑스의 성장에 따른 문제라기 보다는 과도한 규제가 불완전 판매를 낳았다고 해명하기도 한다.
현재 각 은행의 방카슈랑스 상품 판매인은 점포당 2명으로 제한되어 있다. 이 때문에 인력의 운용이 어려워 효율성이 떨어지고, 여기에 보장성 보험 등 판매하지 못하는 보험도 많아 고객 편익증진이라는 본래 취지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특정 보험사의 상품 비중이 25%를 넘지 못하게 하는 규제도 완화해 소비자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금융사들 스스로도 자정의 노력이 필요하다.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단기적인 보험상품을 만들어 판매에만 열을 올리면서 정작 고객이 원하는 저렴한 보험료나 다양한 상품에는 소극적이다.
향후 정책방향은 방카슈랑스의 도입에 따른 기대효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특정 금융업종이나 금융종사자의 이해관계를 우선하는 정책보다는 제도적인 문제점을 보완하고 시행초기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기적인 금융정책에 근거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금융당국의 철저한 관리 감독도 선행돼야 한다. 금융사들의 무리한 판매 경쟁으로 불공정 거래가 늘어나고 불완전 판매가 증가하면서 이는 곧 시장 질서를 어지럽혀 소비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건전한 판매관행을 정착시키고, 가입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건전한 방카슈랑스 영업과 불완전 판매 행위 등에 대한 상시 감시를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2013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 경제기상도는 대내외적으로 상반된 날씨를 보일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각종 지표가 개선되면서 경제가 살아나고 있고, 중국도 대규모 재정정책으로 성장세를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내수는 올해도 침체가 예상되고 있어 전통적 내수업종인 보험산업은 어려운 한 해를 보내게 될 것이라 예측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험업계가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방카슈랑스 시행 10년! 종합금융기관화 시대를 맞아 장기적인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관련 제도를 점검하고, 금융산업 간 균형 있는 발전이 가능한 종합금융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해 소비자의 복리 증진을 위한 금융 선진화 제도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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