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배냇, 100% 산양제품 출시하고 논란된 이유?
민감한 분유 시장서 기존 업체가 신생업체 진입 막아
2013-03-22 18:15:32 2013-03-22 18:17:48
[뉴스토마토 정헌철기자] 국내 프리미엄 분유 시장이 커지면서 산양분유 업체 간의 경쟁도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여기에 얼마 전 KBS의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서 산양분유 함량에 대해 꼬집는 방송이 방영되면서 기존 업체들의 산양유성분 함량이 이슈화되는 등 국내 산양분유 시장이 시끄럽다.
 
기존 국내에 출시되고 있는 산양분유 브랜드는 총 4개.
 
이중 기존 산양분유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일동후디스를 비롯해 파스퇴르와 최근 남양유업(003920)까지 3개 회사의 제품을 살펴보면 유성분 중 산양유성분 함량이 적게는 12%에서 41.4%로 신규 브랜드인 아이배냇의 산양유성분 75.9%에 밑도는 수치여서 소비자들이 의문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배냇 산양유아식.
이같은 논리에 따르면 산양분유에 공통적인 성분인 무기질, 비타민 등 기능성 성분(30% 내외)을 제외하고 유성분 중 산양유성분이 100%가 아니란 논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모유 대용식으로 만들어지는 분유는 크게 유성분과 영유아에게 필요한 영양성분으로 구분된다.
 
이중 산양분유의 유성분은 산양고형분과 유당성분으로 나뉘는데 기존 업체들의 경우 유당성분에 산양이 아닌 젖소의 유당을 사용하면서 산양유성분의 함량이 낮아진 것이란 설명이다. 물론 법적인 기준에 모두 맞춰 조제된 분유들이다.
 
하지만 과연 산양분유에 일반 우유성분이 함유된다는 것을 알고 구매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
 
일반분유(우유로 만들어진 분유)보다 고가지만 모유성분에 가깝게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산양분유를 선택했던 소비자에게는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는 대목인 것.
 
소비자들의 문의와 항의가 이어지자 일부 업체에서는 산양유당과 젖소유당의 차이가 별로 없다는 논리를 이어가고 있다. 모유성분에 가깝도록 조성된 산양유로 만든 분유라는 점을 강조하던 메시지와 상충하는 논리다.
 
그렇다면 100% 산양유성분으로 제품을 출시한 신생회사인 아이배냇 역시 소비자들에게 환영받고 제품 판매가 현저히 늘었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이 역시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한다.
 
소비자들이 민감한 아기들이 먹는 분유를 쉽게 바꾸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분유시장의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신제품, 신생업체가 자리를 잡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는다.
 
한편 출산 후 처음부터 분유를 먹이려고 준비하는 소비자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모유 양이 적어서, 또는 직장에 복귀하면서 차선책으로 선택하게 되는 혼합수유나 분유수유를 위해 소비자들이 얻을 수 있는 사전 정보가 매우 미약한 것이 현실이다.
 
더불어 분유 마케팅을 할 수 없는 관련 업체는 법망을 피할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찾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업체 간에 무분별한 과당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산부인과병원과 산후조리원 공략이다. 실제로 기존 업체들은 많은 대여금 및 물품 등을 제공하면서까지 산부인과병원과 산후조리원에 분유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처음에 어떤 분유를 먹었느냐가 향후 엄마가 아이의 분유를 선택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각 분유사들은 조제분유 샘플을 제공하거나 할인하는 행위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후조리원 등에 특별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공공연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광고와 판촉을 통해 제품을 알릴 길도 막혔고 산부인과병원과 산후조리원 진입비용이 높아 신생회사의 신규 브랜드는 시장에서 찾아보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살아남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기에 소비자들이 제품을 실제로 구매하는 대형마트에서도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대형마트는 비슷한 상품군을 한 자리에 모아두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직접 여러 가지 제품의 성분을 섬세하게 비교하면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장소다.
 
따라서 제품이 출시돼도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의 선상에 서기 위해서는 매대에 좋은 자리를 잡아야 한다.
 
하지만 매대 중심으로 영업이 되는 대형마트의 관행으로 기존 진열장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의 텃세에 신생업체가 비집고 들어가기가 버거운 것이 사실이며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어렵게 대형마트의 매대에 자리를 잡았다고 해도 기존 판촉사원들의 판매 경쟁이 남아 있다. 자사 제품의 설명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타사를 비방하는 네거티브 판매 전략이 소비자들의 자의적인 선택을 방해하는 것.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좋은 제품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기도 전에 사장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우려된 목소리다.
 
특히 신생업체 아이배냇인 경우 모든 단계 제품이 유성분중 산양유성분 100%로 채운 산양분유 제품을 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중심에 있는 원인이 무엇인지 소비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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