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인구 고령화가 반드시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회로 활용하면 오히려 경제성장에 보탬이 될 수 있습니다."
'제20차 세계 노년학·노인의학 대회(IAGG 2013)'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차흥봉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고령화가 경제성장률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IAGG의 핵심 주제는 고령화가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이다. 이 대회를 관통하고 있는 핵심 키워드는 '디지털 고령화'다.
그는 "디지털 세상에서 정보통신기술(ICT)에 적극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면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정보화가 가져오는 불평등)를 넘어서 디지털 에이징(Digital Aging, 디지털 노화)으로 인해 사회에서 소외되고 삶의 질도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차 회장은 "한국의 발전모델을 중국이나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에 전파하는 역할에 힘을 쏟겠다"며 "한국이 세계 노인문제의 연구, 교육, 정책개발의 중심센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담 = 박동석 뉴스토마토 대표
-세계노년학대회가 서울서 열린다. 의미가 큰 것 같은데.
▲노인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올림픽이다. 대륙을 돌면서 4년마다 한 번씩 열린다. 1950년에 시작해서 6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올해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는 20차로 오는 6월23~27일까지 5일간 서울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전 세계적으로 노인문제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인간은 왜 늙어가는가' '노인병에 어떤 것이 있고 어떻게 예방하고 치료해야 하나' '노인이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보람있게 살아갈 수 있느냐' 같은 개인의 문제부터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고령화 문제, 연금 문제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학술발표와 토론이 열린다.
발표되는 논문 수가 4000여편에 이르며, 발표 세션장 1000여개, 참가하는 사람들도 5000명에 달하는 등 세계 노인문제에 대한 모든 것들이 펼쳐진다.
◇노년학계 올림픽.."모든 노인문제 논의의 장"
-주로 다뤄질 주제는.
▲인간의 노화와 중풍, 치매, 관절염 등의 병을 어떻게 예방하고 치료하느냐 하는 등 노인 의학적 및 생물학적 문제부터 노인과 가족과의 관계나 노후생활을 위한 사회보장제도 등 사회보장정책까지 국가의 정책과 관련된 분야까지 여러 분야를 다루게 된다. 한국의 고령화 방향이 어디로 가야되는지 제시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서울에서 이 대회를 개최하는 의의는.
▲기존에는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 중심으로 개최됐다. 일본이 지난 1978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개최했다. 아시아 대륙에서는 일본에 이에 두 번째로 35년 만이다. 대륙을 돌면서 4년에 한 번 열리기 때문에 한국에서 다시 열릴 가능성은 100년내에 없다.
-IAGG의 차기 회장으로 선출됐다.
▲세계노년학회에서는 그 대회를 개최하는 시점부터 개최국의 책임자가 차기 IAGG 회장을 하도록 돼 있다. 올해 6월부터 세계노년학회 회장으로 취임해 오는 2017년까지 4년 동안 세계노년학회 회장국 역할을 하게 된다. 세계노인문제에 대한 연구, 교육, 정책개발의 중심역할을 한국이 하게 된다는 의미다.
-조직위원장으로서 어떻게 준비해 왔나.
▲8년 전인 지난 2005년에 유치를 확정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었다. 현재 보건복지부의 공식 지원 외 삼성생명이 공식 후원하고 있고, 서울시와 주요 기업들이 도와주고 있다.
◇ICT 기술 발달에 적극 참여.."삶의 질 높여야"
-이번 대회의 슬로건이 '디지털 고령화 세대'다. 무슨 의미인가.
▲디지털 세상에서 노인들도 뒤지지 말고 적극적으로 적응하고 잘 살아가자는 의미다.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란 말처럼 자꾸 소외돼다 보니 삶의 질도 떨어지게 된다. 정보통신기술(ICT) 발달에 노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건강을 찾고, 삶의 질을 적극적으로 높이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기업들의 관심이 높을 것 같다.
▲이번 대회에서는 헬스케어나 텔레메디슨, M헬스(모바일헬스) 등 ICT를 활용한 건강 관련 기업들이 많이 참여할 예정이다.
-차기 IAGG 회장으로서 포부가 있다면.
▲한국의 발전모델을 전 세계, 특히 개발도상국에 전파하는 일을 하고 싶다. 중국이나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에 전파하는 계기를 삼으려 한다. 한국을 세계노인문제 연구, 교육, 정책개발의 중심센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겠다.
◇"노인≠짐..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인격적 존재"
-노년층의 사회경제적 역할이 무엇이라고 보나.
▲고령사회에 대해 걱정이 많은 것은 노인을 짐으로 보기 때문이다. 머잖아 전 인구의 40%가 65세를 넘게 된다. 이런 사회에서 65세 이상 인구를 모두 짐으로 생각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패러다임을 바꿔야한다.
노인은 모두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인격적 존재다. 노인을 긍정적으로 보는 노년상이 필요하다. 스스로 일하고 자립하고, 사회에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다. 이것이 고령자 자립사회다.
-연금 등을 두고 세대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이 문제의 해법은?
▲이 역시 노인을 짐으로 봤기 때문이다. 잘못된 생각이다. 세대통합적으로 봐야된다.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젊은 사람들이 보험료 내고 노인들이 받아가는 국민연금이나 노인복지로 가서는 안된다. 만들수도 없고, 지탱하기도 힘들다. 젊은 사람들이 부담가능하고 노인들도 적절한 수준에서 연금을 받는 국민연금이나 노인복지 정책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을 사회보험의 틀로 유지하는 한편, 노년층 가운데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에 대해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하는 공적부조 방식의 기초연금을 지원하는 투트랙 시스템으로 가야한다.
◇"국민연금, 유장한 개혁해야"
-새 정부의 국민행복연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또 앞으로 국민연금의 역할은 무엇이며 장기적으로 어떻게 가야되나.
▲연금 정책은 국가의 백년대계에 있어 중요하다. 국민연금은 5000만 전부가 직접당사자다. 보헙료를 내거나 노후에 연금을 받거나 하는 등 모든 국민의 직접적인 이해가 얽혀 있다. 우리나라가 존속하는 한 제도가 영원히 발전할 수 있도록 가야된다.
국민연금은 1988년 시작돼 25년 역사가 됐지만 아직 성숙되지 않아서 제대로 못받는 노인들도 많이 있다. 때문에 기초노령연금을 만들었고 정부가 재정을 때서 노후의 일부를 보태주는 제도가 시작됐다.
근본적으로 기초노령연금은 한시적인 일몰제도다. 국민연금을 확대하는게 기본방향인데 이것이 잘못돼서 기초노령연금을 없애고 기초연금으로 만들면서 국민연금과 어떻게 결합하느냐가 이슈가 됐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결합할 때 여러가지 영향이 있고 법도 새로 만들어져야 한다. 정치권, 전문가 등 모두 참여해 충분한 토론을 거쳐 모든 국민들이 합의하는 연금개혁안을 만들어야 된다. 그래야 100년 갈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국민연금개혁방안을 국회가 국회에서 '국민연금특별개혁위원회'를 만들어서 정치권과 전문가가 합한 충분한 토론을 거치는 시간을 갖고 국민 합의를 하도록 해야 된다.
길게 보고 심사숙고한 뒤 유장(悠長)한 개혁을 해야된다. 단기적으로 하면 계속 문제될 것이다. 국민연금은 모든 국민이 이해당사자다. 인간은 누구나 손해보고 싶지 않다. 득과 실이 첨예하게 얽힌 문제다. 전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된다. 100년을 두고 만들어야 된다.
-고령화가 잠재성장률을 낮춘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번 대회의 핵심 주제다. 현재는 2가지 설이 있다. 인구고령화가 경제성장률을 저해한다. 가령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저축률이 줄어서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오히려 인구고령화를 기회로 활용하면 경제성장에 보탬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인구고령화가 경제성장률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잇도록 할 수 있다. 반드시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차흥봉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 주요 약력
▲서울대 사회학 학사·석사 ▲중앙대 사회복지학 박사 ▲보건복지부 장관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한림대 부총장 ▲한국노년학회장 ▲한국사회복지학회장 ▲공적노인요양보장제도실행위원회 위원장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 자문위원장 ▲한국노인과학 학술단체연합회 회장 ▲보건복지가족부 건강보장미래전략위원회 위원장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현) ▲제20차 세계 노년학·노인의학 대회 조직위원장(현) ▲세계노년학회 차기 회장(현)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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