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투자의맥)지표 불확실..리스크 경계 필요
2013-01-18 08:18:20 2013-01-18 08:20:15
[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재정절벽에 대한 우려가 일단 한고비를 넘겼다. 주중 발표된 경제지표도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수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흐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많았던 12월에도 반등을 연출했던 글로벌 증시가 1월 들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건 왜일까.
 
17일 증시 전문가들은 리스크 수준이 여전히 낮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미국 발 정책리스크가 그 수준을 빠르게 상승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경기모멘텀과 리스크 수준의 상대 강도에 주목할 것을 권고했다.
 
◇동양증권: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는 시점
 
지난 주 글로벌 증시 상황과는 사뭇 다르게, 자료를 쓰고 있는 현 시점의 미국 증시는 발표된 경제지표들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12월 주택착공건수가 95.4만건으로 컨센서스인 88.3만건을 7만건 이상 상회했다. 주간 신규실업 수당 청구건 수도 33.5만건으로 2008년 1월 이후 최저치까지 내려갔다. 현재(현지시간 10:15,오전) 미국 S&P500지수는 +0.45% 상승중이다.
 
미국이 이처럼 긍정적인 지표를 발표해 준데다 오늘 발표가 예정된 중국의 GDP까지 나쁘지 않은 결과를 보여 준다면 국내 증시도 상승세를 시현하면서 기분 좋은 주말을 맞이할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당분간 강한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을 가지고 시장에 접근하기 보다는 다소 신중한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그 이유를 경기 모멘텀과 리스크의 상대 강도라는 관점에서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증시의 방향성은 경기 모멘텀과 리스크에 대한 우려라는 두가지 변수의 상대적인 강도에 의해 결정되어 왔다. 이를 구체화 시켜 볼 수 있는 것이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와 MRI의 스프레드(M-R스프레드)이다.
 
현재 M-R스프레드는 고점을 형성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미국의 경기서프라이즈 인덱스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임을 언급한 바 있는데, G10 역시 마찬가지 흐름을 보이고 있기 떄문에 기존에 비해 경기 모멘텀이 약화되면서 이와 같은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경험적인 측면에서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증시와 해당 지표의 상관관계가 상당히 높게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대비하자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M-R스프레드가 감소한다는 것은 세가지 경우가 있다. ①경기 모멘텀이 둔화되고 리스크 수준이 올라가는 경우, ②경기 모멘텀 보다 리스크 수준이 가파르게 올라가는 경우 마지막으로 ③리스크 수준은 올라가지 않는 반면 경기 모멘텀이 다소 둔화되는 경우의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현재 시점은 바로 세번째(리스크 수준은 낮이지만, 경기모멘텀이 둔화되는) 구간에 속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경기 모멘텀은 순환적인 움직임을 가진다. 기대치라는 것이 실제치에 대해 적응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인데,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경기 모멘텀의 약화라는 것을 무조건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바로 현재의 상황이 이와 같은 경우이다. 높아진 기대치에 의해 양호한 지표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이지 실제로 부정적인 지표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리스크 지표의 상승에 수반되면서 M-R스프레드가 가파르게 떨어지는 모습이 나타나지만 않는다면 글로벌 증시의 조정 과정은 상승탄력 둔화나 일시적인 변동성 확대 수준에서 그칠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신중한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했던 것은 Risk 지표의 확대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현재로써 유로존은 별로 걱정할 것이 없어 보인다. 바로 어제 IMF가 그간 지연되었던 그리스에 대한 구제 금융(32.4억유로)를 승인했으며,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각각 국채 발행에 성공하면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유로존 불확실성은 확실히 제어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쪽에서 Risk 지표의 상승을 야기하는 일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쪽이다. 1월 초 Small deal의 결과 2월까지라는 Dead-line이 주어지게 된 미국 부채한도 증액 관련 협상은 위험한 변수이다. 이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 우려와 같은 이슈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Risk 수위를 순간적으로 빠르게 높일 가능성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미국 정치권과 관련된 경제 불확실성을 측정하는 Policy Uncertainty Index가 부분 합의 이후 상당히 낮아진 상황인데, 해당지표가 빠르게 높아지는 모습이 나타난다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결론적으로 Risk 수준에 대한 우려로부터 여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당분간은 상승에 대비한 적극적인 매수라는 관점 보다는 한발 물러난 상황에서 조정시 매수의 관점으로 시장을 바라 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현대증권: 환율과 수급 부담으로 지수 조정 압력 지속
 
2월까지 대내외 정책이벤트의 공백과 4분기 실적부진 전망으로 현재 지수의 방향을 빠르게 전환시킬 만큼의 강한 모멘텀이 부재하다. 원·달러 환율이 기술적 저항 포인트인 1050원대에서 향후 속도조절이 예상됨에 따라, 원화강세로 인한 수익률 괴리도가 단기적으로 외국인의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할 가능성 존재한다.
 
그러나 향후 정부 개입 가능성에 의한 환율 변동성 축소,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완만한
경기회복세 및 국내증시의 1분기 실적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한 상황으로서, 수급과 환율
부담으로 인한 지수 조정은 단기적으로 중기 추세선인 60일 이동평균선(= 코스피1950
내외) 수준에서 제한될 것으로 판단한다.
 
다음 주까지 주목할 변수로는 오늘 발표될 중국의 4분기 GDP 성장률과 12월 실물 경기
지표(산업생산, 소매판매, 고정자산투자) 결과와 다음 주로 예정된 애플의 실적발표 결과를 꼽을 수 있다. 2012년 3분기 7.4%(YoY) 하락하였던 중국의 GDP 성장률이 4분
기에 견조한 성장으로 반전될 경우(현재 추정치 7.8% YoY) 국내증시 경기민감 업종들
이 부진을 탈피할 전환점이 될 수 있음. 그러나 다음 주 애플의 실적이 실망스러울 경우
국내 IT부품 업체에 후폭풍이 발생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최근 국내 증시의 업종별 수급상황을 살펴보면 외국인 매도세가 시작된 1월 10일 이후
외국인은 유틸리티, 소재, 헬스케어 업종에서 매수우위, 국내 기관은 유틸리티, 통신서비
스, 금융 업종에서 매수 우위를 기록하여, 시장 전반적으로 경기에 덜 민감한 내수관련
업종이 매수 우위를 보인다.
 
결론적으로 현재 수급 부담과 환율의 영향력이 확대된 상황임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수출주 보다는 경기방어 내수주를 염두에 두고, 그 외의 업종은 향후 지수의 추가적 기
술적 조정이 진행될 경우 저가 분할 매수의 기회로 활용함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한다.
 
◇신한금융투자: 뱅가드(Vanguard), 오해와 편견
 
지수 급락은 뱅가드에게도 독(毒)이다. 충격을 최소화하는 점진적인 매도는 뱅가드에게도 이득이다.
 
1월의 12거래일 가운데 KOSPI가 하락한 날짜는 모두 9거래일이다. KOSPI 투자심리도(최근 10거래일 중 상승일 비율)는 20%까지 떨어졌고, 공교롭게도 1월 들어 지수가 하락했던 날은 모두 전강후약을 기록했다. 경기 여건이나 정책 대응과 같은 제반환경들이 급격하게 악화되지 않았지만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1월 이후 외국인투자자들의 매수 탄력 둔화가 지수 약세의 주된 이유로 거론된다. 특히 지난해 10월 벤치마크 변경(MSCI → FTSE)을 공식화하면서 보유하고 있던 한국 주식의 비중 축소에 나선 뱅가드社를 바라보는 눈총이 따갑다.
 
뱅가드 관련 매물의 점검 포인트는 1)매도 시기와 2)실제 출회되는 규모다. 일단 지난주(10일)에 뱅가드가 ETF의 벤치마크 전환을 준비하기 위해 전환지수(Transition Index) 개발을 공식화하면서 금주 국내 증시는 본격적인 매물 출회권에 들어섰다.
 
그러나 뱅가드 관련 매물을 지수 하락의 주범으로 몰아 세우기에는 억울한 측면도 있다. 작년 9월말 기준으로 뱅가드는 9.2조원의 국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증시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25주 동안 점진적으로 비중을 축소하는 것이 기본 전략이기 때문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주간 순매도 금액은 3700억원 정도다.
 
뱅가드가 주간 순매도 금액을 어떤 식으로 배분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예컨대 5일 동안 균등한 금액(혹은 비중)을 팔 수도 있고, 특정한 날짜에 전액 매도할 수도 있다. 종가에 대량 매매를 통해 비중을 덜어낼 가능성도 있다. 1월 10일 이후 유가증권 시장의 외국인 절대 매매 및 뱅가드가 많은 수량을 보유(지난해 9월말 기준)하고 있는 종목들에 대한 세부적인 매매를 점검하면 다음과 같다.
 
2010년 이후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절대 매도액은 5일 평균 5.48조원인데 뱅가드 매물 우려가 본격화된 1월 10일 이후 5거래일 동안은 5.85조원으로 증가(실제로 3,700억원)했다. 반면, 일간 절대 매도액에서는 이례적인 급증이 포착되지 않는다. 다소 빠른 추정이겠으나 충격을 최소화하는 점진적인 매도 컨셉에 부합한다.
 
개별 종목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뱅가드가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의 2010년 이후 일평균 외국인 매도액과 최근 5거래일의 매도액을 비교하면 아래 표와 같다. 평균을 상회하는 매도세가 연속적으로 진행된 사례는 아직까지 제한적이다.
 
정성적인 측면에서 지수 수익률에 연동되는 ETF(인덱스)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회사의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세계 3위의 ETF 운용사인 뱅가드가 벤치마크 변경을 사유로 지수 급락을 야기했다는 평판을 얻는 것은 부담이다. 더구나 향후 24주 동안 96%의 매도 물량을 남겨둔 시점이기도 하다. 자체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따져 봐도 뱅가드가 지수의 급락을 야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실제 출회 가능한 매도 금액이 감소할 수 있다.
 
뱅가드 관련 매도 금액에 대해서도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9.2조원은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뱅가드가 보유하고 있는 한국 주식의 전체 시가총액인데 실제로 출회될 수 있는 최대치로 판단한다.
 
글로벌 1,2위의 ETF 운용사인 BlackRock과 StateStreet는 대다수 상품의 벤치마크 지수로 MSCI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한국관련 4대 해외 뮤추얼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음도 함께 주목해야 한다. 특히 뱅가드가 FTSE 전환지수 설정을 공표하기 전인 1월 3~9일 기간에 증가한 한국관련 해외 뮤추얼펀드가 114억 달러다. 동일기간 전세계 주식형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222억달러인데, 이는 주간 단위로 2007년 9월 이후 최고치이다. 벤치마크 지수로써 MSCI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자금의 경우 한국물에 대한 비중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머징 국가들의 전체 시가총액에서 대한민국 증시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MSCI 국가 분류기준)이다. 또한 MSCI 이머징지수 시가총액에서 MSCI Korea 지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12%선이다(국가별 가중치는 무시했음).
 
1월초에 한국관련 해외 뮤추얼펀드로 순유입된 114억달러에 이머징 증시에서 한국증시가 차지하는 비중(10~12%)을 단순 대입해보면 11.4~13.7억달러(1.2~1.5조원)로 계산된다. 이것은 MSCI를 추종하는 자금 가운데 한국물에 대한 비중 증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금액이다.
 
물론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 뱅가드의 벤치마크 변경이 수급과 관련한 교란 요인으로 작용함은 인정해야 한다. 12개월 선행 PER 8~9배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는 KOSPI의 반등 탄력을 둔화시킬 개연성은 충분하다.
 
다만 동시에 뱅가드와 관련된 우려의 수준이 과도하게 부풀려질 가능성에도 경계가 필요하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시장의 충격을 야기하는 방식으로 벤치마크 변경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벤치마크 교체에 따른 시장 충격이나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뱅가드 자체적으로도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로 한국 증시를 이탈할 수 있는 절대 매도 금액도 시장에서 회자되는 수준(9.2조원)보다 감소할 수 있음에 주목한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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