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초대 대통령의 이름을 딴 미국의 워싱턴, 영국 공작의 이름을 딴 뉴욕,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을 빌은 캐나다의 빅토리아, 말레이시아 첫 수상의 이름으로 지은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 그리고 한글 창제자 조선의 세종대왕의 이름을 사용한 세종시.
세종시는 2006년 국민 명칭 공모를 통해 결정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공식명칭이다. 우리나라에서 사람의 이름을 딴 도시명칭은 세종시가 처음이라고 한다.
'세종(世宗)'은 세상 '세(世)'와 마루, 으뜸, 근간을 의미하는 '종(宗)'의 결합으로 나라의 중심에 위치한 행정의 근간이 되는 도시라는 의미도 갖는다.
이렇게 아름다운 의미의 이름을 가진 세종시의 실제는 안타까운 지경이다.
도시계획이 추진된지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변변한 종합병원하나 없는 실정에 야간진료를 받기 위해선 대전이나 청주까지 가야 하고, 가로등 조차 제대로 구비되지 못해 치안은 불안하기만 하다.
이번 달부터 세종시 이주가 반 강제적으로 진행되고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공무원들은 유배지로 끌려가는 기분을 숨기지 않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올해말까지 4100여명의 공무원이 세종시로 이주하지만, 현재 거주가 가능한 아파트는 800가구가 채 되지 않는다. 살 곳도 생활환경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갈수밖에 없는 공무원들 입장에선 어쩌면 유배보다 더한 상황이다.
세종시의 앞으로의 발전가능성도 현재로선 어둡다. 민간기업유치는 실적이 전무한 상황이고, 다른 기업도시나 경제자유구역 등 다른 특성화 도시와 비교하면 투자 인센티브도 거의 없다.
효율적인 국정운영과 국회의 기능을 유기적으로 연계하기 위한 필수기능도 부족한 상황이다.
연말 세법개정심의와 예산안 심사 등 국회와 유기적으로 오가며 해야할 일이 산더미지만, 부처 실국 공직자들을 위한 서울 사무실 하나 변변치 않다. 보안이나 시스템 문제 때문에 화상회의로 진행하기도 쉽지 않다.
웬만한 도심 아파트단지도 1년이면 뚝딱 지어내는 건설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지난 시간 세종시의 발전이 이처럼 지지부진했던 것은 정치적인 불확실성도 한몫했다.
중간에 행정수도 이전이 일부 위헌판결을 받으면서 이명박 정부들어서는 수정안까지 추진됐고 이과정에서 아무것도 결정되지 못했고, 각종 인프라 구축도 지지부진했다.
공무원들 사이에선 이러다 안갈수도 있다거나 설마 내려가겠냐는 불확실성도 확대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세종시에 대한 확신을 가진 사람들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지금 대선후보들은 하나같이 세종시의 발전을 외친다. 수정안을 거부하고, 원안을 고수했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집권하든 행정수도 이전을 계획한 노무현 정부를 계승하는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세종시의 발전에는 득이 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지금까지 사실상 멈춰있었던 세종시의 책임도 이들에게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대왕의 이름까지 빌어 만들고자 했던 명품도시 건설을 위해서는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빠른 후속조치를 통해 그곳으로 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유배지가 아닌 명품도시로 향하는 걸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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