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지금도 오토바이 10대를 세워 놓고 엔진소리만 듣고도 어느 회사 제품인지 알아 맞출 수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폭주족'도 해봤어요. 어릴 때부터 동경했던 파워모터스포츠로 행운을 잡았습니다."
'북극고양이(ARCTIC CAT)' 한국대리인 이철희 대표(44, 사진)는 불과 몇 년 전까지 은행원이었다. 고졸 출신으로 드물게 기업은행 팀장자리까지 올랐다.
"거기까지였습니다. 가족들에겐 안정적인 은행원 아빠와 남편, 아들이 자랑이었지만 저는 늘 답답했어요. IMF 때문도 아니었고, 퇴직할 때가 된 것도 아니었지만 박차고 나왔죠."
◇4번의 실패.."실패 또한 하나의 이력서"
야심차게 직장을 벗어났지만 좋아하는 일을 잘 하기란 쉽지 않았다. 7년 동안 4번 시도했고, 4번 실패했다.
BMW모터스, 아라이(Arai) 헬멧, 알파인스타즈(Alpinestars) 등의 독일, 일본, 이탈리아에서 인기있는 상표의 한국 총판권을 따냈지만 얼마지 않아 시장논리에 의해 더 큰 기업에 판권을 빼앗겼다.
지난 3년간 더 치열하게 준비했다. 이번엔 미국 파워모터스 회사인 '북극고양이'로 도전한다.
북극고양이는 ATV(4륜오토바이), UTV(산악바이크), 스노모빌(설상차) 등 파워모터스 전문업체다. 북극고양이가 생산하는 상품만 총 86종류, 188가지 색상에 이른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창업했고 10월 아시아 최초로 한국 공식대리점 승인을 받았다. 그는 과거에 시도했던 사업들이 모두 실패했다고 했지만, 이런 모든 경험들이 그가 공식대리점 승인을 받는데 플러스 요인이 됐다.
"은행원 출신이다 보니 금융관련 지식이 있었고, 사업실패 경험을 통해 현장 경험이 풍부했죠. 슈퍼모터스는 실제로 즐겨하다 보니 관련협회 임원직을 맡고 있었는데 이런 모든 경험이 공식대리점을 내는데 강력한 레퍼런스가 됐습니다."
◇사진=북극고양이에서 제작하는 다양한 파워스포츠 모델
◇장단기 목표 세우고..전문가 적극 활용해야
북극고양이의 공식대리점이 되면 어느 본사든지 1년에 최소 매출액 12억원은 보장받을 수 있다. 그는 사업 2년차에 15억원, 3년차 30억원 등 공격적인 목표도 세워뒀다.
"이 전에는 무지해서 당했지만 이번에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정책과 기관을 활용해 두 겹, 세 겹 안전망을 쳐놨습니다. 법률적인 부분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꼼꼼히 들여다봤어요."
단기적으로는 오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제품을 납품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통해 시장을 확대시키고 장기적으로는 미국에 있는 생산설비 일부를 들여와 국내의 우수한 조립 실력을 활용해 아시아권으로 재수출하는 게 장기적인 목표다.
앞으로의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파워모터스포츠 1인자가 아닌 창업 길잡이가 되고 싶다 했다.
"저처럼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을 바른길로 인도하는 길잡이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북극고양이 사업이 꼭 성공해야겠죠. 실패한 선배에게 배우려는 후배는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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