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근로빈곤층을 지원하는 근로장려세제의 혜택 70%는 빈곤층이 아닌 사람에게 돌아가고 있다"
정부 복지정책 중 하나인 근로장려세제(EITC)에 대한 충격적인 연구보고서가 지난 4일 공개됐다.
다른 기관도 아닌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였다.
그 동안 근로장려세제는 일하는 차상위계층에게 근로장려금을 지급, 근로의욕을 고취시키는 정책으로 정부 복지정책 중 모범적인 사례로 꼽혔다.
지원대상도 매년 확대해 왔으며, 2014년부터는 근로자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로까지 대상을 확대키로 예정돼 있다.
지금까지 주로 정부의 연구용역을 수행하거나 정부와 같은 목소리를 내왔던 KDI가 정부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고 있는 정책에 대해 정반대의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당장 정부는 '발끈'했다.
근로장려세제를 도입한 기획재정부는 제도를 현장에서 시행하고 있는 국세청과 함께 긴급히 해명자료를 내놨다. KDI의 보고서는 실제 소득자료가 아닌 응답자의 구술로만 진행된 간접조사 결과여서 실상을 왜곡할 개연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특히 국세청은 "KDI 조사표본의 선정과 연구방법에 많은 '오류'가 있다"고 까지 언급했다.
실제로 보고서를 작성한 윤희숙 KDI연구위원이 보고서에서 연구결과의 한계점으로 조사표본의 대표성 문제를 언급하기는 했지만,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를 정부가 '오류'라고까지 표현하면서 정면반박하는 것도 보기 드문 모습이다.
KDI의 근로장려세제 연구보고서 논란은 다음날 발표될 예정이던 KDI의 또다른 보고서가 돌연 취소되면서 양측의 '갈등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KDI는 근로장려세제 분석보고서를 낸 다음날인 5일에 '전력산업에 대한 경쟁정책'이라는 주제의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KDI는 기획재정부를 통해 언론에 매주 보도계획을 제공하고 있는데, 5일 아침 갑자기 이 계획을 취소했다.
KDI측은 "자료를 좀 더 보완한 후에 다시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민영화와 전기요금 인상 등 민감한 주제가 담길수 밖에 없는 전력산업 정책보고서가 갑자기 취소된 배경을 놓고 정부의 보고서 '마사지(내용 수정)' 의혹까지 제기됐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전기요금 문제는 민감한 사항이다. 대통령 선거라는 큰 정치이슈를 앞두고 정부에서 연구기관의 냉정한 분석을 꺼려 할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전력산업과 관련해 국제에너지기구도 전기요금 인상이 시급하다고 지적했고, 업계에서는 최근 전력산업 민영화를 통해 전력시장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력산업이 민영화되면 전기요금은 오를 수 밖에 없다. 공공요금 인상은 물가를 뛰게하고, 결국 선거판세까지 영향을 끼친다.
기획재정부는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인상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KDI관계자는 전력산업 경쟁정책 분석보고서의 추후 발표 일정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정부의 압력설에 대해서는 "전혀 근거 없는 소리다. 단순히 내용을 보완해야할 부분이 있어서 발표가 연기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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