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곽보연기자] "한 운영체제가 PC와 모바일, 태블릿을 모두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윈도8은 마이크로소프트를 키워낸 모든 것을 이어주는 접착제이자 토대다."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CEO)
모바일 OS의 전성기를 맞아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가 양분하고 있던 스마트폰 운영체제(OS)가 '新삼국지'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PC업계 최강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8'을 출시하며 모바일 OS시장을 향해 '전력투구'에 나선 것이다.
당초 PC업계에서는 PC, 태블릿, 스마트폰용 OS를 하나로 통합한 MS의 새로운 운영체제 윈도8의 출시가 최근 3년간 만성적인 수요 부족에 시달려온 PC시장에 '가뭄의 단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윈도8이 PC 업계에 미칠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가장 큰 이유는 윈도8이 PC 활성화가 아닌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 진출을 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윈도8은 ▲태블릿 포맷의 간편성과 이동성 ▲윈도우 스토어 ▲사용자 친화적 환경 ▲직관적 UI/UX 등을 강조한 운영체제로, 사실상 PC의 성능보다는 모바일 OS로서의 장점에 더 주안점을 뒀다.
스티브 발머가 말했듯, MS의 윈도8 출시는 PC 업계에서 누려온 패권을 모바일 디바이스 영역으로 확장시켜 구글과 애플에게 빼앗긴 IT 업계 주도권을 되찾아 오겠다는 것에서 상징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애플의 iOS처럼 PC와 스마트 기기 등 모든 기기를 하나로 연결해줄 수 있는 '멀티OS'로의 변화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MS의 시장 점유율 확대 전략도 'PC업계 패권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OS 시장 진출'로 집약된다. 윈도8의 PC 보급률이 내년도 2억대 수준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MS측에서는 윈도8의 보급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나면 윈도폰8의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윈도폰8 출시 간담회에서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직접 윈도폰8을 설명하고 있다.(사진=MS)
시장의 전망도 나쁘지 않다. 지난달 23일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내년도 윈도 OS 시장점유율에 대해 태블릿PC 분야에서 올해 3%에서 4배 이상 오른 13%,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올해(3.9%)의 2배 이상인 10.4%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태블릿PC에서 iOS는 44%, 안드로이드는 40%로, 각각 올해 예상 점유율인 53%와 41%보다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폰 분야에서 iOS의 점유율은 올해 22%에서 23.1%로 소폭 오를 것으로 내다봤으나, 안드로이드는 60.3%에서 57.9%로 2.4%포인트 떨어지리라 예측했다.
MS는 또 안드로이드와 iOS에 비해 가장 큰 단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앱 보유량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앱 개발자들에 대한 다양한 장려 정책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윈도우 스토어는 판매 수익을 7:3으로 나누는 모델로 운영된다. 개발자가 판매 수익의 7을 가지고 가는 모델로 타 앱 스토어와 동일한 수준이다. 하지만 2만5000달러 이상 판매가 이뤄질 경우에는 기존에 고정화된 7:3 비율에서 8:2 비율로 조정해 앱 개발자들에게 더 많은 수익을 배분하며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윈도8이 스마트폰 OS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업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1일 기준으로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MS의 시장점유율은 단 2%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 1.2%와 비교해 다소 늘어났지만 여전히 1, 2위 업체인 구글과 애플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1위 OS 업체인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3분기 기준 판매량 1억3600만대로 시장점유율이 75%에 이르고 2위 업체인 애플의 iOS는 2690만대를 판매해 점유율 14.9%를 기록했다. MS의 '윈도7'이 탑재된 스마트폰은 3분기 판매량 360만대를 기록하며 5위에 그쳤다.
이처럼 애플과 구글의 양강체제가 공고해진만큼 소비자들은 이미 안드로이드, iOS에 익숙해진 상황이다. 즉 MS가 윈도폰8으로 변화를 시도하려면 소비자를 유혹할 만큼의 강력한 '매력'이 필요할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스마트폰의 '심장'이나 다름없는 앱의 절대적 보유량 부족 문제는 윈도폰8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힌다. 한 스마트폰 제조사 관계자는 "윈도8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지의 관건은 '앱(App)'"이라며 "애플과 구글은 다양하고 안정적인 애플리케이션을 다량 보유하고 있지만 MS는 앱 확보가 매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애플의 성공 비결은 하드웨어와 함께 제공되는 애플리케이션에 있었다. 애플이 앱스토어(App Store)를 통해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은 지난달 23일 기준 70만개를 돌파했다. 신문과 매거진 관련 앱만 5000개, 150만권의 책과 2600만공의 노래, 4500편의 영화 등 앱스토어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다운받을 수 있다.
구글 역시 구글플레이(Google Play)를 통해 제공되는 앱의 개수가 최근 70만개를 넘어섰다. 이곳 역시 다양한 콘텐츠를 다운받아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반면 MS의 윈도폰 마켓플레이스(Market Place)에 등록된 앱은 지난달에서야 12만개를 넘어섰다. 구글과 애플이 보유한 앱 갯수와 비교해 17%에 불과한 수준이다.
현재 윈도폰8을 출시했거나 계획에 있는 업체는 노키아와 HTC, 삼성전자 세 업체뿐이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MS는 윈도폰8 출시행사를 가지며 5종의 윈도폰8을 공개했다.
우선 MS와 가장 긴밀히 협력해온 노키아는 지난 9월 '루미아 920'과 '루미아 820'을 출시한 바 있다. 루미아 820이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전략폰이라면 루미아 920은 노키아의 자존심이 걸린 플래그쉽 제품이었다.
대만 스마트폰 업체 HTC는 MS 출시회에서 '윈도폰8X'와 '윈도폰8S' 두 모델을 시장에 내놨다. HTC의 재도약을 위한 스마트폰인 이 두 제품은 강렬한 색감을 입혀 감각적인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고자 했다.
삼성전자는 지날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최대가전박람회 IFA 2012에서 윈도8이 탑재된 '아티브' 시리즈를 공개하며 윈도폰8 '아티브S'를 선보였다. 미국 시장용인 '아티브 오디세이'는 오는 12월 출시를 앞두고 있고, '아티브S'는 유럽에서 먼저 출시될 예정이다.
윈도폰8의 성공여부는 불투명하다. 아직까지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타 제조업체들도 섣불리 윈도폰8 생산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사들 역시 윈도폰8에 대해 아직까지 출시 계획이 없는 상태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윈도우8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정해진 것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시장의 기대는 신규 LTE폰과 애플의 아이폰5에 쏠려 있기 때문에 윈도폰8에 대해서는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시간의 문제일 뿐 윈도8의 시장 정착에 대해 확신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구글 안드로이드에 의존해온 대형 제조사들이 다변화 전략으로 윈도8을 전략적으로 채택하면서 보편화의 물꼬를 텄다는 분석마저 제기됐다. 특히 노키아의 경우 과거 명가의 부활을 다짐하며 윈도8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어 이를 쉽게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경고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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