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지난 3일 돌아왔다. 한 달여의 공백은 이내 채워졌다. 그룹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은 주말에도 출근, 보고사안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 회장은 주 두 차례(화·목) 정기출근을 다시 시작한다. 장기출장의 여독보다 그룹 현안이 더욱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출근을 재개하는 대로 각 사 경영진들과의 오찬경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당연히 최종점검 단계에 있는 내년 경영계획 수립이 최우선적으로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이미 각 사별로 보수적 운영을 토대로 경영계획 안(案)이 마련됐다. 투자와 고용에 있어 일정 부분 축소가 불가피해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해도 ‘유지’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세계경기의 불확실성이 여전한데다, 불황이 장기화될 조짐마저 보이면서 이미 국내 주요그룹 상당수는 비상체제로 전환했다. 국가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과 산업전반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해 폭과 수위 조절에 대한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내부전열 정비에도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제기된 이재용 사장의 승진은 올해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재계 시각이다. 경제민주화가 대선 핵심의제로 자리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려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대신 사상최대 실적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전자에는 위기감을 불어 넣어 긴장감을 높이는 한편, 여전히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금융 등 타 계열사에는 질책과 함께 사기진작 차원의 조치들이 나올 수 있다. 이 모두가 인사(조직개편)를 통해 일차적으로 단행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임원급 이상과 일반 사원에 대한 접근을 달리 하는 이른바 투 트랙 전략이 적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엄격한 신상필벌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일반 사원들에게 징계기록 말소 등의 혜택을 부여해 사기진작과 함께 조직에 대한 충성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 회장이 과거 위엄을 벗고 일반 직원들과의 대면 접점을 높여 나가는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지난 9월 10명의 과장급 이하 평직원들과 점심을 같이 하며 흉금 없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과거 명확한 위계구조를 감안하면 파격적 시도란 해석이 나왔었다.
한편 이 회장의 향후 첫 대내외 공식 행보는 내달 1일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시상식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 직후인 지난 1994년 처음 시작된 이 시상식은 올해로 18년째를 맞는다.
이 회장은 또 이날 취임 25주년이란 특별한 계기를 맞는다. 화려한 대외적 행사보다는 내부 경영진들을 불러 모아 조촐한 식사와 함께 간담회가 진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후계구도의 안정화와 함께 수위를 높여 나가는 정치권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대응 마련은 이 회장에게 주어진 중장기적 과제다. 동시에 전자, 특히 무선사업부에 편중된 이익의 균형점을 되찾는데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 앞엔 여전히 많은 숙제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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