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OCI(010060)가 폴리실리콘 사업 부문에서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다. 태양광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재고 누적이 지속되면서 OCI 역시 판매량 부진에서 예외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OCI는 3분기 영업이익 330억원, 매출 7576억원을 기록했다고 17일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86.9%, 29% 급감한 수치다. 순이익 또한 106억원에 그치면서 전년 동기보다 93.8% 줄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폴리실리콘은 가동률 하락과 판매량 부진으로 3분기 318억원의 적자를 냈다. 매출액은 17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2.87% 급감했다. 지난 2008년 폴리실리콘 생산을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적자다.
OCI는 지난 7월과 8월에 90%의 가동률을 유지했으나 9월 들어 대부분의 업체들 가동률이 50%대로 떨어지면서 판매 부진과 가격 하락을 동시에 겪는 악재를 만났다. 이중고는 폴리실리콘의 대명사 OCI에 보릿고개를 선언하는 충격파를 안겨줬다.
특히 유럽연합(EU)의 중국산 태양광 제품 가격 조사 발표 직후 시장에서 혼란이 발생하면서 월 평균 판매량의 3분의 1가량이 급감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OCI 관계자는 "폴리실리콘 조업 특성상 100%를 가동하는 게 생산원가를 낮추는 길이지만, 현재 태양광 시장은 공급 과잉에 따른 재고 조정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경영조건을 악화시킬 수 있는 생산 증대는 최대한 자제하고 고객사들이 소화할 수준으로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석탄화학은 매출액 2846억원, 영업이익 328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51.15% 증가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의 지속과 유가 약세, 카본 블랙제품의 영업이익 하락의 영향으로 직전 분기에 비해서는 매출은 5.97%, 영업이익은 18.4% 줄었다.
무기화학 및 기타 부문은 매출액 2937억원, 영업이익 32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각각 3.73%, 38.1% 감소했다.
이우현 OCI 사업총괄 부사장은 4분기 전망에 대해 "계절적 성수기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이 가동률을 50% 이하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가동률이 낮은 상태에서 재고를 소진할 걸로 예상되는 만큼 더 이상의 가격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급 부문에서 유지하기 힘든 가격 수준까지 왔기 때문에 오히려 가격 방어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OCI의 영업이익 하락은 예상됐지만 기대 수준조차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실망감이 커졌다는 반응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OCI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735억원이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성적표라는 얘기다.
박기용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과잉뿐만 아니라 수요부진까지 겹친 탓에 영업이익이 급감했다"면서 "4분기 역시 업황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학무 미래에셋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공급 계약을 맺어 그나마 경쟁사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3분기와 4분기가 바닥 국면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업황 개선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OCI는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전일 대비 500원(0.31%) 오른 16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연중 최저치를 찍는 등 하락폭이 큰 탓에 가격 반등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또 이미 3분기 부진한 실적에 대한 전망이 쇄도한 상황이어서 어닝쇼크에 대한 동요가 크지 않은 점도 이날 거래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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