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락의 양면..희비 갈리는 '대-중소기업'
2012-10-17 16:58:58 2012-10-17 17:00:30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원·달러 환율이 또 다시 연중 최저치를 갈아 치웠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는 전날보다 1.7원 내린 1105.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오전 한때 1103.3원까지 밀리는 등 약세는 이어졌다. 이는 지난해 10월28일 장중 1094.5원을 기록한 이후 최근 1년 사이 최저치다.
 
무디스가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유지키로 하면서 유로화가 급등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빠른 속도로 안정세를 찾고 있는데 따른 결과다.
 
문제는 환율의 하락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데 있다. 이미 심리적 저항선인 1110원선은 붕괴됐다. 외환 전문가들은 1100원선의 붕괴는 시간문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1050원선을 최후 방어선으로 설정했다.
 
그러면서 산업계의 분위기도 엇갈렸다.
 
일단 수출 중심의 대기업들은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환율의 급작스런 변동이 손익구조를 결정할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
 
이날 오전 열린 서울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서도 이 같은 걱정은 터져 나왔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김억조 현대차 부회장,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 등 주요그룹 최고경영진은 "환율 1100원선은 지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최근 환율이 급속도로 떨어지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위상이 약해지고 있다"면서 "환율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율 하락은 가격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어 수출 기업에 직접적 타격이 된다는 설명이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화가 1100원 아래에 머물렀던 2004~2007년 기업 실적 감소 경향이 뚜렷했다"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 원화 강세까지 이어진다면 국내 수출기업들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원자재가 부담에 허덕여 온 중소기업들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납품단가연동제 시행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단 수익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것은 환율이란 얘기다.
 
한 관계자는 "2차 벤더 이하 하청업체들이 겪고 있는 경영난의 최대원인이 바로 납품 단가였다"며 "적자를 보더라도 수요를 놓치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단가를 맞춰온 게 중소 업계의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 중소협회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대기업을 위한 지나친 고환율 정책으로 죽어난 곳은 중소기업 밖에 없다"며 "뒤늦은 정부 정책 지원보다 더 반가운 것이 환율 하락 소식"이라고 반겼다. 어설픈 정책적 지원보다 눈앞에 실익을 가져다주는 건 환율 하락이란 얘기다.
 
다만 수출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환율 하락으로 가격 경쟁력마저 떨어질 경우 해외 바이어들에게 강조할 수 있는 부분이 극히 취약하다는 문제도 동시에 안고 있다. 대기업처럼 브랜드 인지도나 유통망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부분이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값싼 중국산의 물량 공세는 해외 시장에서의 심각한 경쟁력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우려도 잇달았다. 조선을 비롯해 철강, 기계 등 기존 제조업은 물론 태양광 등 신규 업종에서도 중국산 물량 공세가 극심한 상황이다.
 
반면 환율 하락에 따른 물가 안정은 긍정적 부분으로 분석됐다. 무엇보다 서민생활의 안정을 가져올 것이란 기대도 이어졌다. 침체된 소비에 활력을 불어넣어 내수 침체를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정치권 역시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으며 환율 하락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하는 분위기다. 대선이 눈앞으로 닥친 만큼 민생에 최우선을 두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캠프의 경제 브레인을 맡고 있는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수출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는 있지만 반대로 물가가 낮아지고 실질소득 증가로 이어져 내수가 활성화되고 서민들의 생활도 나아질 수 있다"며 "환율 하락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용섭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고환율 정책으로 대기업은 대규모 이익을 창출했으나, 내수 중소기업과 소비자들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부담이 증가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노무현 정부 마지막 때 원·달러 환율이 920원대 후반이었다는 점에서 1100원대가 깨졌다고 해서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