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 해부③)품질관리 기준 ‘제각각’..현장조사도 ‘허술’
유관기관 싸움에 사업자들만 혼란
2012-08-23 16:02:00 2012-08-23 18:27:23
[뉴스토마토 임애신·오세호기자] 국제유가가 치솟으며 기름값이 속수무책으로 상승하자 정부가 '알뜰주유소'를 기름값 안정화 대책의 핵심사업으로 내놨다. 석유공사와 농협이 기름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부가서비스를 없애 가격을 낮추겠다는 의도다. 현재 전국에 651개가 운영 중인 알뜰주유소를 정부는 올해 안에 1000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사업자에겐 시설개선 자금 지원, 세제 혜택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키로 했다. 그럼에도 알뜰주유소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실성 떨어지는 지원대책이라는 지적과 함께 사후관리도 부실한 실정이다. 알뜰주유소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집중 조명해 본다. [편집자주]
 
알뜰주유소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석유공사와 한국석유관리원이 서로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자금을 지원해 사업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또 알뜰주유소가 설립된 후 담당 기관의 현장 점검도 소홀해 사후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 자금지원 프로그램 지원 조건 '엇박자'..주유소는 혼란
 
정부가 품질보증프로그램 점수에 따라 알뜰주유소에 외상 거래를 제공하고 있지만 석유공사와 석유관리원이 서로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어 혼선을 빚고 있다.
 
현재 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 신청 등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가운데 석유관리원은 알뜰주유소의 품질보증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기존 주유소가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경우 가입일로부터 3년 내에 가짜석유를 판매하다 적발되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알뜰주유소에 국가에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품질이 확실해야 하고 혼합판매를 하기 때문에 품질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석유관리원의 기준은 석유공사와 다르다. 석유공사는 운영 자금에 어려움이 있는 알뜰주유소에 서울과 타지역 각각 최대 5억원·3억원을 지원하는 외상거래를 실시하고 있다. 알뜰주유소가 외상거래 지원을 받으려면 석유관리원이 운영하는 품질보증프로그램의 점수 80점을 충족시켜야 한다.
 
주유소들의 입장에서는 지원 기준이 이원화돼 있다는 얘기다.
  
지경부 관계자는 "기존 폴 주유소들도 정유사와 신용도가 쌓여야 여신을 해주고 일반인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특히 국비가 나가는 사업이고 공공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품질문제가 없는 곳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석유공사가 담당기관인 석유관리원과 협의없이 품질보증 능력에 따라 외상거래를 지원하도록 결정하면서 양 부처가 갈등을 빚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알뜰주유소는 공사가 반을 주문하고 저렴한 곳이 있으면 자체 주문할 수 있는 혼합판매를 하기 때문에 품질관리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기준 요건이 안되면 문제가 있는 주유소기 때문에 이런 점을 보완하고 프로그램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조항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석유관리원은 채무 상환에 관계없는 품질 관리기준을 여신 조건으로 넣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했다. 여신 지원과 품질 보증은 별개라는 것이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여신지원을 위해서는 품질보증프로그램 가입이 아니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보는 조건이 포함돼야 한다"며 "석유공사와 해당 사항을 합의하고 있는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계약서 작성하면 끝?..석유공사 현장 점검 '소홀'
 
알뜰주유소 대한 사후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석유공사가 현장 점검이 소홀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석유공사는 주유소에 문제가 있거나 시설개선 및 품질보증프로그램 가입 시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인터넷을 통해 주변 환경과 운영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알뜰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사업자들의 설명은 다르다. 
 
서울에 있는 A알뜰주유소 대표는 "관계자가 현장에 나온 것은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을 때가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B알뜰주유소 관계자도 "계약 이후 사후 현장조사는 단 한번도 없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시행 초기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알뜰주유소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준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지경부와 석유공사가 현황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석유혼합판매와 같은 다른 정책도 함께 준비하고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용역 등의 방법을 이용해 사업주의 의견을 묻거나 인터뷰 조사를 통한 현장의 의견을 모아 보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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