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파죽지세다. TV에 이어 냉장고 등 손대는 가전마다 세계 1위다.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되면서 모바일에 밀렸던 왕좌의 자존심을 되찾았다. 승부사 윤부근(
사진)의 힘이다.
그가 이달 말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 2012’를 통해 삼성전자 간판 CEO로 데뷔한다. 세계최대가전박람회인 IFA는 CES(세계전자제품박람회), MWC(모바일월드콩그래스)와 더불어 IT(정보기술) 분야 세계 3대 메이저 전시회로 꼽힌다.
일찍이 IFA는
삼성전자(005930) 대표이사의 주무대였다. 윤종용·이윤우·최지성 등 삼성전자를 이끌었던 전임 대표들은 하나같이 매년 IFA에 참석해왔다.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제품을 설명함과 동시에 전자의 앞날을 내보였다.
그런데 올해는 권오현 대표(부회장)가 불참키로 했다. 완제품(DMC)과 부품(DC) 간 분리경영 원칙에 따라 소비가전(CE)을 책임지는 윤 사장이 이번 박람회를 주도하기로 했다는 게 삼성측 설명이다. 가전 중심의 전시회라는 특성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들린다. 우선 권 대표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DS 부문에서 특화된 인물이라 가전까지 대표하기에는 이르지 않느냐는 반론이 있었다고 한다. 또 권 대표가 최근 분화된 디스플레이까지 맡게 됨에 따라 여유가 없다는 얘기도 있다.
무엇보다 윤 사장에 대한 그룹 수뇌부의 두터운 신뢰가 부담으로 작용해 괜한 오해나 마찰을 사전 차단하려 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여러 얘기가 나돌지만 어쨌든 윤부근식 삼성전자를 알리는 장(場)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등 신화, 이것 아무나 못한다. TV만 하더라도 내부에선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냉장고 등 백색가전은 더욱 그랬다. 그런데 윤 사장이 해냈다”고 말했다.
실제 윤 사장은 소니, 파나소닉 등 쟁쟁한 경쟁사들을 제치고 TV를 6년 연속 세계 1위로 끌어올렸다. 최근엔 이른바 윤부근 냉장고(지펠T9000)를 내놓으며 프리미엄 냉장고 시장을 석권했다. 손대는 것마다 시장 1위로 올라서면서 그의 두 주먹은 별명답게 더욱 ‘불끈’ 쥐어졌고, ‘1등 제조기’라는 또 다른 애칭을 얻었다.
윤 사장은 올 연말 있을 정기인사와 관련해서도 주목의 대상이다. 일각에서는 수뇌부 개편을 통해 ‘이재용-최지성-윤부근’을 축으로 하는 차세대 경영진이 전면에 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로 취임 25주년을 맞이한 이건희 회장이 그룹의 내실화(경쟁력 제고)와 더불어 후계구도 안정화에 힘을 쏟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IFA를 앞두고 윤 사장과 그의 맞수 신종균 사장 간 물밑 신경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같은 DMC내 무선사업부를 맡고 있는 신 사장이 IFA 개막 하루 전인 29일 모바일 언팩 행사를 통해 갤럭시노트2를 전격 공개하기로 하면서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에 대해 "언론을 비롯해 IT업계의 관심이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박람회의 본 취지와 다르게 모바일 행사가 해마다 이어지면서 경쟁사들의 불만도 높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두 사람이 맞수인건 분명하지만 경쟁을 통해 서로를 이끄는 선의의 라이벌”이라며 “아직은 신 시장이 윤 사장에게 대적하기 이르다. 따라서 신경전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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