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당초 3.5%에서 3.0%로 대폭 내려 잡은 것은 우리 경제가 이미 상당한 침체 상황에 직면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데다, 신흥시장국 경기마저 곤두박질치면서 이들 국가에 대한 수출비중이 큰 우리나라는 직격탄을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국내 물가 불안과 저금리 지속으로 가계 부채는 계속 늘어나는 등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한은이 금리를 전격 인하하면서 물가와 부채보다 경기부양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 3.0%로 대폭 '하향'
한은은 13일 발표한 '2012년 경제전망(수정)'에서 올해 우리나라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0%로 전망했다. 지난 4월 경제성장률 전망치 3.5%를 제시한 지 3개월 만에 무려 0.5%포인트 낮췄다.
한은은 경제성장률(전기대비)이 내년까지 매분기 1% 내외에 머물면서 당분간 경기회복 속도가 완만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화하면서 국내 수출에 미치는 타격이 예상보다 클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신운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원유 도입단가 하락이 올해 경제성장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유로지역 재정위기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 등 부정적 요인을 감안해 성장률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신 국장은 "하반기 추가적인 불확실성이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올해 말까지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 주요국 조치들이 나오면서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2013년 경제성장률을 3.8% 수준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금리인하.."물가와 부채 더 악화되지 않을 것"
기존 예상보다 경기 상황이 크게 악화되면서 그 동안 물가와 부채에 매달리던 금융당국도 입장을 선회했다. 금리정상화를 언급해왔던 한은이 갑작스럽게 인하로 방향을 튼 것.
때문에 코스피는 급락했고, 경기에 대한 부정적 전망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한은은 전날 시장예상을 뒤엎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3.0%로 내려 경기 부양 의지를 내비쳤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한대로 적절히 움직인다면 올해보단 내년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며 "상반기가 이미 지난 올해는 0.02% 성장하고, 내년에는 0.0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경기를 잡느라 놓치게된 물가와 부채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동월대비 2.2%로 최근 23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3.7%로 여전히 높은데다 이상 기후에 따른 농산물 가격 폭등 가능성과 공공요금인상 등 물가 불안은 여전하다.
김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가 올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고, 내년엔 0.04% 물가를 올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 자체로서는 물가에 심각하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가계 부채 역시 금융당국의 노력에도 증가세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지난달 은행의 가계 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1조3000억원 늘어난 457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3개월 연속 증가세다.
김 총재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 가계부채가 0.5%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면서도 "전체 가계대출의 95% 정도가 변동금리 대출이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금리가 낮아지면 가계부채 부담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신운 국장은 "금리가 낮아지면 부채를 늘리려는 요인이 높아질 수도 있겠지만 당분간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여 부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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