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 기자]
삼성은 7일 예정에 없던 중대 인사를 전격 단행했습니다.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은 이날 그룹의 신임 미래전략실 실장에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을 임명했습니다. 미래전략실은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을 잇는 삼성의 컨트롤타워입니다.
더욱이 오늘은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이 있은 지 정확히 20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 회장은 지난 1993년 6월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계열사 사장단을 소집,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이른바 혁신의 신경영을 선언했습니다.
이 회장이 제2의 신경영을 최 부회장을 통해 이끌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이날 인사로 최지성 시대가 열렸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최지성 체제가 삼성의 미래를 짊어졌다는 얘기입니다.
또 한편으론 이날 인사의 특징을 후계구도에서 찾기도 합니다. 최 부회장은 이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멘토로 불립니다.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최 부회장을 통해 이재용 친정체제를 강화했다는 분석입니다. 최 부회장이 세기의 담판으로 불렸던 애플과의 특허분쟁 협상에 전권을 갖고 앉을 수 있었던 배경이 바로 이런 신뢰에 있습니다.
최 부회장은 서울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한 1977년
삼성물산(000830)에 입사하며 삼성맨으로 발을 들여놓습니다. 빠른 의사 결정과 공격적 경영은 그의 전매특허입니다. TV와 휴대폰 사업을 세계 1위로 견인하며 삼성의 간판 CEO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특히 아이폰을 내세운 애플과의 현격한 차이를 단기간 내에 극복하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양강 구도를 정착시키며 넘볼 수 없는 그만의 입지를 다졌습니다. 올해 대학생들이 가장 닮고 싶은 CEO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최 부회장은 부임과 동시에 반도체, TV, 휴대폰의 뒤를 이을 그룹의 신성장 엔진 육성이란 중차대한 임무를 맡게 됐습니다. 이 회장에 대한 보좌는 물론 각 계열사별 중장기 사업 전략 등도 원점에서 재검토할 계획입니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사장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경영 승계에도 힘쓸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경우 이재용 사장이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자동차용 전자제품, 즉 전장 부문에 대한 공격적 투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인용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글로벌 경영감각과 빠른 판단력, 강한 조직 장악력, 추진력 등이 당면한 도전과 위기를 돌파할 최적의 카드를 꺼내든 이유가 됐다"고 이날 인사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날 인사의 직접적 원인은 역시 이건희 회장의 위기의식이었습니다. 이 회장은 지난달 유럽의 재정위기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돌아왔습니다. 경영일선에 복귀함과 동시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제2의 신경영에 준하는 혁신적 변화를 강도 높게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유럽 구상에 이은 카드가 최지성 체제로, 그만큼 이 회장의 뜻을 잘 이해하고 그룹 전체를 총괄할 적임자는 없다는 게 그룹 고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인식입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최 부회장은 대공황에 비견될 유럽발 글로벌 경제위기와 날로 치열해지는 기업 간 경쟁 등 새로운 경영환경 변화에 가장 잘 대응해나갈 최적임자"라며 "실전형 CEO인 최 부회장을 앞세워 혁신적 변화를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회장은 또 삼성전자 Device Solutions, 즉 부품사업을 총괄하던 권오현 부회장을 전자의 총책임자로 끌어올렸습니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조만간 이사회를 소집해 권오현 신임 대표이사 인선을 의결할 예정입니다.
한편 최 부회장과 함께 삼성을 이끌던 쌍두마차 김순택 미래전략실장은 건강상의 부담을 이유로 이 회장에게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당분간 일선에서 물러나 건강 회복에 주력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업무 강도가 큰 부담이 됐다고 합니다. 이 회장은 김 실장의 사의를 받아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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