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류설아기자] 인사동 전통문화예술거리가 허술한 법망을 이용해 우후죽순 입점한 화장품 브랜드숍때문에 '소비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정부와 서울시, 종로구청 등 어디에서도 이들을 단속할 수 있는 법이 없어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인사동 화장품거리(?).."전통문화예술거리? 웃기시네"
14일 서울시와 종로구청, 인사동 문화거리의 상인 등에 따르면 현재 약 500미터 거리인 인사동 문화거리에만 11개 화장품 브랜드숍이 들어서 있다.
이들 화장품 로드숍은 500여 미터의 인사동 차 없는 거리 진입로부터 중심부격인 인사 사거리까지 밀집돼 있다. 이 부근만 보면 문화거리인지 명동 쇼핑거리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인사동 거리는 법적으로 전통문화와 상관없는 업종이 영업할 수 없지만 화장품은 금지 대상에서 빠져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2002년 4월 국내 첫 문화지구로 인사동 거리가 지정, 게임업과 관광숙박업 등 전통문화와 상관없는 업종의 영업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서울특별시 문화지구 관리 및 육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에 화장품은 명시돼 있지 않다.
해당 법의 허점을 파악한 화장품 업체들은 전통문화의 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치열한 영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이들 화장품 업체가 관광객 대상 수익을 노려 기존 문화예술 관련 업종의 상인들이 지급했던 것보다 더 높은 월세와 보증금을 치르며 입점하면서 인사동 거리의 전반적인 부동산 시세가 2~3배 가량 뛰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인사동 거리 도로변 1층 33제곱미터(10평) 기준 보증금 5000만원에서 1억원이며, 월세는 450만원에서 최고 600만원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4~5년전과 비교하면 2-3배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화장품처럼 외국인을 겨냥한 대기업의 판매매장이 진입하고 동종 업종이 증가하면서 월세 수준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인사동 문화거리에 대한 무차별적인 화장품 업체의 공략은 쉽게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시가 화장품부터 이동통신사대리점, 학원 등 인사동 거리의 금지 업종 목록을 확대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 개정 조례에는 금지 업종에 대한 단속규정이나 처벌권도 없다. 개정조례를 적용한다해도 해당 업체에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는 수준에 그칠 뿐이다.
관리주체인 종로구청에 과태료 부과를 비롯한 법적 단속 근거와 권리가 없으니 화장품 브랜드숍을 비롯한 각종 상업시설도 코웃음을 칠 상황인 것이다.
◇비싼 임대료에 전통관련 가게는 다 떠나고..`전통`이 없는 인사동
이에 대해 인사동 거리에서 10년 넘게 전통서각업체를 운영 중인 한 상인은 "문화거리에 화장품 가게가 입구부터 죽 늘어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망쳤다"며 "함께 전통문화 관련 가게를 하던 사람들도 자꾸 높아지는 건물주의 월세 요구에 골목 안으로 밀려났다가 아예 떠났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인사 사거리 부근의 한 갤러리에서 근무하는 큐레이터 A씨는 "이제 인사동 거리는 화장품과 옷가게, 커피숍 등이 더 눈에 띄고 살아남은 예술 업종도 상업화되는 분위기라며 출근길에 보니 또 새로운 화장품 가게가 들어서려고 공사중이던데 이제 인사동에 전통문화라는 타이틀을 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인사동 문화지구의 상업화를 막기 위해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정확한 시점을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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