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정부가 실효성 논란에도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알뜰주유소'에서 가짜석유를 판매하다 발각되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하다 관리감독은 소홀히 한 결과다. 결국 믿었던 알뜰주유소에 발등을 찍혔다.
알뜰주유소가 가짜석유를 판매하다 적발되자 지식경제부는 긴급히 사건 진화에 나섰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라는 지적이다.
◇순천 알뜰주유소 가짜석유 적발.."퇴출 시킬 것"
정부가 석유가격 안정을 위해 야심차게 출범시킨 알뜰주유소에서 가짜 석유를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경부는 27일 전라남도 순천시의 P 알뜰주유소에서 가짜 경유를 판매하다 한국석유관리원의 수시 점검에 적발됐다고 밝혔다. 알뜰주유소에서 가짜 석유를 판매해 적발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경부는 이번 사건이 알뜰주유소 신뢰성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품질검사 결과를 지자체에 통보하고 지자체의 행정처분이 확정되면 해당 주유소를 알뜰주유소에서 퇴출시키겠다고 설명했다.
그 동안 고공행진하는 기름값을 안정시키려면 기름값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세를 인하해야한다는 요구가 끊임없이 나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유류세 인하가 세수는 세수대로 감소하면서 국민들이 체감하는 할인 폭은 미미하다며 알뜰주유소 확대를 기름값 안정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해왔다.
◇정부, 유류세 인하 대신 알뜰주유소 확대에 '혈안'
정부는 지난 19일 '석유제품시장 경쟁촉진 및 유통구조의 근본적 개선대책'을 통해 390억원 정도의 세제 부담을 떠안고 알뜰주유소 전환에 대한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알뜰주유소 사업자에 대한 소득세·법인세·지방세를 2년간 감면하고 기존 주유소의 매입·임차비용·알뜰주유소의 시설개선자금과 외상거래자금도 지원키로 했다.
특히, 서울지역에 대해서는 알뜰전환사업자에게는 올해에 한해 시설개선자금으로 정액 5000만원을 무상 지원하는 안도 마련했다.
알뜰주유소에 대한 공급가 추가인하를 위해 한국석유공사가 저렴한 월말 현물구매 물량을 현재 20%에서 50% 수준까지 확대하고, 해외 석유제품의 직수입도 추진키로 했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올해 700개였던 알뜰주유소 목표수를 1000개로 늘리고, 서울지역에는 구별로 1개 이상 들어올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번 대책이 본격 추진될 경우 알뜰주유소 공급가격보다 리터당 30~40원 추가적으로 인하될 것"으로 기대했다.
알뜰주유소에서 가짜 석유를 판매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정부가 석유제품 가격 안정을 위해 유류세 인하 대신 알뜰주유소를 무리하게 확대하려다 부작용이 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김 모씨는 "거리가 멀어도 알뜰주유소로 기름을 넣으러 다녔는데 그 중 가짜 석유가 있었는지 알게 뭐냐"며 "유사 석유를 파는 일반 주유소와 정부에서 운영하는 알뜰주유소의 차이가 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한 단호한 조치는 국민에게 알뜰주유소는 믿을 수 있다는 신뢰를 이어가기 위한 정부의 의지 표현"이라며 "알뜰주유소의 가짜 석유 유통 근원을 차단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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