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①말뿐인 금감원..마인드가 안돼 있다
소비자보호·분쟁조정국 기피부서.."2년만 잘 때워보자"
상담 민원 건수는 느는데 담당 인력은 오히려 감소
신입사원 교육기간 중 소비자보호 교육은 단 4시간
2012-03-26 11:12:46 2012-03-26 14:15:50
[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다양하고 복잡한 금융상품들이 늘어나면서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간 분쟁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금융소비자들의 의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 간 정보의 불균형으로 소비자는 여전히 약자다. 양측의 불공정한 상태를 보정하는 금융감독원의 역할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지만 전담 인력 부족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낮은 의식수준 등으로 금융소비자 보호는 답보상태다. 금융소비자 보호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금융소비자보호원 등 소비자 보호를 위한 대책 방안에 대해 집중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
 
저축은행 영업정지, 보이스피싱 카드론 사기 등 각종 금융사고로 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하면서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한 필요성도 날로 확산되고 있다.
 
금감원도 올해 금융소비자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지만, 당국으로서 소비자보호에 대한 인식은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금감원은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해 '금융회사에 대한 철저한 감독과 검사를 통해 부실 발생에 따른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학계와 시민단체, 소비자보호 관련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금융소비자보호와는 거리가 멀다.
 
학계와 시민단체, 금융소비자들은 '실질적으로 금융소비자들의 권익을 지키는 것'을 소비자보호라고 정의했다.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과 검사는 금감원의 존재 이유이자 당연한 임무일 뿐 이 자체를 소비자보호라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한 금감원의 낮은 의식수준은 소비자관련 부서의 인력 부족, 동기부여가 불가능한 처우, 소비자보호에 대한 미흡한 교육 등으로 이어져 금융소비자들은 여전히 당국으로부터의 소비자보호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 소비자보호 인력, 민원 증가폭 못 따라가
 
26일 금융당국, 학계,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금감원에 접수되는 금융상담과 민원은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그 일을 전담해야 할 인력은 민원 증가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이 지난 22일 발표한 지난해 금융상담 및 민원 건수는 총 52만51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2.3%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5월 기준 금감원 내 소비자 상담, 민원, 분쟁 등을 처리하는 관련부서 인력은 238명으로 전년보다 21명(9.7%) 늘었다.
 
늘어난 인력에는 소비자보호감독국, 분쟁조정국, 금융서비스개선국과 부산·대구·대전·광주·제주 등 지원까지 포함돼 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신설된 금융서비스개선국은 '꺾기'와 같은 금융기관의 불완전 판매에 대한 검사업무를 수행하는 부서로 일반 금융소비자들의 민원처리 및 상담업무와는 관련이 없다.
 
때문에 금융서비스개선국 인력 19명과 정년퇴직자, 퇴사자 약 3명을 포함하면 실제로 개인 금융소비자들의 상담 및 민원처리 인원은 사실상 줄어든 셈이다.
 
인원이 부족하다보니 자연히 1인당 처리해야 할 민원 건수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상황. 업권별로 분쟁조정을 총괄하는 팀장 한명이 한주에 처리해야 하는 분쟁만도 평균 70건에 달한다.
 
특히 소비자보호 관련 부서에서 변호사처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은 더욱 찾기 어렵다.
 
일반 민원처리 및 금융상담을 담당하는 소비자보호국과 달리 분쟁조정국은 금융회사와 금전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보다 전문적인 민원을 담당하므로 법률 전문가가 꼭 필요한 부서다.
 
하지만 현재 금감원내 변호사 32명 중 분쟁조정국 소속 변호사는 단 2명뿐이며 소비자보호국 소속 변호사는 단 한 명도 없다.
 
할 일은 많고 전문성은 떨어지다 보니 민원처리 시간 지연, 불성실한 답변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소비자들의 불만과 불신, 항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까닭에 소비자보호국과 분쟁조정국은 금감원 내 기피부서로 낙인찍힌 지 오래다.
 
◇ 기피부서 가산점 0.3점..형평성 문제로 초과 보상 '꿈도 못 꿔'
 
물론 소비자보호국과 분쟁조정국 직원들에게 보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기피부서에서 일하는 만큼 업무평가 시 0.3점의 가점이 부여된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가산점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 있지만 다른 부서 직원들과의 형평성 때문에 무조건 가산점을 높일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산점 0.3점은 다수의 직원들이 기피부서에 그 정도의 가산점을 줘도 무방하다고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수준"이라며 "사실상 인센티브라고 보기 어렵지만 초과 보상은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보호국이나 분쟁조정국 등 기피부서로 인사발령이 나면 다른 부서로 옮길 수 있는 최소 기간인 2년만 잘 때워보자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덧붙였다.
 
◇ 소비자보호 관련 직원 교육 태부족
 
금감원의 소비자보호에 대한 낮은 인식은 직원들의 교육프로그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금감원 신입직원들은 지난해까지 약 10주간의 직원 연수를 받아왔다. 하지만 올해는 인력부족 문제로 신입직원들을 현업부서에 빨리 배치하기 위해 연수기간을 약 6주로 한달 가량 줄이고 새 교육과정을 적용했다.
 
이번 연수에서 소비자보호 관련 교육은 공직윤리 및 사무자동화(OA) 관련 교육기간 2주를 제외하고 감독실무과정 등 실질적인 교육이 시작되는 4주 동안 단 4시간 뿐이었다.
 
소비자보호 관련 업무에 대한 교육 부족은 이 뿐만이 아니다.
 
금감원 직원들은 검사국에 처음 발령받게 되면 '검사아카데미'라는 연수프로그램를 통해 약 한 달간의 교육을 받는다.
 
검사아카데미는 검사국에 신규 전입한 직원들을 교육시키는 프로그램으로, 현장검사를 나갔을 때 검사기법, 통계 프로그램(ACL) 사용법 등을 교육하며 필요시 부분 과목별로도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조사업무도 내부 교육이 존재한다.
 
조사업무의 경우 아카데미 형식은 아니지만 2주 이상의 집합연수와 부서 내에서 상당기간 직장 내 교육훈련(OJT)을 실시한다.
 
반면 소비자보호 관련 부서에서는 소비자보호만을 위한 별도의 전문교육이 전무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보호 업무는 업무 처리 과정만 알면 될 뿐 검사나 조사처럼 특별한 업무 기법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전문교육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인력이 부족해서 4주에서 6주씩 교육을 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1년에 한 두 차례 해당 법령이나 약관·판례 위주 등의 실질적인 교육은 실시한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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