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얄팍한 상술이 도마에 올랐다.
전체 수익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장기보험료가 아닌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자동차보험료를 내리는 선에서 고객들의 보험료 인하 불만을 잠재우려 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손보사들은 장기보험료 인하는커녕 인상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4월에 인하될 차 보험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형 손보사들은 경영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차보험 앞서 장기보험료 인하해야"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형손보사들의 원수보험료 중 장기보험료는 전체 수익의 무려 60%가까이를 차지한다.
반면 대형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비중은 전체 원수보험료 가운데 겨우 20%를 웃도는 수준이다. 나머지는 해상·화재보험료 수입이다.
손해보험에서는 보험 가입 기간이 1년이 넘는 보험을 장기보험이라 한다.의료비로 실제 부담한 금액을 모두 보장해 주는 실손의료보험도 여기에 해당한다.
대형손보사들의 장기보험 비중은 매년 증가하거나 제자리인데 반해 자동차보험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돈 되는’ 장기보험에 주력하고 있다는 얘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보다 장기보험이 자산운용에 있어 더 큰 수익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점점 장기보험을 늘려가는 추세"라며 "앞으로 대형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을 더 줄여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대형손보사들이 장기보험에서 얻는 수익이 훨씬 많음에도 자동차보험료만 찔끔 내리며 눈속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자동차보험료 인하로는 실제 1만원 안팎의 보험료가 할인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실적으로 매달 지불하는 장기보험료를 내리는 것이 고객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70만원의 차보험료를 내고 있는 고객이 오는 4월 2.5%인하율을 적용받으면 1만5000원가량만 할인 받는 셈이다.
그는 이어 "장기보험은 자동차보험처럼 1년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료인하로 인한 부담 경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형 손보사들이 장기보험료를 오히려 인상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매년 4월마다 여러 요인에 따라 보험료의 변동이 있을 수 있다"며 "최근 2~3년전부터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100%를 넘어섰기 때문에 올해는 보험료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도 "오는 4월부터 자동차보험료 인하로 발생하는 손실을 장기보험료 인상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대부분 수익 車보험 중소형 손보사 '죽을맛'
대형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료 인하로 인한 손실을 장기보험료 인상으로 메우는 사이 중소형 손보사의 경영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장기보험료 수익 비중이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형 보험사의 경우 사실상 자동차 보험료 인하에 따른 손실을 만회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대부분이 소형사인 온라인 보험사는 자동차보험 비중이 90%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보험료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 중소형 손보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비중이 높은 중소형손보사는 적자를 메울 수 있는 구조가 안 된다"며 "상대적으로 자동차보험비중이 적은 대형사는 이번 차보험료 인하가 큰 타격을 받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중소형 손보사 관계자는 "이번에 자동차보험 인하도 보험사의 수익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며 "이는 자동차보험이 아닌 장기보험으로 인한 것으로 중소형 손보사 수익과는 무관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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