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통화옵션계약을 변경하면서 기존 거래에서 발생한 손실을 신규 통화옵션계약에 반영하는 이른바 '손실이전거래'를 권유한 은행 측에게 일부 책임을 물은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재판장 지상목 부장판사)는 자동차 부품 회사인 G사가 하나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 소송에서 손실이전거래로 인해 손해를 입은 G사에게 은행이 손해액의 40%인 14억60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기존 통화옵션계약을 변경 또는 종료하면서 기존 거래에서 발생한 손실을 신규 통화옵션계약의 가격에 반영하는 '손실이전거래'의 경우 통화옵션상품에 내재되어 있는 위험성을 증폭시켜 예측 또는 평가가 불가능한 광범위한 손해를 발생시킨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손실이전거래는 손실 발생에 대한 진지한 고려 없이 무분별하게 거래를 확대하게 하므로 금융감독원은 손실이전거래를 금지해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수출기업과 통화옵션거래를 하는 금융기관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객에게 손실이전거래를 함부로 권유해서는 안 된다"며 "금융기관이 과다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했으므로 수출기업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G사도 재구조화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내용이나 구조, 특성, 위험성, 나아가 경제 및 환율의 동향 등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했어야 한다"며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해야 할 손해액은 재구조화 통화옵션계약으로 인한 손실액의 4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기존 KIKO상품과 관련된 판결과 같이 은행의 사기라는 주장, 키코 계약이 약관규제법에 따라 무효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동차 부품을 제조, 판매하는 회사로서 생산품의 대부분을 해외에 수출하는 회사인 G사는 "환위험 회피에 적절하다"는 하나은행의 설명을 듣고 2008년 1월22일 키코(KIKO)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키코 계약 체결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G사는 하나은행에게 1억9000여만원을 지급하게 됐고, 이에 하나은행과 G사는 기존 거래에서 발생한 손실을 이전하고 행사환율, 계약조건, 약정환율 구간 등을 조정한 새로운 통화옵션 계약을 같은 해 6월17일에 체결했다.
G사는 재구조화된 통화옵션계약을 맺은 후에도 원/달러 환율이 1200원에서 1400원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한 탓에 36억5000여만원의 손해를 입게 되자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며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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