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전 세계적으로 IT 업체간 특허 분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늑장 대응이 우리나라 대·중소기업의 특허를 무방비적으로 빼앗길 확률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술력과 지식 재산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부각되면서 특허 분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제품을 생산하지 않으면서 대학교와 발명가·파산한 벤처기업 등에서 싼 값에 대량으로 특허를 사들인 다음 그 특허를 이용해 기업을 압박, 특허 사용료(로열티)나 합의금 등을 챙기는 '특허괴물'까지 등장했다.
특허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벌어진 한국기업과 외국기업 간 특허분쟁은 2006년 47건에서 2008년 118건, 2009년 134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최근 분쟁이 대형화·전문화되면서 위험 관리와 예방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허 보호할 정부 대책 미미
국회는 지난해 5월 국내기업의 해외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정부책임을 강화한 '지적재산권기본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검토하는 데만 7년이 걸렸다.
이후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8월에서야 기업이 관심을 갖는 특허나 지식재산(IP)을 분석해 분쟁 가능성을 맞춤형으로 예보해주는 시스템이 만들겠다고 나섰다.
개별 기업별 관심 특허를 중심으로 분쟁 가능성을 등급화해 예측 근거를 토대로 예측 신뢰성을 크게 높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분쟁 정보나 위험을 주기적으로 경보하는 기능도 포함된다.
이를 위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15억원을 투자해 이달 3월에 특허분쟁에 대한 예측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제공한다. 서비스가 안정화되는 작업을 거쳐 오는 2013년 12월에나 본격적으로 특허 분쟁 예보시스템을 제공할 예정이다.
지경부와 금융위원회는 지난 연말 '특허방어펀드' 설립을 발표했다. 창의자본주식회사(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 산하에 별도 특허 투자 전문 자산운용사를 올해 초 설립해 2016년 6000억원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다수 기업이 기금을 만들어 특허를 확보해 관리하는 AST, 회원제 특허기반 서비스 기업인 RPX 등이 활동하고 있다.
◇대기업 특허 보호 대책 마련 박차..中企 "여럭없어 고심만"
이처럼 특허에 대한 정부 차원의 역할이 대두되는 가운데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가 기업과 함께 특허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2012 지식재산강국 원년 선포식'에 참석해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이 강대국 대기업과의 특허 전쟁에 말리면 이길 길이 없는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외국 기업들에 의한 특허 소송은 우리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그 만큼 수출의 기회까지 박탈시키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국내 대표 기업들은 특허 괴물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와 미국 애플사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뿐 아니라 3G 이동통신 표준을 둘러싸고 치열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또 소프트웨어 특허를 둘러싸고 삼성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오라클과 구글이 분쟁 중이다.
그나마 대기업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다수의 중소기업은 분쟁정보 수집 비용에 부담을 느낄뿐 아니라 전문인력 또한 없어 사정이 더 어렵다.
중소기업 한 관계자는 "대부분 중소기업은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자금이 넉넉치 않아 특허까지 염두할 여력이 없다"며 "정부에서 제도적인 보호를 해줘야 연구를 마치고도 특허분쟁 때문에 제품을 내놓지 못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경부 한 관계자는 "민관공동의 모니터링과 협조 체제를 강화해 우리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에 문제가 없도록 대응할 것"이라며 "특허분쟁이 많이 일어나는 소프트웨어와 모바일 분야를 중심으로 원천 기술확보와 특허 전담인력 보강을 추진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뉴스토마토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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