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정부가 지난 5일 서민물가 안정을 위한 방안으로 물가관리실명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하자 식품업계의 한숨이 깊어졌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물가 안정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면서 적시에 가격 인상을 단행하지 못한 기업들은 올 설 이후를 가격인상 시기로 점쳐왔지만 이젠 아예 시도도 해보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런 발표에 업계에서는 예상은 했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총선과 대선이 예정돼 있어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런 구시대적이고 반 시장적인 방법까지 동원할 줄은 몰랐다"며 "올해는 최대한 쥐어짜서라도 일단 버티는 게 급선무"라고 전했다.
올해 총선과 대선이 끝나고 나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올해만이라도 어떻게든 버텨보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많은 식품기업들이 가능하면 "돈쓸 일을 없애고 없애지 못하면 최소화"하며 경비 절감에 나서고 있다.
때문에 기온이 많이 떨어진 요즘에는 사무실에서 추위를 호소하는 식품기업 직원들이 늘고 있다.
정부의 절전 정책도 그렇지만 난방비, 전기세 등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다.
보통 기업 비용을 절감할 때는 판관비를 가장 먼저 줄이게 되는데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 맞물려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물가관리실명제가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겠느냐며 일단 지켜본다는 반응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풍선의 한 쪽을 누르면 다른 한 쪽이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인위적으로 시장을 조정할 수는 없다"며 "당장은 물가가 잡히더라도 시차를 두고 더 큰 폭으로 상승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가공식품 관련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서민물가 안정도 중요하지만 식품산업을 진흥·육성해야 할 의무도 있는 만큼 수요 조사를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품목에 대해 할당관세 물량을 확대하는 등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 발표 이후 아직까지는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기업은 없었다"며 "지난해 설탕, 밀가루, 라면 등 전체적으로 한 차례 가격인상이 있었고 지난해에 비해 국제 곡물 가격도 안정세를 탈 것으로 예상돼 크게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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